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 깅그리치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트 롬니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그가 11월 선거에서도 오바마를 누르고 승리한다면 그는 최초의 몰몬교를 신봉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미국을 백인 앵글로 색슨 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규정할 수 있던 시대는 1960년에 존 F. 케네디가 최초의 가톨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1964년과 65년의 민권법과 투표권법 등으로 흑인들이 대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흑인 정치인들이 여성 정치인들과 함께 연방 의사당에 드물지 않게 되는 현상을 거쳐 버락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됨으로써 WASP 남자들만이 미국 정치 중심을 주름잡던 시절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케네디 이전에 신교도가 아닌 사람들이 대선에 도전하면 종교가 이슈의 하나였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롬니의 몰몬교 교적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엄청난 사회 변천을 읽을 수 있다.
왜냐하면 불과 122년 전인 1890년에 연방대법원은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몰몬교)를 폐지하고 그 종교의 재산을 몰수하는 연방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몰몬교는 19세기 초기에 조셉 스미스가 창설한 종교다. 당시의 미국의 개신교들이 몰몬교를 이단으로 취급하고 정부와 사회 전반이 그 종교에 속한 사람들을 박해한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몰몬교가 조셉 스미스의 몰몬경을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과 동등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둘째 이유는 몰몬교가 남자들이 여러 아내를 거느리는 것이 하나님께 대한 의무의 하나로 규정했었기 때문이다.
일리노이 등 중부 여러 주에서 핍박을 당하던 몰몬교도들은 현재의 유타주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들 나름의 자치를 하기 시작하면서 몰몬교를 종교법인으로 등록시켰다. 그러나 연방의회는 몰몬교도들로 된 유타 지역의 의회를 무시하고 몰몬교의 종교법인을 취소하는 법을 통과시킨 결과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이었다.
그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몰몬교가 일부다처를 교리와 실천 신조로 삼고 있는 것은 범죄일 뿐 아니라 문명세계의 정서로 보아 가증한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리고 일부다처 교리와 실천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는 몰몬교도들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인도의 어떤 종교들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종교적 의무라고 진실하게 믿는다고 해서 그들의 행습이 종교의 자유라는 보호막 아래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이유에서 연방 정부가 몰몬교를 폐지시켜도 무방하다는 결정이었다. 그 이전의 대법원 결정도 몰몬교의 일부다처 교리에 치명상을 입혔다.
레이놀즈란 교도가 중혼 또는 일부다처를 금하는 연방법을 어겼다고 2년 징역에 500달러 벌금형을 받았던 것을 대법원에 항소했던 결과 패배했기 때문이다. 위에 약술한 두 대법원 판례 때문에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몰몬교는 1890년에 일부다처를 포기하게 되었고 그 결과 유타는 1896년에 미 합중국의 주로서 인정을 받았다.
2012년 대선이 오바마 대 롬니 구도라면 역사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100여년 전에는 오바마의 살색 때문에 또 롬니의 종교 때문에 대통령은커녕 시의원 자리마저 불가능했었을 것이다. 2011년도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백인 신교도들 중 91%가 오바마와 롬니가 대결하면 롬니를 뽑겠다고 했다니까 롬니의 몰몬교 배경은 거의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론 조사에 응할 때 반드시 참말을 하지 않는 경향도 있고 보면 역시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가 조금은 호전되는 기미가 이곳저곳에서 보이고 공화당 내의 후보 경선에서 롬니의 약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진영이 작년 말 보다는 좀 안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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