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향하면서>
시베리아의 달리는 눈썰매는 히스키 라는 개가 끌고 간다. 그런데 이 히스키 라는 개를 애완견으로 키우는 사람들에게 아주 곤란한 문제가 있다. 이놈은 하루에 4킬로를 꼭 달려야 한다.
아니면 폐가 잘못 되는지 몹시 괴로워한다. 그래서 히스키를 매일 4킬로씩 달리기 운동을 시켜야 하니 이것이 예삿일은 아니다. 또 한국에는 소위 신 내림을 받은 무당이 있다. 이 무당들은 한 달에 최소한 한두 번 굿판을 벌리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는다.
글 하나 초고를 끝냈다. 이제 한번 갈겨쓴 글이라 차분히 다시 읽어 보아야 하겠는데 영 마음이 안 내키고 공연히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꼭 무엇을 잊어버린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거 나도 히스키 나 무당처럼 무슨 병이 든 것이 아냐? 어디 잠시 여행이라도 가야 하는 것 아냐”하고 혼자 응얼거리는데 인터넷에 글이 떴다. 한국의 4개 문인 단체에서 공동으로 독일 인문학 기행을 떠나는데 참여하겠느냐는 글 이었다.
인류 문화사에서 문학, 음악, 철학의 최고 정상을 창출해낸 나라. 독일의 역사적 현장에서 괴테, 실러, 하이네, 헷세, 브레히트 등 문인, 헤겔, 마르크스, 니체 등 철학자, 베토벤, 바흐 등 음악가 그리고 전해린, 이미륵 등 한국 문인의 발자취도 따라가 보자는 내용이었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訴願)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할건가. 나는 집 사람과 의논할 사이도 없이 ‘가겠오’하고 회신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독일 비행기 루흐트한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이 루흐트한자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보면 여승무원들은 항상 여자 축구 또는 핸드볼 선수로 착각할 만큼 다른 나라 여승무원에 비하면 덩치가 무척 크다.
이 덩치 큰 승무원들을 쳐다보다가 내가 여행을 떠날 때 항상 하듯 여행 중 무엇을 생각하며 볼 것인가 하며 생각했던 숙제를 풀었다. “그래 이번 독일 여행에 화두는 독일인들은 누구인가?” 로 해야겠어 하면서 평소에 나의 의아해하는 점을 스스로 정리 해 보았다.
아마도 독일에 처음 나타난 족은 켈트 족인 것 같다. 다음이 동 고트족 그리고 오늘의 독일인인 소위 독일 게르만 족이 아닐까. 그런데 히틀러가 왜 아리안 족 이란 말을 끄집어냈을까 ?
그리고 이 이성적인 독일인들이 어찌 히틀러의 유태인 종족 말살에 따라 갈수 있었을까 ?
그리고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이 천년 전 로마의 시저가 라인강 이남을 정복하고 강을 건너 북쪽으로 처들어 갔다가 몸집이 아주 큰 무리들이 숲속에서 나타나 대패를 했고, 다시 그들의 장기인 다리를 놓고 큰 규모로 다시 쳐들어갔으나 다시 패해 그로부터 라인 강 북쪽은 정벌을 포기 했고, 그래서 라인 강 접경에 식민지란 뜻의 퀼른 까지만 지배했다는데 그렇다면 라인강 북쪽과 남쪽 독일인들은 다른 족속이 아닌지. 하기사 가끔 라인 강 남쪽 독일인들을 북쪽 독일 사람들이 남쪽 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고, 남쪽은 포도주를, 북쪽은 맥주를 즐겨 마신다고 하기도 하고…어찌 되었던 나야 인류학 전문가도 아니고 역사가도 아니고, 독일어도 못하고 만나는 사람도 한정 되어 있으니 무엇을 알 수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이런 숙제를 안고 하는 여행이 더 많은 호기심을 일으키니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며 맥주 한잔에 깊은 잠이 들었다.
제 1화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속 뒷좌석에 혼자 앉아 입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 꿈을 보았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픈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찾아온 나무 밑…”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에 나오는 노래다. 프랑스 샹송, 이태리 칸초네, 포르투갈의 파두 같이 사람의 감성을 파고드는 것과 달리 어쩐지 독일 민요 리드는 남자 바리톤이 불러야 어울리고, 또 사람을 깊은 사색의 세계로 끌고 가는 음악 같다. 그러면서 그것은 내가 오늘 돌아다닌 곳에서 얻은 느낌이 자연히 독일 리드의 무드로 나를 이끌은 것 같다. 다시 말해 나는 오늘 하루 베를린, 포츠담 두 도시를 바쁘게 돌아 다녔다.
