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스 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장미, 초콜릿, 화장품, 보석 따위의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날은 미국에서 청혼이나 결혼식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날이기도 하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젊은이들은 이날 그 유래와 관계없이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난다. 발렌타인스 데이는 옛날 로마황제의 금혼칙령을 어기고 청춘남녀의 혼배성사를 몰래 베풀었다가 발각돼 처형됐다는 신부를 기리기 위한 날이라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발레타인 신부의 넋을 기리든,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나든, 연중 하루쯤 연인들의 날로 정해 즐기도록 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선물을 주고받을 연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사랑에 목말라 하는, 아니면 사랑을 남들이나 하는 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근래에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요즘 20~30대 젊은이들은 매사에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아닌 다른 잣대로 상대방을 재다보니 30이 넘고 40이 다 되도록 배우자를 못 만난다. 아예 결혼을 포기하고 평생을 싱글로 살겠다는 30~40대 남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의 미혼여성들 중엔 애인이 있는 사람이 3명중 1명밖에 안 된다. 최근 일본의 결혼정보 서비스 업체가 20~40대 미혼여성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8.35%가 “교제하는 남자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30대의 69.3%는 사랑보다 현실적인 결혼조건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돈 버느라 혼기를 놓친 40세 남자가 15%나 된다. 이들에겐 발렌타인스 데이가 남의 일일 수밖에 없다.
약삭빨라진 요즈음 젊은이들은 대체로 외모, 직장, 재산 등 외적 조건을 우선으로 상대를 고른다. 예전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결합하는 순애보는 보기 어렵다.
오매불망 기다린 끝에 1년에 7월 7석 하루만 만나면서도 변치 않는 견우직녀의 사랑, 원수 사이인 부모들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가 우습게 들릴 세상이다.
‘사랑’이라는 말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모든 예술가들이 최고의 작품 소재로 삼는 것이 사랑이다. 하이네도, 김소월도 사랑을 노래한 많은 시를 썼다.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는 모든 것을 치료하는 것이 사랑이라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작곡했다. 베토벤도 눈먼 소녀를 사랑하며 그 유명한 ‘월광 소나타’를 작곡했다. 요즘 TV 드라마나 대중가요도 모두 남녀 간의 사랑 얘기다.
사랑을 표시하는 빨간색의 하트모양은 심장을 상징한다. 사랑은 피가 있고 정열이 있으며 생명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엔돌핀이 나와서 기가 살아 움직이고 사는 것이 신명이 난다. 그러나 사랑이 떠나면 그 자리에 증오와 미움과 괴로움이 대신 들어앉아 엔돌핀 아닌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사랑’하면 물론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아가페’ 사랑도 있다. 인류의 모든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사랑이다.
하지만 요즘엔 예수의 그 한량없는 사랑을 전파한다는 교회에서조차도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불우이웃을 사랑으로 구제하거나 믿지 않는 영혼을 사랑으로 구원하기보다 교회건물을 더 크게 확장하고 복음보다 세상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교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사랑의 묘약이 필요하다. 가정과 사회가 황폐해지고 무미건조해져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잃고 있다. 이기주의가 팽배해서 형제간에도 가진 것을 나누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퇴색되고 있다. 이웃이 죽어도 모르고 지내기 일쑤이다.
사랑은 한자로 ‘愛’이다. 이 글자는 위, 아래 사이에 마음 ‘심(心)’자가 들어 있다. 이는 사랑이 요즘 세태처럼 물질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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