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 나이 35세, 시리즈 통해 발자취 더듬어
▶ 이민•사회복지•가정폭력 지원서비스 등 다양, 후원자 인터뷰 등 과거와 미래 역할 제시
북가주 한인 봉사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가 오는 11월30일, ‘35주년 연례 축제’ 행사를 갖는다.
KCCEB는 35주년을 기념하면서 북가주 한인 이민 역사의 중심에서 삶과 애환을 함께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한인 사회와 보조를 맞춰 또 다른 35주년을 희망차게 준비하려 한다.
본보는 오랜 세월동안 북가주에서 한인 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준 KCCEB가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준 이들과 설립과정 등 과거와 미래를 지면을 통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 KCCEB는?
1977년 오클랜드에 설립된 비영리 봉사단체인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관장 이윤주)는 긴 세월동안 북가주 한인들의 이민 생활에 동반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인들의 고민상담소이자 해결 장소인 KCCEB에서는 영주권 및 시민권취득, 체류신분 변경, 비자연기, 가족 초청 등 전반적인 이민 서비스를 비롯해 저소득•임산부 의료 보험, 은퇴연금, 저소득층 노인생계비 보조(SSI, CAPI), 푸드 스탬프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인으로서의 긍지와 정체성을 갖고 주류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고등학생 대상 ‘청소년 지도자 프로그램(KAYA)’을 운영, 큰 호응을 얻었다.
KAYA는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통해 인종•성차별, 위안부 등 미국과 한국 사회의 이슈들을 다루기도 하면서 한인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장과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여했다.
이외에 방과 후 프로그램, 여름 캠프 등도 지원해 왔다.
KCCEB는 북가주 유일의 한인 가정폭력 예방 및 지원센터인 ‘쉼터’를 설립해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들을 폭력에서부터 보호하고 타 기관과 연결해 피해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해 주고 있다. 또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주•연방 정부에 한인 권익 대변 등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한인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오고 있다.
# KCCEB의 시작과 배경
미국 전체 한인 이민역사를 보통 3기로 나누기도 한다. 1903-1945, 1945-1965, 그리고 1965년 이후이다. 미 법무부 이민국 통계연보를 보면 1948년-1950년까지 107명, 1951년-1960년까지 6231명, 1961년-1970년까지 34526명의 한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60년대 후반에 들어 한국에서 오는 이민이 늘어나면서 이스트베이 지역으로도 한인 이주가 활발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인들의 정착에 필요한 기본적 서비스를 교회에서 제공하게 됐다.
헤이워드 주립대 전종섭 교수의 회고록을 보면 1968년 이스트베이로 이주한 후, 같은 대학 통계학 교수 한명 만 한인일 뿐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교회는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가 전부였다고 전하고 있다.
이같이 한인이 드물었던 시절 오클랜드 감리교회의 교인으로 KCCEB의 설립을 돕고 현재도 봉사회의 후원자로 활동하는 민모(익명 요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설립배경 등 역사를 더듬어 본다.
◇이민은 언제 왔으며, SF지역은 언제 오게 됐나.
▶1955년 볼더 콜로라도 주립대 유학생으로 오게 됐다. 당시는 생활비 송금이 많이 허용되지 않았고 또 한국 상황이 어려운 때라 돈이 되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하면서 학교를 마쳤다. 졸업 후 IBM 뉴욕본사에 첫 직장을 갖고 일하던 중 1971년에 샌프란시스코로 전근 하게 됐다.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가.
▶1972년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 한국 교회에 가기를 희망하셔서 주소록을 통해 보고 찾아갔다. 당시 상항 감리교회에서 목사와 전체 목회가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로 옮겨와 교회가 매우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음해인 73년에 상항 감리교회 목사와 목회가 다시 옮겨 간 후 어머니와 내가 남아 노인분들에게 사회봉사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던 중 김광진 목사가 오게 됐고, 다시 교회가 번창하게 됐다.
◇KCCEB는 어떻게 설립됐나.
▶이민사회와 밀접히 연계하면서 이민자들의 정착에 필요한 여러 요구를 미국 연합감리교단에 전하게 되었다. 1976년쯤으로 기억되는데 그 결과로 5만달러의 소수민족 기금을 받게 됐다. 원래 취지는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 등 목회 내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하는 것이었지만, 모든 한인들이 종파에 관계없이 친밀히 접근하고 공평한 혜택을 받으려면 종교성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KCCEB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KCCEB는 당시 어떤 활동을 했는가.
▶당시 대규모의 이민이 밀려오면서 새 나라에 정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사는 장소도 구하고, 기초 영어도 배우고, 직업도 얻고, 공공기관에서 보조도 받는 등 정말 바쁜 날들이었다. 모두 서로를 도우며 어려움을 나누고 긍정적 기운이 넘치고 활기찼다.
◇KCCEB는 민 선생님의 지속적 후원에 감사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1976년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국제협회로부터 표창도 받고, 인력개발원의 전신인 ‘Korean Service Center’ 이사장도 역임하는 등 자선활동을 꾸준히 해 온 걸로 안다. 이같은 자선활동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대학시절 결핵성 척추염으로 대수술을 하고 ‘National Jewish’ 병원에 2년간 입원했었다. 당시 돈도 가족도 없었던 날 도와줬던 그들과 긴 투병 끝에 다시 건강해진 나를 생각하면, 정말 이 세상에 신세를 많이 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갚으려 한다.
◇자선(Philanthropy)이란 말의 라틴 어원은 인간에 대한 사랑, 우리를 가장 인간적이게 할 수 있는 마음과 행위의 정수를 뜻한다. 민 선생님의 자선은 그러한 정수가 녹아있는 듯하다. 자선을 생각하거나 망설이고 있는 한인들에게 해줄 말은.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자선은 이 둘 모두를 이루어준다. 한인 사회의 문제들은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결국은 돌고 돌아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CCEB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CCEB가 있어줘서 고맙고 건강한 의식을 가진 새 지도자가 와 줘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인들은 소규모 ‘in-group’ 내에서는 매우 너그럽다. 교회나 동창, 출신 지역 등이 좋은 예이다. KCCEB가 이런 ‘in-group’ 정신을 전체 한인 사회로 확대할 수 있는 바람을 일으킨다면 우리 사회는 자선이 가득한 사회가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은퇴하고 시간이 많으니 봉사도 하고 또 노구를 따라오는 건강문제도 돌보고 있다. KCCEB와 꾸준히 연을 맺어 한인 사회의 질적 향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KCCEB: (510)547-2662
<인터뷰: 이윤주 관장>
<자료 수집 및 기사 보조: Angela Lee•이수진, 봉사자 코디네이터>
KCCEB를 태동시키는 배경이 된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의 1943년 당시 옛 모습과 교인들. (사진출처: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약사)
1980년대 후반 텔레그래프 애비뉴와 44가 사이에 고려촌이 건설돼 한인 상가들과 KCCEB가 들어서게 됐다. 사진은 고려촌이 완공된 뒤 한인들이 오프닝 행사에 모인 모습.
사진은 북가주 한인사회 봉사 역사에 한획을 그은 KCCEB가 들어선 고려촌 건설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 전경.
KCCEB는 1990년대 동등한 인권과 한인을 위한 탁아소 등의 활동을 하며 한인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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