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리스가 유로존(Euro Zone)에서 탈퇴하게 되면 그리스는 드라크마 화폐 사용으로 돌아갈 것이란다. 드라크마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비유로 가르치실 때 언급하셨을 정도니까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의 위기를 이해하기위해 이것저것 읽다보니 지극히 피상적이고 단편적일망정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스가 오토만 제국의 지배아래 있다가 독립된 것이 1832년인데 그로부터 180년 동안에 여섯 번째 국가 파산상태를 겪었다니까 계속 빚으로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2010 수치로 국내 총생산량(GDP)의 1인당 수치가 2만6,631달러로 한국의 1인당 GDP(2만757달러)보다 거의 5,900달러가 높다는 데야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주요 수출 공산품이 전혀 없이 국가수입의 대부분이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인데도 은퇴연령이나 연금 수치가 잘사는 나라들보다도 후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간단히 말해서 빚을 많이 지고도 계속 흥청거리면서 사는 꼴이다.
이달 초에 있었던 의회 선거에서 EU의 긴축재정책에 동의했던 연정이 무너지고 다수당은 출현 안했지만 구제 금융을 끊으면 빚을 안 갚겠다는 정당이 유력정당의 하나로 등장했다. 그리고 세 번에 걸친 이당 저당 주도 하의 연정 내각이 이루어지지 않아 6월 중순에 또 총선을 치러야 될 처지다. 결국은 드라크마화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는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예금을 유로로 찾아가려는 장사진을 연출해냈다.
6월17일의 선거결과도 그리스의 장래를 낙관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데 근본문제가 있다. 애당초 1999년 1월 유로화의 출발 때부터 유럽의 통합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들떠 있었던 것이 지나친 오산이었을 수 있다.
여러 나라들의 경제사정이 다르고 주권 행사 방식도 입헌군주제로부터 대통령제와 내각 책임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서 단일한 경제정책을 이룩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로화라는 단일 화폐제도가 존재한다는 데 근본적 모순이 있었다. 워낙 단일 화폐제도가 제창되었을 때에는 경제발전에 있어서 뛰어나면서도 비슷비슷한, 예를 들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소위 유럽의 모범 국가들만 포함되리라는 전제가 있었단다.
그러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재정 면에 있어서 2류인 나라들도 유로 존에 들어가는 것을 유럽 모범 국가로 들어가는 절차로 여기게 되어 가입 노력을 하게 돼 당초 예정보다 많은 나라들로 출범한 것이다.
어떤 경제 기자의 칼럼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 낙제국’들은 유로 존 가입요건을 맞추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정부부채를 줄인다면서 공기업 지분과 통신면허를 허겁지겁 내다팔고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찍어 눌렀다. 그리스는 아예 재정 적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 통계까지 조작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이런 편법을 마뜩치 않게 생각했지만 눈 딱 감고 끼워주기로 했다. 달러화에 경쟁할만한 막강한 유로화를 만들려면 우선 규모부터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한때 유로 존은 모두에 축복인 것처럼 보였다. 저금리로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가 제법 굴러가는 듯 했다. 그리스는 유로화 도입 직후 4년간 경제 성장률이 유로존 평균의 2배를 넘었고 스페인 국민들도 싼 이자로 빚을 내며 집을 늘려 갔다. 자국민을 유로화의 세계로 인도한 정치인들은 승승장구했다. 돌이켜보면 경제 발전이라기보다 분에 맞지 않은 거품이었다. 그리스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어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에 이르고 그 영향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그쯤 되면 유럽의 은행들이 큰 타격을 입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쳐 이제 막 밑바닥을 쳐서 회복세를 천천히나마 보이는 미국 경제를 또 휘청거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 사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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