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은 오래 살아야 100년이다. 각각 빈손으로 태어나 나름대로의 삶을 살다가 다시 빈손으로 죽는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결국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에 무엇인가를 남기고 간다.
“당신은 죽어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지난해 트위터가 실시했다.
응답자 100명 중 거의 절반인 49명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했고, 21명은 집, 자동차 등 소유재산을 남기겠다고 답했다. 다른 19명은 인생은 공수래공수거이므로 아무 것도 남기지 않겠다고 했고 나머지 11명은 “나는 불사신이다.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남기는 것에 대해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죽은 후에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게 삶을 진솔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은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죽어서 죽는 것이라는 어느 현자의 말도 있다. 영혼이 살아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프랑스 정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철학자 몽테뉴는 인생에 관한 20가지 해답을 그의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담았다. 죽음을 걱정하지 말라, 더불어 살라, 절도 있게 살라, 인간성을 지켜라, 세상을 보라, 성찰하되 후회하지 말라, 평범하고 불완전한 사람이 되라, 인생 그 자체가 해답이 되게 하라 등등, 삶을 살찌우게 하는 소중한 지혜들이 그의 책 속에 담겨 있다.
천하를 호령했던 알렉산더는 35세에 열병에 걸려 요절했다. 그는 운명할 때 사람들을 불러놓고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관 밖에 내놓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라.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 거부였던 록펠러의 유언도 알렉산더와 비슷하다. 그는 관 양쪽에 구멍을 내고 자기의 두 빈손을 그 구멍 밖에 내 놓아 세상 사람들에게 세계 제 1의 부자도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세상에 왔다가 빈손으로 세상을 등진다. 마치 뜬구름과 같은 것이 인생이다.
한인사회가 이민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그동안 주위에서 알고 지내던 한인 1세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등지고 있다. 돈을 많이 벌었던 사람도, 명예를 자랑했던 사람들도 죽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관속에 빈손으로 누워있다. 그들의 모습이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고인에 대한 사후평가의 기준은 악착같이 모은 재물이나 명예가 아니다. 그가 살면서 얼마나 남에게 베풀었는가, 또는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느냐가 그 기준이다.
장례식을 많이 집례하는 목회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인에 대한 사후평가의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생전에 남들에게 많이 베풀어 덕망을 쌓은 사람들의 장례식은 감동이 넘쳐나지만 반대로 남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하고 간 사람들의 장례식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냉랭해서 설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스스로의 삶을 가치 있게 마감하려면 평소 자신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일까,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등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고 가도록 깨우치는 자가 성찰이다.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사상가로 꼽히는 성철 스님은 평생을 수행하면서 “남을 속이지 말고 스스로를 깨우치며 공부하라, 그리고 타인을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다 보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람이 된다고 설파했다. 재물욕과 명예욕 등이 너무나 많으면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나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여주영/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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