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초창기, 한인들 도움 받을 곳 없었다”
▶ 늘어나는 한인 이민자 위한 봉사단체 절실, UC버클리 일레인 김 교수, KCCEB발전에 공헌
1960년 중반 까지 미국 내 이민자의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당시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5년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 수를 제한하는 법이 폐지되면서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인과 아시안 이민자 수가 점차 늘자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 등 아시안 건강진료소(Asian Health Services), 아시안 정신건강 서비스(Asian Mental Health Services), 중국인 진보협(Chinese Progressive Association) 등 여러 아시안 봉사단체가 설립되게 됐다.
1977년 설립된 KCCEB의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권 운동가이자 UC버클리 아시안 아메리칸 스터디학과 일레인 김(Elaine Kim)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60•70년대 이민사회 모습과 한인봉사회 설립당시를 돌아본다.
◇한인커뮤니티에 유명한 아이콘(icon)으로 한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는 분을 만나 반갑다. 이렇게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인물을 만나면 당시 시대 등 체험담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그 시대의 형성물이라 생각한다. 만일 19세기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자녀가 12명은 있는 어머니에 어떤 이의 부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100년 이후에 태어났다면 도대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누가 알겠나. 허나 한 지정된 시점과 장소에서 태어나게 됐고 여러 가지 사회적 변화와 흐름이 있어 이 커뮤니티 안에서, 또 이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게 됐다. 당시 상황이 한국계 미국인과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새로운 능력성장개발 방법에 관심을 갖게 한 것 같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교사나 대학교 영어교수가 되려고 했었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닐 때 컬럼비아대 교수들이 “당신과 같은 얼굴을 가진 이가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쉽지 않을 거다. 아시안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신이 영어를 못할 거라고 지리 짐작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런 어려움에 당면해 있었다. 컬럼비아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 갔다. 1960년도에 한국에 산 경험은 한국, 한국사람, 한국계 미국인을 더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 뒤 미국에 돌아와 버클리대 박사학위에 편입했다.
◇미국에 60년대에 와서 버클리에 정착한 걸로 안다. 그때가 대규모 한인이민자들이 처음으로 미국에 도착했을 시기인줄로 알고 있다.
▲그때는 아직 아니었다. 1970년 전문직, 기술직 종사자들과 이들의 친지들이 오게 됐다. 그렇다고 변화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았다. 당시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한국을 떠나 미국에 왔다. 컬럼비아에서 버클리 영어학과로 편입했다. 허나 그때는 UC버클리 캠퍼스 전체 한국 학생이 다 합쳐 70명 정도였다. 1980년대 이민 온 경우 어린 자녀들이 있어서 이들이 성장한 후 1990년대 많은 한인들이 UC버클리에 오게 됐다. 우리가 KCCEB를 시작할 당시 이민사에도 나타나게 된다. 서부에 아시아계 미국인이 조금 더 많이 있었고, 난 한인과 한국계 미국인을 연구하고자 했다. 같이 수업을 듣던 이들 중 몇몇이 KCCEB를 세운 최초의 설립자들이 됐다.
◇김 교수님과 인터뷰 전 민모(10월14일자 A11)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KCCEB가 연합감리교회 교단으로부터 5만달러를 기부 받아 설립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KCCEB 설립에 어떤 식으로 참여했나. 혹시 그 교회 소속이었나.
▲교회에 속하지 않았다. KCCEB 설립에 가담하진 않았고 초창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설립에 기여한 켄 이, 원복씨 등이 내 학부학생 이었다. 1969년도 김기목, 광우씨 등도 알게 됐다.
◇한국 학생들에게 쏟은 교수님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KCCEB의 설립으로 이어진 것 같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당시 한국과 미국 사이 경제적, 사회적 차이가 아주 컸다. 미국에 온 한인들은 직업이 필요했고, 번역, 이민 서비스 등 전반적인 모든 것이 필요했다. 어떤 한인들은 소규모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싶어 했는데 영어 소통이 자유롭지는 못했다. 우리는 학생들이었지만 영어를 잘 했기 때문에 한인들이 주류사회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KCCEB는 한인커뮤니티가 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어떤 면이 변화되었으며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나. 미주 한인사회에 어떤 것이 발전돼 가고 있다고 보나.
▲KCCEB가 1970년대 후반에 설립됐을 당시 커뮤니티 봉사에 대한 강한 정신이 있었다. 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도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고 노력했다. 요즘에는 개인들의 봉사참여정신이 부족하다. 공립학교 교육의 질과 건강보험체계는 나빠지고 개인이나 자녀가 있는 부모는 아이들의 권리와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도와주는 이가 없다면 삶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 사회에 개인주의가 팽배하다보니 커뮤니티에 다른 누구라든가 공동체 전체에 대해 걱정할 틈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지역사회 봉사단체들에게 아주 힘든 시기인 것 같다. 가난하고 권리를 알지 못하고 억압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도전의 연속이다. 요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30년 전 보다 적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KCCEB와 같이 봉사 목적이 분명하고 권리와 혜택을 받도록 도와주는 기관들이 필요하다. KCCEB가 이런 분들을 도와주는데 전력을 다했으면 좋을 거라 생각된다.
◇자기 자신과 가족을 돌보기도 힘이 들고 다른 것을 할 만한 여유도 거의 없죠. 그런 여유도 없을 때 왜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죠. 봉사는 교수님께 어떤 의미를 가지며 왜 중요한가.
▲미국에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이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허락된 한도만큼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이고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더욱 편안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의 한 부분은 외로움일 수도 있다. 많은 이민자들이 모국을 떠나 왔을 때 외로움을 경험했을 거라 생각한다. 가령 이민 온 후 시간이 지나 자녀, 손자, 손녀 등과 같은 언어로 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 하겠는가. 우리는 오직 돈을 많이 벌수 있을까, 자녀가 대학에 가게 될까, 좋은 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하지만 난 KCCEB와 같은 봉사단체에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면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임종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아, 하루 더 일했어야 하는 데”라든가 “한 가지 더 구입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가졌던 인간관계들을 기억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봉사와 같이 남을 도왔던 기억 같은 거 말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UC버클리에서 아시안 아메리칸 스터디를 가르치고 있다. 이젠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고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어떻게 영화에서 표현되는지 등 관련 영화들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 ‘Slaying the Dragon: Reloaded’라는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감독했다. 아시아계 여성이 할리우드와 인터넷 등에 어떻게 표현되는 지에 관한 것이다. 지난 25년간 제기된 문제였고, 영화 배경은 1980년 중간부터 현재까지이다.
인터뷰: 이윤주 관장
자료수집 및 기사보조: Angela Lee (이수진)
오클랜드 텔레그래프와 43가에 위치한 고려촌이 80년대 후반 건설돼 다른 한인 업소들과 함께 KCCEB가 들어서게 됐다. 사진은 고려촌 건립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한 일레인 김 교수(왼쪽에서 3번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