그러나 베를린 중심 거리에 이름이 <보리수 밑(Unter den Lindenbaum strasse>) 이고, 그곳에 바로 세계에서 가장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낳은 대학 중 하나인 베를린 대학 앞에서 1800년대 초 나폴레옹의 열기가 한창인 당시 파격적으로 ‘헤겔‘을 대학 총장으로 영입했고 그리고 헤겔의 제 일성이“이제 더 이상 신학이 아니다, 철학이다”고 외쳤다는 그 사실이 나의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오늘 다녔던 여러 곳에서 헤겔의 외침 이전의 과거나 이후의 역사와 유물들의 잔해 속에서 헤겔의 호소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베를린 장벽을 보았고 그 앞에 유태인 학살의 사죄의 뜻으로 조성된 유태인 추모 기념 조형물도 보았다. 또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데부르크 문 위에 조각상이 나폴레옹의 의해서 프랑스로 빼앗겼다가 철의 제상 비스마르크에 의해서 다시 되찾아 다시 걸려있는 조각상도 보았다. 물론 히틀러가 독일인의 우수함을 보인다며 개최한 올림픽 경기장에서 잘 보전된 당시의 히틀러의 시대상인 여러 사진도 보았다. 그리고 하벨 강 건너 포츠담 회담이 열린 체칠리엔호프 궁전에서 동행했던 K교수님의 숨막혔던 회담 비사도 들었다.
베를린이 황폐화 되어 회담 장소를 찾던 중 바로 강 건너에 있는 별거중인 독일 빌헬름 황태자가 설계하고 지어서 출입구까지 따로 마련된 바로 그런 궁전의 구조가 회담 장소로 최적 이었다는 것과 회담 중 영국의 처칠은 선거에서 패배, 대표가 새 수상 애틀리로 바뀌고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거로 새로 트루먼 대통령이 와서 노련한 소련 수상 스타린의 독무대 였으나, 회담 중 트루만이 원자폭탄 성공 소식을 듣고 소련이 일본 참전의 대가로 무리한 요구를 물리 칠 수 있었고 그리고 결과 중 하나가 한국의 독립 보장이었다는 등이었다. 그리고 물론 바로 옆에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비교 된다는 프리데릭 2 세의 여름 궁전인 상수시 궁전도 보았다.
나는 혼자 생각해 본다. 1800년도 초 소용돌이와 휘 바람이 몰아쳐 러시아와 독일에서는 왕정 정치에 개혁이 일어나고 유럽의 민족주의를 고양시킨 바람의 주인공 나폴레옹과 같은 시대에 유럽의 회오리의 중심 베를린의 헤겔이 신성 로마 제국의 독일, 300 개의 봉건 왕의 나라 독일에서 이제는 신이 아니라 철학, 사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외침은 당연한 그 시대의 외침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그의 관념적 철학이 칼 막스의 유물론적 변증법으로 발전 되고, 그래서 20 세기는 공산주의 열풍으로 전 세계가 열병에 걸리지 않았는가?
관광가이드가 아마도 한국에서의 무상급식이 큰 이슈인 것으로 아는데 독일에서는 대학등록금이 없다, 복지가 어떻다 대신 살인적인 세금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창 밖을 내다 보면서 혼자 응얼거렸다.
“그래 신학도 아니고 철학 사상도 아니야, 이제 세계가 요구하는 것은 분배의 윤리야, 세금을 걷어 드리는 것부터 무상 복지까지 모든 문제의 핵심은 분배의 기술이고 철학이고 윤리이고 도덕이야, 헤겔의 시대는 이미 지났어.”
<다음주에 계속>
이영묵 약력
●1941년 출생, 서울대 공대 졸업
●1979년 워싱턴으로 이민
●소설‘우리들의 초상화’‘워싱턴의 도박꾼’‘워싱턴 달동네’출간
●‘워싱턴에서 살며 생각하며‘ 출간
●전 워싱턴 문인회장
●전 서울대 워싱턴동창회장
●전 서울대 미주총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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