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유럽의 금융위기와 금값 폭등 등 큰 악재들이 겹치면서 경제 회복의 기대는 다시 2012년으로 넘어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마침내 마무리됐고, 한식 열풍은 뉴욕에서도 강하게 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지만 소셜네트웍(SNS)의 성공시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 한해 뉴욕한인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뉴스를 정리해본다.
■한미 FTA 비준=한국과 미국의 무역 장벽을 허무는 FTA 협정이 지난 10월12일 미국의회와 11월22일 한국 국회에서 비준됐다. 지난 2007년 협상이 타결된 뒤 재협상을 거쳐 4년여만이다. 한미 FTA로 미국 경제와 한인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산 식품과 의류, 섬유 등이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로 수입되면 한인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고, 한인 비즈니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서비스 분야 개방으로 전문직 한인들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금융위기=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한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단일통화 사용으로 독립적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면서 2011년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지난해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국가 부도를 겨우 면하고 있으며, 유럽 경제규모 3,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재정적자가 심각해졌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는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 처리과정에서 발생했고, 유로존 단일통화 사용으로 인한 만성적 무역적자에서 기인한다. 남유럽의 금융위기가 내년도 세계 경제의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식세계화 열기=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뉴욕에 불어닥친 한식 열풍이 올해는 더욱 다양한 분야로 폭넓게 확산됐다. 한국 정부가 지원한 각종 한식 이벤트도 다채로웠지만 무엇보다 한인 요리사들은 물론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은 스타 요리사들이 자신의 식당을 통해 한식 전도사로 나섰다. 코릴라 트럭을 운영하는 3명의 젊은 한인 2세들은 역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7월에 센트럴팍에서 열린 제2회 코리아데이는 현지 업주들의 노력으로 한식과 한국 문화를 알린 행사였다. 국가적인 지원과 현지의 비즈니스 가능성 확대, 젊은 세프의 등장 그리고 한식 마케팅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의 관심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된 결과다.
■월가 시위=상위 1%를 위한 사회에 대한 99%의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었다. 10월초 소규모 시위대에 의해 촉발된 월가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가 미 전역으로 단시간내에 확산된 것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 격차에 분노를 느끼는 일반 대중이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시위는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버지니아 등 동부는 물론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시애틀, LA, 앵커리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시위대가 모여 금융권 개혁과 과도한 빈부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초반에는 침묵을 지키던 정치권도 이를 정치 쟁점화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며 금융개혁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금값 폭등=올 한해 금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름새를 계속했다. 지난 1월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당 1,373달러70센트에서 시작한 금 거래가격은 지난 4월 1,500달러, 8월에는 1,7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연달아 갱신했다. 지난 11월6일에는 온스당 1,923달러70센트에 거래돼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으며 지난 2일에는 전주 대비 3.46% 오른 1,747달러로 전년대비 상승률
22.8%를 기록했다. 이처럼 금 가격이 오르자 한인 귀금속 업소들에는 올 상반기 금투자 문의가 빗발쳤다. 올봄 170달러 내외에 판매되던 돌반지 한돈(3.75g)은 여름 들어 200달러까지 치솟아 돌반지 수요가 절반이상 급감했다. 현재 돌반지 가격은 220달러 내외로, 올 초에 비해 30%가량 오른 상태다.
■부동산시장 하향세=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바닥을 헤맸다. 모기지 이자율이 올 초부터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결국 지난 10월 사상최저치인 3.94%를 기록했다. 1971년 이래 모기지 이자율이 4%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11월 또 한차례 4% 아래로 떨어졌음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은 가격과 매매량에서 모두 불황을 면치 못했다. 전국 부동산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시즌인 8월 주택계약수는 전년대비 1.2% 하락했으며 신규주택 구매수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7.7%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여러 복안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한해였다.
■SNS 활성화=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웍시스템(SNS)은 기업과 스몰 비즈니스, 소비자 모두에게 경제 활동은 물론 실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미국인의 4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타블렛 컴퓨터가 빠르게 판매되며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PC에 버금가고 있는 물적 기반이 확보되었다. 이에 따라 비용면에서 TV와 신문 등 기존의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할 수 없었던 소기업, 소상인들은 순발력 있는 SNS를 통해 오히려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이 가능해졌다. 교촌치키과 모노모노, 미쓰코리아 등 식당을 중심으로 한인 업주들도 각종 이벤트와 홍보 행사를 마련할 때 SNS로 주류 관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서거=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월5일 사망했다. 맥킨토시 컴퓨터로 퍼스널 컴퓨터 시대를 연 잡스는 이후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말 그래도 ‘세상을 바꾼’ 제품들을 계속 발표해 헨리 포드, 에디슨과 비견되는 혁신가의 반열에 올랐다. 잡스는 탁월한 발명가와 기업가로서도 추앙받았지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인생 자체로도 많은 이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무엇보다 췌장암에 걸린 이후 남은 인생을 오로지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걸었던 그의 모습은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은 11월 출간직후 계속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박원영.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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