▶ UC 머시드 떠나는 강성모 총장
▶ 4년 재임동안 모금 등 위해 10만마일 손수운전
"한국에서 조만간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연연해 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결과만을 추구하면 깊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4년제 대학 총장에 올랐던 미국 머시드 캘리포니아대(UC머시드) 강성모 (66)총장이 다음달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강 총장은 14일 오후 7시 자신이 주관하는 UC머시드대 마지막 졸업식 직전에 인터뷰를 갖고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기부금 모금 등을 위해 손수 운전을 하며 무려 10만마일을 달렸다"며 "1년간 휴식과 연구기간을 가질 예정이지만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총장과의 문답 내용이다.
- 퇴임소감은.
▲ 아직 신설 대학이어서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떠나게 돼 아쉽지만 큰 과오없이 퇴임하게 돼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또 UC머시드 교수와 직원, 학생들에게도 감사한다.
-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 2009년5월 졸업식 때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졸업축하 연설자로 모시고 확장된 캠퍼스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을 때이다. 당시 무려 2천 곳이 넘는 언론이 졸업식을 보도했다. 그 때문에 학교 지명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모실 예정이었고, 총장님도 오시고 싶어하셨으나 해외출장과 겹치는 바람에 이뤄지지 않았다.
-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 재임초 학교재정이 늘 여유가 없었고 특히 강의실, 실험실, 연구실 등 공간이 부족해 안타까웠다. 다행히 그동안의 노력으로 많이 좋아졌다.
또 취임한 지 2주도 안돼 한 학생이 교내에서 사고로 사망한 뒤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새벽에 신입생이 술을 마시고 캠퍼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학생들 사이에 갱단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강당에 전 학생들을 모아놓고 근거없는 소문을 만들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피해학생 학부모에게는 매일 접촉해 학교에서 얻은 정보를 제공했고 학생들은 추모행사를 열었다. 처음에는 학교 측의 관리소홀로 학생이 사망한 것으로 생각해 소송까지 준비하던 피해학생의 부모가 감동해 나중에는 동생도 UC머시드에 보내겠다고 했다.
- 한국의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 당연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너무 결과만을 추구하면 깊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 작년 가을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퇴임하겠다고 했는데 퇴임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향후 계획은.
▲ 총장으로 오기 전에 학장으로 재직했던 UC샌타크루즈대 석좌교수로 돌아가지만 1년간 쉬면서 연구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미 연구과제를 잡아놓았다. 오랜만에 강의실로 돌아가 학생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사실 작년에 연임의사를 밝혀야할 시점이 돼 고민했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체력적으로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총장재임 동안 기부금 모금 등을 위해 자동차여행을 한 거리만 10만 마일(16만㎞)이 넘는다. 미국에서는 총장도 손수운전을 하고 다녀야한다.
<지역신문 사설까지 "강성모 총장님 감사해요">
"4년간 직업적인 성취뿐 아니라 머시드시 주민들과 개인적으로도 돈독한 인연을 맺은 총장 부부는 수많은 만남을 통해 우리를 기쁘고 편하게 해줬다. 한국의 유교적인 뿌리, 심오한 가족 내력, 정치적이지 않고 사실만 추구하는 과학자이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총장 부부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 모른다. 미국 대학에서 그의 연구성과를 보고 영입할 수도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 선진국인 모국, 한국에서 그를 원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은 그들이 대학과 인근 주민에게 보여준 우아한 기품과 미덕에 진정 ‘감사합니다’(kamsahapnida)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지역신문 머시드 선스타 편집위원회 일동-5월11일자 사설)
한인 첫 미국 4년제 대학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UC머시드 강성모(66.스티브 강) 총장이 이 대학을 떠난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된 지난 11일 강 총장에게 감사를 표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메일이 쏟아졌다.
머시드시에서 발행되는 현지 신문 선스타는 편집위원회 공동명의로 한국말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넣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싣기도 했다.
산호아킨밸리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UC머시드대학은 사방이 황무지와 습지, 평원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시골마을 한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동안 강 총장의 노력으로 웅장한 현대식 건물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강 총장이 처음 부임해 인근 호텔에 묶으면서 처음 집무를 시작할 때 캠퍼스 규모는 100에이커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900에이커로 확대됐다.
또 개교 첫해 823명의 신입생으로 출발한 이 대학은 내년 8월부터는 학생 수가 5천명에 이른다.
강 총장은 14일 오후 7시 자신의 이 대학 마지막 졸업식 축사에서 "2007년 봄 여러분들과 함께 저도 이 대학에 첫발을 디뎠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 무엇보다 우리 대학이 성장을 거듭해 21세기 주목받는 대학이 됐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연세대 4학년 재학중이던 1969년 뉴저지에 있는 페얼리디킨슨대로 유학을 떠나 UC버클리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강 총장은 올해 가을 학기부터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샌타크루즈) 석좌교수로 돌아가 1년간 휴식과 연구를 한 뒤 내년부터 다시 강단에 설 예정이다.
강 총장은 자신의 박사논문 주제였던 ‘멤리스터 소자’(memristor•메모리와 레지스터의 합성어로 전류의 방향이나 양 같은 기존 경험을 모두 기억하는 특별한 소자)가 다시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어 이 부문에 대한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인 첫 미국 4년제 대학 총장인 미국 머시드 캘리포니아대(UC머시드) 강성모(66.스티브 강) 총장이 14일(현지시간)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강 총장은 다음 달 이 대학을 떠난다.((서울=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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