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0일자 연방관보(Federal Register)
에는 2012년 1분기 중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한 사람들의 명단이 게재되었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세브린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때를 같이하여 세브린은 대변인을 통하여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싱가포르에 계속 거주할 것이며, 미국 시민권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브라질 태생인 세브린은 1992년 미국으로 이민 와서 1998년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하버드대학교 동기인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세브린은 2010년 개봉한 ‘더 소셜 네트웍’이란 영화로 유명해졌다. 페이스북 창업에 결정적 아이디어와 자금조달을 담당했지만 회사의 성장과정에서 소외당한 피해자로 영화에 그려졌다.
지난 5월17일 상장된 페이스북 지분의 4%를 소유하고 있는 세브린은 38억달러의 평가익이 생겼다. 2012년에 주식 전부를 양도하면 6억달러에 달하는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브린의 시민권 포기는 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양도소득세가 없는 나라이다. 싱가포르 내에서 발생한 근로소득에 대하여만 세금을 내면 된다.
기업공개 이후에 시민권을 포기했다면 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6억달러의 자본소득세를 내야한다. 연방세법 제877조의 ‘Exit Tax’때문이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한 사람 중에 순자산의 합계가 200만달러를 넘는 사람은 ‘Exit Tax’를 내야 한다. 시민권을 포기한 날에 시가로 모든 재산을 처분했다고 가정하고 자본소득세를 내는 것이 ‘Exit Tax’이다.
이익이 실현된 때에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세법의 대원칙이다. ‘Exit Tax’는 세버린과 같이 미국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재산을 축적해 놓고는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는 사람을 징벌하려는 목적이다. 세브린이 ‘Exit Tax’를 100%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법은 비공개 기업의 주식 양도에 다양한 시가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세브린은 이러한 세법상 허점을 이용하여 세금을 절반 이하만 내면 될 것이다.
2009년 해외 금융자산 신고에 대한 벌칙이 강화된 이후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2008년 한해 동안 235명이던 시민권 포기자가 2011년에는 1,780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부터는 FATCA를 이유로 더 많이 사람들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세법 제 6039G(d)조를 근거로 국무부는 시민권 포기자의 명단을 IRS로 통보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이민국은 영주권 포기자 명단을 IRS에 통보하고 있다. IRS는 외무부와 이민국으로부터 받은 명단을 매 분기마다 관보에 게재하고 있다.
세브린은 실제로는 2011년 9월에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발표했다. 관보에 게재되는 시점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한 시점이 아니라, IRS가 해당 부처로부터 통보받은 시점이다. 벌금을 회피하거나 세금을 절약할 목적으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는 것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현명한 처신이 될 수도 있다. 합법적 절차를 밟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전에 계획하고 대처한 경우에만 세브린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이 회피한 세금은 남아 있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추가 부담이 된다. 사회가 주는 혜택을 십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한 자는 떠나가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 땀 흘려 일한 소시민은 남아서 모자라는 세금을 충당해야 한다.
세브린은 세금 회피를 위한 시민권 포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2년 전부터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FBAR나 FATCA 때문에 자유로운 신규 해외투자가 어려워졌다고 강변한다. 시민권이나 영주권 포기자를 포용할 수 있는 완화된 규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최재경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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