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움(Asian Art Museum)이 지난 9월 16일부터 4개월간 개최한 조선시대 분청사기 특별전이 오는 1월 8일 막을 내린다. 아시안 아트 뮤지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샌프란시스코 전시회에는 삼성 미술관 리움소장의 조선시대 분청사기 60여점이 선보였다. 또 현대 도예 작가와 케이 강 등 로컬 작가의 작품도 선보였다. 그리고 작가 시연회와 한국문화의 날 행사,학술 심포지엄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열렸다. 본보는 최인선(Linda Inson Choy) 한국 현대 미술독립 큐레이터의 특별 기고를 통해 전시회 의의와 한국 도자의 전통과 본질을 새로운 맥락에서 재조명해봤다. <손수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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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조선 분청사기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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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움 “흙으로 시를 빗다”주제 4개월간 개최
한국 도자 특유의 미술 형식을 감상하고 이해할수 있는 하는 기회 제공
케이 강 등 지역작가 작품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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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움이 지난 9월부터 개최한 분청사기 특별전은 한국 특유의 미술 형식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장을 제공하고 8일 막을 내린다.
“흙으로 시를 빚다” 삼성 미술관 리움 소장의 분청사기 전시회에는 15-16세기에 제작된 보물6점등 60여점이 전시됐다. 예술은 특정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의 성향과 그 시대의 예술 조류를 추이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한국 도자기 또한 그 제작자와 사용자들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전통의 미술품 중 대표 장르로 분청사기를 꼽는데, 이 도자기 형식에서는 이전 시대에 성행했던 형식적이며 귀족적인 청자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미감이 표출된다. 예술 작품인 동시에 생활 용기로써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분청사기는 현대 한국인의 생활 속에도 깊숙이 존재하고 있다. 이렇듯 오래된 역사와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분청사기의 전통은 여러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어 왔다.
조선 초기에 일상 용기로써의 기능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분청사기는 한국 특유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고 평가 받는다. 분청사기는 생활 용기로써의 본래의 기능성에 시간이 지나갈수록 미술품으로써 우아하고 세련된 감각을 더해 갔다. 다양한 표면 장식 기법과 더불어 특이한 형태를 표출한 분청사기는 다른 어떠한 도자 형식과 확연히 구별된다. 분청사기 도공들은 기존 전통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듯 하며, 15, 16세기의 분청사기 디자인에는 놀랍게도 현대성과 추상성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또한 변화 무쌍하고 익살스러운 분청사기의 모티브에서는 한국인들의 성향이 잘 엿보인다.
이 전시의 묘미는 치밀한 기획과 전시 주제들의 조화로움이다. 전시의 모든 주요 부분들이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고, 전시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특히 전통의 도자 예술을 고민하고 재현한 현대 작품과 함께 오륙백 년 전의 분청사기를 어우러져 전시하여, 관람자들로 하여금 근본적인 문제의식, 즉 예술 형태와 역사적 맥락들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한다. “흙으로 시를 빗다” 전시의 모든 현대 미술 작품들은 도자라는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이 전시는 무에서 유가 창출되는 것은 없으며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예술에서 영감과 영향을 받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흙으로 시를 빗다” 분청사기 전시의 전문성은 전시 안내 텍스트와 전시장 레이아웃에서도 엿보인다. 김현정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전통 분청사기 부분을 장식 기법, 형태, 문양, 세가지 큰 주제로 자연스럽게 분할하였는데, 관람자들이 분청사기라는 특수한 예술 형식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심도있게 다각적으로 전시 컨셉을 기획하였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전통의 미술 형태와 현대 미술이 조화롭게 이어지고 있다. 관람자들은 박영숙 작가의 바리모양 분청 작품에서 인화기법이라는 전통의 장식기법을 연결시킬 수 있으며, 윤광조 작가의 추상적인 분청 작품에서 자유로운 분장의 표현력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현대 작품과 전통작품을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현대작가들이 전통 미술에 내재되어 있는 깊은 가능성을 끌어내며 전통 도자를 시각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본래 보자기 전용이었던 전시 케이스 안에는 하인선 작가의 연필 드로잉 여섯 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큰 한지 위에 초현실적으로 깨어진 달항아리를 그려 넣기도 하였는데, 어떤 도자기에는 섬세하게 나비들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하 작가의 작품은 깨어진 물체 안 깊숙이 존재하는 재생과 재활의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수경 작가가 도자기 파편들을 금을 이용하여 이어서 붙인 유기체 조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버려진 것들 속에서 부활하는 새로운 추상적인 형태들을 정교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중 샌프란시스코 체류의 한인 작가도 포함되어 있다. 케이 강 작가는 1세대 동포 작가로서 한국의 문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시각화해 왔다. 그동안 그는 열정적이며 강인하게 여성 권리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사회에서 도출된 문제의식들을 그의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과거의 경험에서 끄집어낸 이야기거리들이 작품 주제들로 다루어지곤 하는데, 헌터스 포인트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에는 그의 예전 고민거리들과 작가로서의 고충들이 표출된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고민들과 고충은 분노가 아닌 그리움으로 승화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케이 강 작가는 미국 유학 온 뒤 교환한 본인과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편지들을 소재로 100자 넘는 문자만이 가득찬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전통 붓으로 한지 위의 위아래로 써 내려간 한글 단어들은 작가의 가슴 속 깊이 존재한 그리움이 스며들어 있다.
그 그리움들의 글자와 단어들은 캔버스의 부드러운 청회색 배경에 영혼의 그림자를 만들며 떠다니고 있다. 케이 강 작가의 다른 한국적인 작품에서는 한지 위에 굵고 강인한 필묵을 사용하여 강렬한 추상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흙으로 시를 빗다” 전시에는 케이 강 작가의 타블렛 작품 네 점이 한 작품처럼 그룹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들 작품들의 모티브는 당연히 한국의 전통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물고기 문양, 인삼 무늬 등은 전통 분청사기에서 나타난 것인데, 이를 작가는 도자기가 아닌 문양만으로 떼어내어 현대화하였다. 작가는 한 타블렛에는 청자의 색감을 재현하기도 했고, 다른 전통 도자기에 사용되었던 흑유 색채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도 하는 등, 한국 도자기의 오랜 전통을 재해석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 전통 유물들을 한국 밖에서 체험한 작가의 관찰력과 느낌을 엿볼 수 있다.
“ 흙으로 시를 빗다”는 치밀하게 기획되고 복합적인 주제를 논리 정연하게 풀은 진귀한 전시이다. 요즈음 급격히 성행하는 유흥성이 강하거나 관람객수를 겨냥한 미술 전시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흙으로 시를 빗다”는 관람자들에게 그와는 다른 전시가 더욱 의미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핵심과 실체가 있는 이 전시는 폐막 이후에도 그 시각적 영감이 계속 우리 마음에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글 최 인 선 (Linda Inson Choy) 독립 큐레이터 >
분청사기 전시회 관련 3인방
특별전시회를 기획한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움 김현정 큐레이터(오른쪽부터)와 특별 기고자 린다 최 독립 큐레이터, 로컬 작가로 작품을 전시한 케이 강씨
작품앞에선 케이 강 작가
로컬 작가로 특별 참여한 Kay Kang가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자신의 타블렛 작품앞에 서있다.
분청사기 특별 전시실
보물 6점등 조선시대 분청사기 60여점이 4개월간 선보였다. <사진 아시안 아트 뮤지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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