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26일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레이몬드 버커트 동서문화센터 세미나 프로그램 국장, 최영진 주미 한국대사(오른쪽)가 대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소재 비영리교육기구 한미경제연구소(KEI)와 동서문화센터 주최로 ‘한미 대사와의 대화(Ambassadors’ Dialogue)가 26일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이민센터에서 열렸다.
1992년 LA폭동 직후 도널드 그레그 주한 미국대사의 제의로 그 해 LA에서 첫 대담이 열린 이후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이 프로그램은 태평양시대를 주도하는 미국의 전략적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하와이에서 그것도 미주한인 이민종가이기도 한 이곳에서 사상 최초로 두 한국인이 한미 양국의 대표 대사로 자리해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동서문화센터 레이먼드 버가트 세미나 프로그램 담당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 양국 대사들은 북한의 체재 변화를 대비한 한미공조가 그 어느때 보다 견고하다고 강조하고 최영진 주미 한국대사는 북한이 소련의 길이 아닌 중국 등소평의 정치 경제철학의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특히 최 대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갖는 의미와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평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미 FTA의 국회비준 이후 6개월간의 실적을 돌아보면 관세철폐 등의 영향으로 양국간의 무역량이 증가하는 등의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태평양 인접국들이 추진 중인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약(Trans-PacificPartnership)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성공사례로 벤치마크 되고 있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함께 얻고 있다. 더불어
중국도 이러한 환태평양 경제권 형성에 있어 빠질 수 없다는 입장인지 지난 5월에는 중국측 대표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중 FTA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했다”며 또한 올해 안으로 한국은 아시아 광역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한중일을 포함한 16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의 체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 김 주한미대사도 “한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물자를 수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내 여러 지역이 이번 한미 FTA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경제개방정책을 펼칠 가능성의 질문에 대해 최 대사는 “최근 들어 북한에는 휴대폰사용자가 크게 증가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관리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새로운 젊은 지도자가 집권했다고 해서 급격한 개방이나 변화를 기대하는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 대사는 “언젠가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개방이 되더라도 교육수준이 높고 정세에 밝은 편인 북한의 주민들에 대해서는 큰 염려를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시기를 대비해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 체재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김 주한대사도 “북한의 휴대폰 사용자 증가가 갖는 의미는 북한정권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려 한다는 정도일 뿐 이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부언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 및 한미 공조
한편 국제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의 역할과 관련 최 대사는 “한미동맹이 내년이면 60주년을 맞이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반도라는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고 앞으로는 보다 시야를 넓혀 인근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수년간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주에는 인천 송도에 UN녹색기후기금의 사무국을 유치하기도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 주한 미대사도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받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소말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국제사회의 문제를 놓고 미국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넓혀갈 수록 한미 관계는 더욱 견고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미국을 생각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최 대사는 “한국은 1990년대까지 군사정부가 집권해 왔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때문에 누군가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독재다! 탄압이다!’라고 외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갖게 되며 최근에는 북한은 적이 아니라 형제이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혹은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물론 주류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한국사회가 보다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사는 이에 대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글로벌 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직접 접하고 나서 무척 놀란 적이 있다. 젊은이들의 개방적이고 열린 사상은 앞으로 한미 양국의 관계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극동아시아 내 군사력 재배치와 관련 최 대사는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 및 전략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미국도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 일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국력을 키우면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2개의 강대국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지역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며 중국도 지금은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12월 대선 결과 한미 공조에 영향 없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질문에서 최 주미대사는 “대통령이 바뀐다 해서 60년간 한미동맹이 이어지면서 자리잡은 자유경제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등 양국의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한미공조 체재가 급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질의시간에는 독도를 포함한 영토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한일관계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김 대사는 “미국은 한일간의 영토문제에 있어서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잘 해결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최영진 대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교역국으로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인들을 강제수용한 미국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16억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한바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식민화나 위안부 강제징용문제 등에 있어 미국과 같은 접근법을 시도했더라면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가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정부가 나서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한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담을 마치고 최영진 주미대사는 이덕희 하와이 미주한인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내년 1월13일에 열릴 예정인 하와이 한인이민110주년 기념식참가 공식 초청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
<김민정기자>
<사진설명: 동서문화센터 이민센터를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한미 양국 대사 대담에 대한 열기는 공식 모임이 끝난 뒤에도 이어져 양국 대사들은 참석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와이대 김영희 한국학연구소장(왼쪽)이 최 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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