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외국인 `아이러브 코리아`
사진설명:세종학당에 1층에 놓인 게시판에는 남편이 한인 아내에게 쓴 편지, 임신 한 내용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쓴 편지가 전시돼 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기분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하얀색, 검은색 피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인종들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어떤 공통 관심사가 상관관계가 없는 이들을 한자리에 있게 만들었을까.
칠판에는 꾸불꾸불 ‘ㄱㄴㄷㄹㅂㅁ’이 쓰여 지고, 입에서는 서투른 한국어가 나오지만 자리에 앉은 이들의 눈에는 열정이 가득하다.
샌프란시스코 가주국제문화대 내 ‘세종학당’에서 말로만 듣던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뜨거운 열기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레벨 1~6까지 한국어 실력에 따라 나누어진 교실에는 60여명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일까. 무엇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만들었을까. 이들에게 한국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한국어의 매력과 다양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설명:한국어는 이제 입문한 초짜지만 배우려는 열정은 ‘넘버1’이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가고 싶어, 사랑해 코리아”
한국어 왜 배울까?
대다수의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와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이것이 한국을 알고 싶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입에서 빅뱅, 2PM, 소녀시대 등의 이름을 듣기란 한인보다 더 쉬웠다.
제럴드 메난살라는 “한국 가요를 들은 지 11년이나 됐고 한국음악을 심층적으로 알고 싶다”는 이유를 밝혔다.
한인 입양인 애런은 “한인여자 친구가 있다”면서 “한국을 일주일 간 방문할 예정”이라며 고국에 가는 설렘을 이야기 했다. 안젤리카 캐인과 다트리나 존스는 “어느 순간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졌다”며 “한인이 느끼는 언어적 감정과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피 올로위는 “한국어의 소리와 리듬이 좋았다”며 “꼭 한국에 가서 남산타워에 올라가고 역사의 고장 안동에도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마이클 쿠드슨은 부동산 브로커로 지난 1년간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는 “LA출신이라 그런지 한국 친구들이 많다”며 “한국고객도 상대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도 한국어로 고객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리 챈은 한국 관광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설명:레벨이 가장 높은 6반 학생들이 고무로 만든 닭을 홈쇼핑을 통해 파는 설정을 하고 각자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챈은 “한국에 가서 한국이란 나라를 보고 느끼고 직접 체험하고 싶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니카 코프는 한식을 사랑하는 프랑스어 교사다. 코프는 “남편의 나라인 한국을 더 자세히 알고 싶고, 시부모와 한국어로 의사소통도 하고 싶다”며 “같은 언어로 가슴 따뜻한 대화, 일상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한은 한인 2세다. 그의 부모는 이민 와 누구보다 성실히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한은 부모와 한국어로 말할 시간이 없었다. 같이 살던 할머니와 어릴 적 한국어로 얘기하던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사용을 안 해 많이 잃어버렸다. 그는 “지금이라도 한국어를 배워서 모국의 문화를 알고 싶었다”는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같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각자 다르듯, 한국어를 배운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레벨 6 학생들의 경우, 한국어를 배운 기간이 평균 3년에 달한다.
그래서 한국어 실력도 서로 대화가 가능할 만큼 다른 반에 비해 월등하다. 뎀바 립트로트는 유창한 한국말로 “몇 년 전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했다”며 “당시 한국말을 못해서 힘들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다 보니 재밌어서 계속 공부한 것이 3년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인터뷰 내내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준 2반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당 학생들은 한결 같이 한국어는 어렵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보다 어쩌면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외국인. 이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문화를 사랑한다. 한인 2,3세들이 한국어를 잃어버리고 문화를 잃어버리고 있을 때, 외국인들은 교실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들은 한류로 대표되는 드라마와 K-pop을 넘어 한식과 한국문화 한국어를 사랑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다 같이 “사랑해요. 대한민국”을 외쳤다.
사진설명:포장마차 등 거리 음식에 대해 진지한 토의를 벌이던 4반 학생들의 학구적인 열정에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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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예절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이먼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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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생 중국계 사이먼 루는 19살 청년이다. 미 정부에서 실시한 언어 관련 장학생에 선발돼 올 여름 2개월 간 한국에 언어 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애착이 대단하다.
그의 어머니는 드라마 ‘대장금’의 팬이다. 그런 모친과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복의 아름다움과 음식 등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풍습과 예절에 푹 빠지게 됐다.
