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 제목을 써놓고 보니 2004년에 쓴 ‘오바마 대통령(?)’이란 칼럼 생각이 난다. 그 때만 해도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에다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던 43세의 젊은 정치인이었던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짐작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Obama, who?라고 반문할 정도로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그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 연설자로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내용 등의 명연설을 한 뒤부터 대통령감이다 라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무렵이다. 그는 불과 4년 만에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가 되었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백악관에 입성하여 최초의 유색인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의 새장을 쓰게 된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중도파 특히 소수민족들과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오바마가 재선되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부시로부터 물려받은 두 전쟁의 비용, 주택 시장 버블의 붕괴에 뒤따른 경제 파탄 및 9% 내외의 실업률 등 부시를 탓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 1조 달러를 더 넣은 경기부양책과 민주당 진보파의 숙원이던 국민 전체를 망라하는 의료보험개혁을 임기 첫해에 밀어 붙인 결과 티파티라는 민초운동을 촉발시켜 2010년의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으로 등장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공화당의 등뼈를 튼튼하게 만든 꼴이 되어 오바마의 운신의 폭은 무척 좁아졌다.
S&P 신용평가기관이 미국의 신인도를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증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한 것에는 미국 부채한도액의 증가를 둘러싼 공화당과의 싸움에서 오바마가 영도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양보와 타협을 거듭한 이유가 있다는 비난을 중립적인 논객들로부터 만이 아니라 민주당 진보세력으로부터도 듣고 있다.
오바마가 경제를 제대로 운용하리라고 기대하는 미국인들은 불과 26%라는 여론조사가 있다. 특히 백인들의 실업률이 8%인데 비해 흑인들은 열 명에 한 명 반 꼴로 실직 상태이고 청소년층은 25%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대도시의 게토 주민들은 오바마에 대한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워싱턴 포스트의 흑인 칼럼니스트인 ‘콜버트 킹’은 오바마와 그의 가족이 부유층의 휴양지인 마사스 빈야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수백 만 명의 시민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에 워싱턴을 떠나 부자들의 동네에서 열흘 동안 즐긴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논지이다.
또 특히 백악관에는 5명의 요리사들이 상주하고 있고 수영장과 볼링장은 물론 영사실까지 있어 편히 휴가를 집에서도 지낼 수가 있고 또 한적한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비슷한 시설을 갖춘 캠프 데이비드에 헬리콥터로 갈 수 있는 처지에 마사스 빈야드를 고집하는 게 웬 말이냐는 주장이다. 그리고 콜버트 킹은 오바마가 지난 주 버스로 미네소타,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촌락들과 소도시를 방문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오바마는 잘 알려진 것처럼 1961년에 케냐 출신의 하와이 대학원 학생과 백인 대학생 사이에 태어났다. 엄격한 의미로는 2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했고 링컨의 노예 해방 이후에도 갖가지 차별을 당해왔던 미국 흑인들과는 근본이 다른 흑인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백인 조부모들로부터 양육 받은 오바마는 증고조 할아버지가 노예였던 미셸 여사의 경험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명석한 두뇌와 필력으로 최고 대학과 법과 대학을 나와서 흑인 지역의 봉사자로서는 일을 했지만 어려서부터 게토 생활을 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일부 흑인들이 그를 은유적으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표현되던 ‘클린턴보다 못한 흑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클린턴이 “I feel your pain’이라 말하면 믿던 흑인들이 그 시절을 동경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오바마는 단임 대통령으로 물러날까?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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