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와이는 은퇴한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노인들에게 ‘천국’이라함은 청장년들에겐 웬지 정체되고 발전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곳이란 뜻과 일맥 상통한다. 그래서인지 하와이에서 태어난 재기 발랄한 청춘들은 대학 진학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뭍에 있는 대도시로 떠나거나 또 떠나길 원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다시 하와이로 돌아 와 기꺼이 ‘카마아이나’로 나름 의욕적인 삶을 즐기는 인생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본보는 창간 40주년을 맞아 하와이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의욕적인 삶을 살고 있는 40대 한인 가장과 주부들의 삶의 일면을 엿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번 주에는 하와이에서 40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짚어 보았다. “유혹에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 40대에 접어 들었지만 현실은 온 통 유혹투성이인데요???” 어느새 꽃 다운 나이는 가고 얼굴에 주름이 하나 둘 잡히고 제대로 살아 온 것인가?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이 날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유난히 많이 하게 되는 것 자체가 유혹이다. 이런 흔들림에 주눅이 들 법도 한데 기자 만나 본 하와이 한인 40대 여성들 대부분은 예상외로 나름대로 당당하게 삶의 파도를 헤쳐가고 있다.
<편집자주>
■ 하와이 한인여행업 빅3 실세 내무장관들
■ 하와이 웨딩스토리 비키 신 원장
■ 프린스 호텔 이윤정 매니져
■ 리버티 미용실 리버티 전 원장
■ 보험전문인 김명준
■ 전업주부 세라 조
“한마디로 하와이에서 40대 한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수퍼 우먼’의 삶”
하와이에서 40대 한인 여성들의 삶의 무게는 다른 지역의 여성들과 사뭇 다르다.
교육열 높은 한국인 특유의 ‘헬리콥터 맘’, 남편의 속 마음을 척척 읽어내는 독심술은 기본이고 며느리로서 ‘시월드(시집)’의 대소사도 해결하며 가정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경제적 능력까지 …
한마디로 하와이에서 40대 한인 기혼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수퍼 우먼’의 일상이다.
그래서인지 하와이 40대 한인 여성들의 하루는 세월이란 시간의 초침이 비켜갈 만큼 빠르다. 이는 타 지역 여성들에 비해 노화가 더디다는 혜택을 주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게도 한다.
이런 하와이 수퍼우먼의 삶의 뿌리는 사탕수수농장에 이민 온 우리 이민선조들의 역사를 돌아보면 수긍이 간다.
사탕수수 이민노동자들과 새 가정을 꾸린 사진신부나 그 후예들은 재테크에 능하고 교회활동은 물론 지역사회 무엇보다 조국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펼친 조직적인 사회활동은 한국 여성의 명민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무비자 시대 개막 이후 15만명 한국 방문객 시대를 열고 있는 하와이 한인관광업계를 돌아보면 특히 수퍼우먼 40대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 진다.
2012 하와이 대표 여행사를 꼽으라면 로열 하와이, 투어 넷, 그리고 한국 하와이, 코리아나 여행사를 주저없이 꼽는다. 이 가운데 로열 하와이를 제외한 한국 하와이, 투어 넷 , 코리아나 여행사들은 40대 중반의 안주인들이 자녀교육은 물론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여행사 운영을 차고 앉아 무비자 시대이후 하와이 한인관광업계를 주도해 가고 있다.
특히 한국 하와이 안주인(47)의 경우 두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대를 이을 아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조선시대 사고방식의 남편을 위해 늦둥이 아들을 낳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고 남편의 입 맛에 맞는 밥상을 아직도 차려내는 아녀자로서의 삶도 포기하지 않은 채 남편 비즈니스의 안살림을 챙기는 수퍼우먼의 삶을 즐기고 있다.
<사진설명: 막내 아들과 함께 한 프린스 호텔 이윤정 매니저>
그런가 하면 호텔업계에서도 프린스 호텔의 이윤정(47) 매니저의 40대 여성으로서의 일상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꿈 많은 유학생으로 하와이에 건너 온 이 매니져는 학업을 마치고 현지에서 사랑하는 남정네와 눈이 맞아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리고 직장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는 삶을 꾸려 가고 있다.
이 매니져는 지금의 안정된 생활이 있기까지는 한국 친정부모가 두 아들의 유아기를 책임지고 양육해준 헌신과 어려운 일에 처할 때 마자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 이웃들 그리고 자신의 능력 발휘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는 좋은 상사를 만나는 행운을 두루두루 갗주게 되어 가능했다고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이제 40대 아줌마가 되고 보니 두 아들과 함께 충분히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크다고.
40대 어느 날 문득 머리 숱이 적어진 남편에 대한 측은지심이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부부간의 새로운 감정이 싹트게 함을 숨기지 않는다.
<사진설명: 막내 아들 졸업식에 함께 한 하와이 웨딩스토리 비키 신 원장 가족>
하와이 웨딩스토리 비키 신(48) 원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못지 않게 사진전문 작가인 내 남자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불 같은 사랑으로 그의 두 아들까지 품으며 가정주부로서 커리어 우먼으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다.
40대에 접어들며 무비자시대 본격 개막과 더불어 ‘하와이를 제대로 아는 하와이언 스타일의 웨딩플래너’로 변신한 그녀는 자신을 찾는 신혼부부들과 더불어 30대에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의욕을 새롭게 불태우고 있다.
<사진설명: 리버티 미용실 리버티 전 원장>
그런가 하면 리버티 전 미용실 원장(44)은 가정생활과 비즈니스로 분주한 와중에도 19,20대 한인회와 문화회관건립추진위원회에 우연히 관여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원봉사자의 삶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말 많은 한인사회에서 말 많은 단체의 일원이 되어 호된 질책을 받아가면서도 이런저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전 원장은 비즈니스와 가정생활 못지 않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배우며 무엇보다 본인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사진설명: 하와이에서 다시 만나 우정을 다지고 있는 준 김(왼쪽)과 세라 조씨>
한때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총지배인 비서로 한인사회와 인연을 맺어오다 지난 수년간 하와이를 떠나 있던 세라 조(42)씨. 그동안 콜로라도 덴버로 이주해 비즈니스를 하며 성공적인 딸 아이 대학 뒷바라지를 마치고 지난해 하와이로 다시 돌아 와 요즘 전업주부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맞벌이하느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자신의 건강관리와 아녀자로서 남편 공양의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는 조씨의 전업주부의 삶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이다.
성격상 친지들과 이웃의 이런저런 대소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루하루 스케쥴이 잘 나가는 연예인 못지않다고.
보험 전문인으로 새 명함을 준비한준 김(42) 역시 타지 생활을 접고 다시 하와이로 돌아 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새라 조와 토끼띠 동갑인 그녀는 역시 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미 본토로 이주해 딸 아이 대학 뒷바라지를 하고 하와이에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화려한 싱글로.
여성 혼자 살기엔 하와이가 적격이라는 그녀는 보험전문인으로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다. 그녀의 지나간 삶의 동력이 자식과 남편이었다면 지금부터 화려한 싱글로서의 새로운 삶의 동력은 바로 하와이 친구들의 변하지 않는 우정이다. 돌싱녀로서의 새로운 출발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이렇듯 2012년 오늘을 살고 있는 하와이 한인 40대 여성들의 삶의 속살은 30대와 달리 건강과 여성미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지지만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가 남편에 대한 ‘측은지심’, 이웃, 친구에 대한 배려 등으로 승화되어 그 어느 지역 40대 여성들보다 정신적인 여유로움은 넘쳐 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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