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괴물’ ‘냉혈 살인마’ … 이름이 막 붙여졌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이 없을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종교? 사회적 구조? 이런 것들이 그를 냉혈동물로 만들었다면 노르웨이 모든 성인들이 다 이렇게 무서운 괴물로 변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똑같은 사회구조 안에 살면서 왜 소수의 사람들만 테러범이 되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나는 커서 사람을 죽이며 통쾌감을 느끼는 냉혈동물이 될 것이다”라고 결심하며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타인의 아픔을 감지하고,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었을 때는 즉시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밭을 갖게 되는 것은 성장과정 중 그런 마음 밭이 잘 되어 있는 부모 밑에서 보고 자라면서 계발되는 것이다.
천진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차가워지고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지 못하게 무감각해지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냉혈동물로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가 냉대 당하고, 슬픈 일을 많이 당하며, 분노가 쌓여 보복심리만 남도록 취급받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미 마음 밭이 변해 있을 때 사람은 자기 마음속에 쌓여져 있는 보복감을 뿜어낼 수 있는 어떤 단체를 찾게 되며 그 단체의 정당성을 빌려 분노를 뿜어내는 것이다.
안데르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전처로부터 세 딸이 있던 상태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났고, 어머니는 전 남편으로부터 낳은 딸 하나를 데리고 결혼해 안데르스가 태어났다. 그가 겨우 한살밖에 되지 않았을 때 그의 부모는 다시 이혼했다.
그 후 부모는 각자 다른 사람들과 결혼하고 또 이혼하면서 두 사람은 안데르스를 놓고 양육권 쟁탈을 벌였다. 부모가 각자 선택한 삶의 패턴 속에서 아이는 피해자가 되었고,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으리라는 것은 그가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한 행동을 보아 짐작할 수 있다.
한창 아버지의 관심이 필요했던 나이였다. 어려서부터 긍정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크는 많은 10대들이 그렇듯이 안데르스도 15세 때 부모의 관심(무의식적 작용이지만)을 끌기 위해 문제를 일으켰다. 공공장소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다. 그 때 그의 아버지의 태도를 보면 평소에 얼마나 차가운 아버지였을지 알 수가 있다.
보통 자녀가 문제를 일으키면 정상적으로 마음이 따뜻한 부모들은 “내가 어떻게 해서 우리 아들이 이런 일을 했을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나의 관심을 받고 싶었을까?”라고 뒤늦게라도 깨달으며 자식의 보호막이 되려고 애쓰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런 따뜻한 마음 밭이 없었다. 자기 지위 보호에만 급급해서 아들을 냉정히 거부하고 인연을 끊는 선언을 해버렸다. 얼마나 냉정히 부자관계를 잘랐던지 6년 전에도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사정하는 아들을 또 무참하게 거절했다.
이번 일만해도 그렇다.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해도 아버지만은 “다 내 잘못입니다. 내게 책임이 있으니 우리 아들을…” 하며 아들을 감싸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죽이기 전에 자기가 자살을 했어야 했다”라는 말로 자식을 또 다시 죽였다. 아버지의 이런 말을 들을 때 그의 마음엔 분노만 더 크게 쌓이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냉혈동물처럼 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물론 노르웨이가 하는 것처럼 국가가 종교 간의 증오를 줄이고 더 인도적 사회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답은 부모들이 갖고 있다. 자녀들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때리고, 냉대하고, 거부하고,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부부끼리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법을 매스터 해야 한다. 마음에 상처를 줬으면 “아파도 싸다” 등 차가운 말 대신 “당신 정말 힘들구나” 라고 위로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야 아이들의 마음 가운데 따뜻한 마음 밭이 정착된다.
부부끼리 그리고 자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즉시즉시 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많이 보여야 한다. 또 피치 못해 이혼한 부부들은 자녀를 이용해 자기 필요를 채우려하지 말고, 각자의 길을 갈지라도 자녀 문제만은 함께 의논해서 아이들이 부모 모두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계발해 따뜻한 말과 행동을 주고받으며 자녀를 키울 때 또 다른 안데르스 브레이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순자
임상심리학 박사
웨드러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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