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카운티 시장 재도전, 해리 김 전 시장 지상 인터뷰
하와이 한인 이민100주년기념사업 준비가 한창이던 2000년 한인 2세로 미주한인사회 최초의 시장직에 오른 해리 김 (사진)하와이 카운티 시장. 당시 김 시장의 탄생은 미주한인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한 껏 고취시켰다.
특히 김 시장의 10달러로 제한하는 착한 선거자금 모금 운동은 미 전국적으로도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 바 있다. 빅 아일랜드 ‘김치 레이디’ 야물이 여사의 늦둥이 막내 아들인 해리 김 시장은 재선 도전에도 성공해 2008년 시장직에서 물러나 조용한 은퇴생활을 즐기는 듯 했다.
그러나 4년 후 2012년 빅 아일랜드 시장직에 재도전장을 내고 11월 본선에서 다시한번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게인 해리 김’ 을 외치며 김 후보와의 지상 인터뷰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한인 최초로 빅 아일랜드 하와이 카운티의 시장으로 8년간 재임했고(2000-2008) 올해 다시 시장직에 도전하는 당신의 정치적 성향과 철학을 듣고 싶다.
내가 정부라는 조직에 대해 갖는 철학은 이민 1세대인 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지난 수백 년간 전란에 시달린 고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가장 최근의 사례인 일제의 식민통치와 북한/중국과의 전쟁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받았는지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자라나면서 부모님은 전쟁이란 인류사의 가장 큰 오점이자 실패라는 점, 그리고 평화를 위한 문제의 해결방법을 전쟁에서 찾으려 한다면 전쟁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항상 나에게 심어주려 하셨다.
얼마 전에도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나는 조국의 평화통일이라고 답했다. 나는 항상 조국은 원래 한 가족이었는데 단지 외부열강의 힘에 의해 쪼개진 상태라고 여기고 있다.
-은퇴생활을 하다가 이번에 다시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내가 다시 시장선거에 나서게 된 것은 하와이 카운티의 현임 시장이 생각하는 정부의 역할과 형태가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대답은 결국 처음에 기자가 나에게 한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내가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도 가졌던 신념은 바로 주민들을 위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부를 만들어야지 정부를 위해 시민이 존재하는 그러한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 하와이 카운티의 미래를 위해,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주민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그러한 정부를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이러한 꿈은 주민들의 참여가 따라주었을 때만이 실현 가능한 것이라 믿는다.
-김 후보는 대학을 마치고 군의관, 교육자로도 활동했고 빅 아일랜드 하와이 카운티 민방위 국장직을 16년간 역임하기도 했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은퇴했을 당시의 소감은 어떠했는가?
한 시민으로서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은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공직을 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퇴를 앞두고 4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최선을 다해 보람차게 마무리 했다는 만족감이 충만했고 이후로는 가족을 위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큰 아들이 병에 결려 마음 속 깊이 ‘자식의 병을 낫게만 해 주신다면 다시 공직으로 돌아가 주민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겠습니다’라는 무언의 기도를 올린 기억이 난다. <김 전 시장은 2남(43, 40세)을 두고 있다. 장남은 악성 희귀종 암으로 진단받았으나, 지금은 완치돼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처음에 그러한 계획을 밝혔을 때에 나의 건강을 염려한 가족들은 ‘이제는 가족과 당신 자신을 위해 살라’며 반대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가족들에게 내가 왜 공직으로 돌아가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고 이제는 가족 전원이 내가 선택한 것이 올은 길이라는 것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선거에 앞서 가족들은 나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와이는 다민족 사회이다. 하와이 한인사회에 대한 김 전 시장의 인상과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 언급해 달라
하와이는 단순한 다민족 사회가 아니라 그 규모에 있어서도 세계제일의 국제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하와이 한인사회에 대한 조언을 하라면 우선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자신의 뿌리와 과거를 알고 현재의 위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이 지난 50여 년간 이루어 낸 것들을 돌아보고 긍지를 갖는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자신이 한인혈통인 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여길 것으로 믿는다.
하와이 한인사회 내 개개인들은 특유의 근면성과 직업정신, 그리고 가족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지 주류사회 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놓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앞으로도 자신들 만의 벽을 쌓아 하와이 현지 커뮤니티와의 거리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예로 아주 오래 전 하와이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인 후손인 한영기, 벤 허 선수가 대학농구팀을 이끌며 로컬 현지인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점을 들 수 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한 사건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당시 빅 아일랜드 힐로의 한인들은 이러한 작은 계기들을 통해 커뮤니티 행사에 동참함으로써 현지인들과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울러 한인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 같은 말은 예전에 한국에 초대받아 갔을 때도, KBS에서 하와이를 취재하러 왔을 때도,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항상 했던 말이다.
자긍심과 더불어 자신의 뿌리를 항상 기억하자.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을 교훈 삼아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하와이 한인커뮤니티의 주류사회와의 관계증진 및 기여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우선 한인들 스스로가 현지사회에 무언가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도 한인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더욱 성공하기 위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주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란 커뮤니티 전체가 하나되어 구체적이고 공통된 목표를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와이 현지의 이슈에 목소리를 내되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호놀룰루에서 일련의 한인업주들이 물리적 시위를 벌인 사실이 미 본토의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인들의 성향이 로컬 주민들에게 상당히 폭력적으로 비춰진 사례가 있다.
물론 1회성의 국한된 사건이고 한인전체를 그렇게 매도한 것은 불공평한 처사이지만 미디어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진 근면성과 교육에 대한 열의, 그리고 예술분야에서 탁월한 재능 등을 십분 활용해 하와이 현지의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춤과 음악, 전통의상, 식문화 등을 하와이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비전을 갖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경주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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