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렇게 비정상이기는 일기에 관한 기록이 존재해 오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란다. 텍사스주에는 가뭄이 심하다 못해 호수 물조차 말라붙어 보트들과 선착장 시설들이 흉측한 해골 같은 인상을 준다. 화씨 100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워싱턴 DC의 무더위는 모든 종래의 기록을 깨트려 온도가 90도 미만이면 고마울 정도가 되었다. 그 탓인지 예년 같으면 8월15일까지 수확하여 800여개를 딸 수 있던 아내의 오이 농사도 7월 하순에 모두 말라죽어 반타작으로 끝나 버렸다.
엄청난 위력의 토네이도들이 아칸소, 미시시피 등 평소부터 토네이도 통로라 알려진 지역의 부근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미주리 주 조플린시에서는 112명이 생명을 잃었고 시 중심지에 있던 병원마저 파괴한 바 있었다. 토네이도를 거의 모르던 매사추세츠주까지도 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기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과학자들의 결론을 무시할 수 없는 징후가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공화당의 보수파, 특히 8월2일 국가 부채 한도액의 인상을 둘러싸고 오바마와 민주당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20년 계획에 있어서 세금 인상은 거론도 못하게끔 만든 보수 과격파 티파티 출신 의원들 중에는 공장의 매연과 자동차의 배기로 탄산개스가 점점 늘어 지구 온난화가 초래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부 적자를 줄이는데 있어서 사회보장 연금,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만 조정하고 지출만 감소시키면 되지 세금 인상은 전혀 필요가 없다는 고집을 한다.
어느 진보 논객이 그들을 과학적인 증거를 무시하면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던 과거의 옹고집쟁이들의 후예로 비교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티파티의 민초운동에 힘입어 2010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6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오바마 정부를 유럽식 사회주의 정부로 규정하고 유럽식 사회복지 제도가 미국 국력의 퇴조를 가져오는 원흉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바마의 정책을 반대하여 그의 임기가 단임으로 끝나게 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하기는 오바마도 2008년의 대선 결과를 경제회복의 사명 부여를 넘어 의료보험 개혁으로 온 국민이 보험을 가지도록 하는 진보 진영의 숙원 달성의 목표로까지 확대 적용하여 보수 진영을 경악시킨 것도 사실이다.
좌우간 14조3,000억 =달러의 부채 한도액을 8월2일까지 상향 조정하지 않고서는 미국 정부의 일부 채무지불의 불이행이라는 미증유의 위협이 있음에도 티파티의 세금증가 반대입장 고수로 11시59분쯤에야 간신히 해결을 본 이번 사태를 어린아이가 탄 차를 납치해 간 유괴범이 아이를 죽이겠다고 위협하여 대속금을 받아가는 유괴범에 비유하는 논객들마저 있다. 이어 미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미국의 경기 후퇴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실 오바마가 몇 달 전부터 적자예산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여 여론을 주도했던들 미국 채무 한도액 증가를 둘러싼 미국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특히 티파티의 고지 선점을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공화당이 입법부의 반인 하원만의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와 민주당이 질질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오죽했으면 진보 논객인 리처드 코언은 “오바마는 백악관의 비서실장으로서는 훌륭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분별력(savvy)은 부족하다”라고 평했을까.
실업자 수가 직장을 구하다 못해 포기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2,500만이라는 숫자에 변동이 없다면 오바마는 단임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미국의 경제 전망과 아울러 국제적 위상이 호전되리라는 기미를 읽을 수 없다는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요즘은 날씨도, 경제도, 정치도 꿀꿀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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