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캠벨은 18세에 뉴욕-LA를, 21세에 호주의 시드니에서 퍼스까지 3,200마일을, 24세에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모로코까지 정글과 사막을 가로질러 1만 마일을 걸어서 횡단했다. 그리고 27세에는 스페인을 떠나 유럽을 한 바퀴 돌고 영국에 돌아왔다.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13세 때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서 그랬다”라고 대답하고, 누구에게 말했느냐고 묻자 “나 자신에게 했다”라는 짤막한 답변을 남겼다.
마샬 울리치는 50세에 캘리포니아의 데스 밸리를 4번 왕복하고 57세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하루 60마일씩 달려52일에 주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60세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배드워터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했고, 대회가 끝나자마자 알프스로 향해 5개 최고봉에 등정했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6대륙 7대봉에도 올랐다. 왜 그랬는가라는 질문에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늙었다, 너무 멀다, 너무 어렵다는 말을 제거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캠벨과 울리치는 무엇엔가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축복임을 보여주었고, 의지력의 끝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전반적으로 인간 의지력은 점점 나약해져 왔다. 1960년대에는 “기분 좋으면 해라”(If it feels good, do it), 70년대는 ‘자긍심’(self-esteem) 운동, 90년대는 ‘감성’(emotion) 중시를 거치며, 의지란 단어는 설 자리를 잃었다. 최근 들어서는 ‘헬리콥터 부모’가 등장해 그나마 그것을 의존한다는 의미의 의지력(依支力)으로 변질시켰다.
갤럽연구소가 실시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친절ㆍ용감ㆍ솔직’이었다. 의지력은 등수에도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자제력’(self-control) 부족이 1위로 올랐다는 사실이다.
플로리다 주립대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자제력은 의지력과 맞물려 있다”고 역설한다. 사실 의지력과 자제력 부족증세는 현 시대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질병이다. 암이나 심장마비는 개인을 무너뜨리지만, 자제력과 의지력 부족으로 발생되는 학교폭력, 가계와 정부 부채, 술과 마약 중독은 사회전체를 신음하게 만든다.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의지력 훈련을 거친 사람은 흡연, 음주, 불량식품 섭취, 충동구매가 현저히 줄어들고, 대학생들은 학점이 올라간다.
그렇지만 화살이 날아갈 때 공기라는 저항이 존재하듯, 의지력을 발휘하려는 순간 유혹이라는 훼방꾼이 나타난다. 그것도 아주 작은 모습으로. 오늘 하루 담배 한 개피를 피운다고 건강을 해치지 않고, 한번 숙제를 빼먹는다고 학점이 곤두박질치지 않으며, 케익 한 조각 더 먹는다고 급작스레 살이 찌지 않고, 하루 빠진다고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지력을 어떻게 키울까. 글루코스가 떨어질 때는 자제력과 의지력이 약해지기에 레몬주스를 많이 마시라는 바우마이스터의 권고를 따를 수 있다. 좀 더 실질적인 힌트는 1960년대 스탠포드 심리학자가 네 살짜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찾을 수 있다.
과자를 쳐다보며 이를 악물고 참은 아이들은 유혹에 넘어갔지만, 눈을 감거나, 등을 돌려 앉거나, 신발 끈을 만지고 놀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아예 책상 밑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버텨냈다. 유혹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능동적으로 다른 짓을 한 것이 암시다. 곧 의지력은 기술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닌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특히 스펙을 만들어내느라 지친 몸, 주어진 것만 겨우 해내는 식어버린 가슴, 딱히 해보고 싶은 것이 없는 무기력함, 삼중주 굉음에 시달리는 학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니얼 홍/ 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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