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보니까 중국에서는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비결이라는 세미나가 2,000 달러인가의 고가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단다. 지난 주 세계에서 두 번째 가는 미디어 왕국의 수장인 루퍼트 머독과 그의 후계자가 될 차남 제임스에 대한 영국 의회의 청문회장에서 80세인 머독의 셋째 부인인 42세의 웬디 덩 머독 여사의 남편 보호 본능을 보니까 그 생각이 났다.
루퍼트 머독의 오늘날이 있게 한데 수훈갑을 했던 황색지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가 정치 연예인들만 아니라 범죄 희생자들의 전화 메시지를 도청해서 선정적 특종(?) 기사들을 썼을 뿐 아니라 경찰 관계자들도 매수했다는 혐의에 대한 청문회 도중에 어떤 사람이 면도용 크림을 머독에게 던지려 했을 때 웬디 덩 여사는 날쌔게 일어나 그를 배구공을 치듯 내려침으로써 남편의 겉옷만 크림을 뒤집어쓰도록 해 평소 암호랑이 별명이 적절함을 여실히 증명했다.
보도를 종합해서 추리해보면 중국 산동성 출신이라는 웬디 덩 여사는 일부 여자들이 억만장자가 되는 방법의 전형적 모형으로 보인다. 그런 여자들은 자신의 미모와 성적 매력을 무기로 활용하여 억만장자들과 결혼함으로써 신분 상승(?)을 꾀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혼인 부호들 보다는 기혼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윤리 도덕은 내팽개쳐야만 돈이 넘쳐나 주체하기도 어려운 부호를 낚을 수 있다.
웬디는 고등학교 때 어느 미국인 부부를 스폰서로 만나 학생 비자로 캘리포니아로 유학와서 그 집에 살면서 학교를 마치고 대학으로 진학했단다. 문제는 그 집 남자와의 불미스러운 관계 때문에 그 집을 나오자마자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데 있다. 스폰서였던 부인의 입장으로 웬디는 배은망덕의 가정 파괴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웬디의 결혼 생활이 오래 간 것도 아니다. 2년 만에 이혼을 했다는데 영주권을 취득한 직후였다니까 정략적 냄새가 물씬하게 풍긴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배구선수도 했지만 공부는 잘했던지 웬디는 예일대학에서 MBA를 받았다. 머독 미디어 계열인 홍콩의 스타 방송국에 인턴으로 들어갔던 웬디는 머독이 그의 미디어 왕국을 중국에도 상륙시키려고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으면서 머독과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에 31세이던 웬디는 머독이 35년간 살아왔던 제2의 부인과 이혼한지 3주 만에 머독의 셋째 부인이 된다. 하루아침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오죽하면 머독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가 웬디는 ‘흉계가 있는 여인’이라고 불렀을까?
청문회에서 루퍼트 머독은 노동당 출신 고든 브라운 전 영국총리가 자신의 재정 상태는 물론 자기 어린 아들의 의료 기록조차 머독의 신문이 불법 입수하여 기사화한 것을 맹비난한데 대해 자기와 웬디 사이의 어린 두 딸이 브라운의 아이들과 같이 놀던 사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신문 구독자들의 40 %가 머독 계열의 독자들인데 더해 B Sky B라는 인공위성방송의 39% 소유주인 머독이 영국 정계의 킹메이커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대목이다.
그리고 카메론 현 총리가 머독의 지지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를 수상관저로 초대하면서 뒷문을 사용하라고 했다는 사실도 도청사건 폭로 이전 머독의 위상을 상징한 것이다. 카메론 자신도 총리가 된 직후에 문제의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전 편집인을 대변인으로 금년 1월까지 기용했었다는 사실 때문에 전형적인 권언 유착의 포로였다고 현 야당인 노동당의 공격을 받아 조사 결과에 따라 풍전등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76억 달러의 사나이 머독의 부인인 웬디는 현 세상이 계속 되는 한 돈방석 위에 계속 앉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도청 스캔들의 후유증으로 제임스가 후계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경우 계모가 후계자로 등극하지 않으면 적어도 뉴스 코퍼레이션의 킹메이커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웬디는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의 훌륭한 선생 자격이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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