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올림픽의 개회식에서 대표선수가 가장 높은 봉화대에 올라 봉화에 점화하는 것이 올림픽을 상징하는 행사로서 가장 중요한 절차로 여겨지고 있다. 이 봉화는 이미 여러 곳을 누비고 온 봉화이며, 봉화를 나른 사람도 수백 명에 이른다. 릴레이 형식으로 봉화가 운반된 것이다. 1896년 올림픽 때 성공회 감독인 에텔버트 틸버트(Etherbert Tarbot) 신부가 최종 주자가 되어 올림픽 봉화를 들고 뛰었으며 경기장 봉화에 점화한 후에 “올림픽의 의미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고 외쳤다.
올림픽의 표어 citius, altius, fortius(더 빠르게, 더 높이, 더 힘차게)도 당시 가톨릭 신부였던 헨리 디든(Henry Didon)이 제정하였고 그 이듬해부터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그후 올림픽의 공식적인 창설자인 바론 삐에르 쿠버틴(Baron Pierre de Cubertin)은 “올림픽은 몸과 함께 신앙을 다듬는 것이다.”고 선언하였다. 이와 같이 올림픽은 종교에서 파생하였으며 올림픽의 봉화는 그저 전통적인 행사가 아니라, 그 시작이 올림픽 개회식의 예배행위였으며 그러기에 성화(聖火)라고 불린다.
올림픽의 봉화 나르기는 ‘빛을 나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즉 이 봉화는 대립을 극복한 인류 공존의 정신을, 다수의 횡포를 뛰어넘는 소수를 향한 따뜻한 배려를, 금메달이 기쁨이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모여 자유 평등 우정을 나누는 축제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육상경기 중 인기 종목인 릴레이는 고대 도시국가 코린토스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의 경기 방법은 4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횃불을 들고 달려가 다음 선수에게 전달하는 경주였다. 빨리 달린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횃불이 꺼지지 않게 다려야 한다. 코린토스 화폐에는 ‘빛을 전달하라’는 국민표어가 새겨져 있었다. 보다 높은 비전을 국민에게 심으려는 격조 높은 표어이다.
아카데미 상 수상작품 ‘불을 나르는 수레(Chariots of fire)’는 1924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두 젊은이를 그리고 있다. 한 사람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오직 하느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목적으로 연습에 열중한다. 다른 청년은 유대인으로서 오래 동안 자기 민족이 받아온 상처와 차별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자기 가치를 증명하기 위하여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였다. 이 작품이 나타내는 메시지는 그들의 승리는 결코 육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 승리였다는 점이다. 육(肉)의 나를 영(靈)의 내가 복종시키며 사는 것이 한 인간을 인생의 챔피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불을 나르는 수레이다. 어떤 불을 나르고 있는지가 결국 그의 가치를 결정한다.
130년 전, 즉 1882년 9월 4일에 맨하탄에 처음으로 전등 400개가 밝혀졌다. 토마스 에디슨이 시공하였으며 그 날짜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매우 재미있다. “오늘 3시, 본 사옥에 전등이 켜졌다. 도로 밑으로 전선을 까는데 에디슨 사장 자신이 공사하였다. 그는 벽에 많은 구멍을 뚫고 전선을 연결하였으며 계란 모양의 유리알을 방방에 매달았다. 나사를 틀기만 하면 불이 오는데 너무 가까이서 보면 눈이 부셔서 좋지 않다. 성냥은 필요 없다. 가스등에 비하면 수십 배 밝으며 광도가 고르다. 7시가 되어 밖은 어두워졌지만 편집실 발송부 등 모든 방들은 구석구석까지 마치 낯과 같이 밝아 우리 사원들은 함성을 올렸다.”
요한복음 기자는 빛이 세상에 왔는데도 사람들은 빛보다도 어둠을 더 사랑했다고 한탄하였다.(요3:19-20) 인생은 어떤 면에서 흑암에 싸여있다. 그러나 흑암을 물리치는 비결은 빛 속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최고의 유산은 빛을 물려주는 것이다. ‘세상의 빛이 되라’는 것이 예수의 중요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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