루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2월에는 순천향대학에서 제공하는 언어 프로그램 장학생에 뽑혀, 올 2월부터 6개월 동안 한국에 가게 된다. “한국의 문화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한국에 가서 더 많은 한국과 문화를 배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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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
엘리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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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 존스의 어머니는 한인이다. 그는 영어와 서툰 한국어를 섞어가며 어머니와 말하지만 한국어로만 대화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또 한국에 사는 외가 식구와 한국어로 말하고 싶다. “한국영화를 보고 한국 신문을 읽고 한국 뉴스를 봐요. 엄마 나라의 언어라 그런지 한국어 배우는 게 재밌어요. 어머니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생각을 하면 즐거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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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이해 위해 한국어 배워”
스티븐 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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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컬크는 한국어 이중 언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SF 소재 클레어 릴리엔탈 초등학교의 교사다. 그는 6학년에서 영어와 역사를 지도하고 있고, 프랑스, 스페니쉬, 독일어 등 6개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언어적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 그가 한국어를 배우기로 한데는 학생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책임감과 한인 제자들에 대한 무한 사랑 때문이다.
“한국어를 구사하게 되면 학부모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게 되고 그 가족과 제가 가르치는 학생, 한국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회가 되면 한국도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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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와 K-pop이 날 살렸다”
니콜 디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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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인 니콜 디메사는 필리핀에서 18살 때 이민 왔다. 그는 필리핀에 있는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에 힘겨워 했다. 밤새 눈물 흘리다 지쳐 잠을 청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마음에 고초를 겪던 디메사에게 한국 드라마와 K-pop은 구세주와 같았다. 그는 더 이상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훌훌 털고 일어나 1년 동안 혼자 한국어 독학을 하다 가을학기부터 첫 수강을 하게 됐다.
“미국에 왔을 때 사람도 다르고 친구도 없고 고향이 그립고 외로웠어요. 하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고 k-pop을 들으면서 마음에 위안이 됐어요. 특히 한국 드라마에는 가족애가 담겨 있어서 고향집에 있는 행복감도 느껴졌어요.”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언어를 동경한다는 디메사는 지금은 외롭지 않다고 한다.
“집이 그립기는 하지만 위안이 되는 K-pop이 있어서 예전만큼 힘들지 않아요. 제 꿈은 한국에 가는 거예요. 그때까지 열심히 한국어를 배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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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따라 가고픈 한국 간다”
노바 리디아, 라일리 리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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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리디아와 라일리 리디아는 부녀지간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에서 프로젝트 디자인을 하고 있는 남편을 따라 울산 현대로 가게 됐다.
이들 부녀는 한마디로 ‘붕어빵’이다. 둘 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국 드라마와 K-pop 마니아다. 한국 가요를 매일 듣고 아이유 팬인 아빠를 한국말로 ‘삼촌팬’이라고 부른다. SF주립대에 재학중인 라일리는 K-pop 댄스동아리 소속일 정도로 한류에 빠져있다.
엄마인 노바씨는 한국 드라마 ‘광팬’인데 한국에 가게 됐다며 ‘행운’이라고 즐거워했다.
“우리는 서로를 아줌마, 아저씨라고 불러요. 가족에게 한국은 많은 영향을 줍니다. 1월22일 한국으로 떠나 1년6개월 동안 머물 겁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대신 한국어를 배우며 많이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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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고 싶어, 사랑해 코리아”
한국어 왜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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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와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이것이 한국을 더 알고 싶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입에서 빅뱅, 2PM, 소녀시대 등의 이름을 듣기란 한인보다 더 쉬웠다.
제럴드 메난살라는 “한국 가요를 들은 지 11년이나 됐고 한국음악을 심층적으로 알고 싶다”는 이유를 밝혔다.
한인 입양인 애런은 “한인여자 친구가 있다”면서 “한국을 일주일 간 방문할 예정”이라며 고국에 가는 설렘을 이야기 했다. 안젤리카 캐인과 다트리나 존스는 “어느 순간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졌다”며 “한인이 느끼는 언어적 감정과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피 올로위는 “한국어의 소리와 리듬이 좋았다”며 “꼭 한국에 가서 남산타워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류로 대표되는 드라마와 K-pop을 넘어 한식과 한국문화 한국어를 사랑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다 같이 사랑해요. 대한민국”을 외쳤다.
<김판겸 기자> p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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