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인유권자센터는 1992년 4.29폭동을 계기로 정치력을 결집해서 한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1996년도에 비영리단체로 연방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올해로 만 16년째이다. 애당초 3~4년 만에 어떤 성과를 내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30년 프로젝트이다. 소수중의 소수인 한인들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일이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결집력이 강한 유대계의 그 막강한 정치력 조직인 AIPAC도 거의 40년이 지나면서 힘을 발휘했던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한인유권자센터의 성공여부는 설립 30주년인 2025년에 평가받기로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가 아니지만, 우리의 30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좋은 일이니 잘해 보라” 라고 마치 남의 일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솔직히 책임을 지고 이 일을 시작한 나 자신도 막연하고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길이 미국에서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후세를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그것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겐 1992년 LA의 4.29폭동을 철들은 생일로 여기게 되었다.
후발이민자인 아시아계를 압박하는 1990년대를 지냈고, 2001년도 참혹한 9.11테러를 겪고 지금까지 그 후과를 견뎌야 했다. 그렇게 30년의 절반이 후딱 지나갔다. 쉽지는 않았지만 한인들의 밀집지역에서 유권자센터의 데이터베이스에 3만여 이상의 한인 신규유권자가 쌓이게 되었다. 귀찮을 정도로 선거에 참여하자고 반복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첫 10년이 지나면서 신기할 정도로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었으며, 한인들의 표심이 자동적으로 결집 되었다. 선거 때마다 한인들의 표가 몰표로 출렁거리는 것에 주류정치인들이 주목했다. 2006년에 유권자센터 1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행사장에 거의 800여명의 동포들이 운집했다, 뿐만 아니라 연방, 지역의 유력한 정치인들이 몰려왔다. 한인사회의 분명한 지지와 인정을 확인했다.
주류정치권이 한인커뮤니티에 긴장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봤다. 30년 목표 중에 첫 10년의 결집된 힘을 갖고서 워싱턴 연방의회를 두들겨 봤다. 그것이 한미 간 비자면제프로그램이다. 신기할 정도로 작동되었다. 내친김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다. 기진맥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1년 반 만에 연방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유태계, 쿠바계, 대만계에 이어서 드디어 한국계가 워싱턴에 진출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한인사회의 모범적인 정치참여 운동이라는 말을 여러 곳에서 듣게 되었다. 특히 “1960년대의 미국시 민사회의 풀뿌리운동을 코리언들이 다시 일으킨다 ”라는 주류정치권의 평가가 우리를 고무시킨다. 30년을 목표로 시작한 한인유권자센터가 지금 그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시작점에서 막연할 정도로 멀게만 생각되었는데 어느새 15년이 확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이제는 운동의 전문화와 전국적인 조직 확산이다. 한인사회에는 치력신장을 표방하는 ‘단체와 인사’들이 많다. 긍정적인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우려스럽기도 하다. 서툴면 결집을 해치기 때문이다. 한 커뮤니티의 정치적인 힘의 결집은 책임과 지속이다. 한인사회를 들먹였으니 책임을 져야 할 일이고 소수계이니만큼 10년을 끌고 가다가도 한, 두 번 선거를 놓치면 제자리다.
‘책임과 지속’ 은 ‘헌신과 지식’이다. 헌신은 성품에 기인하고 지식은 노력을 뜻한다. 한인사회는 공동체에 충성하는 성품과 끈기 있게 공부하는 노력을 기준으로 정치력단체에 대해서 평가해 주길 바란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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