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너도 나도 ‘힐링(Healing, 치유)’을 외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건강하게 잘 살자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방송, 음식, 캠프 등 힐링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도서부문에서도 힐링을 다룬 에세이 판매가 급증했다. 이는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해 새로운 힘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한국 관객을 열광시키는 이유도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의 불행한 삶을 드러내고 나아가 희망을 얘기한다는 점이 힐링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미제라블이 한국의 없는 세대에게 힐링 역할을 하듯 뉴욕의 없는 우리들은 어디서 힐링을 찾을까.
새해들어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끊어진다더라, 매주 받는 체크에서 세금이 더 나간다더라, 의료보험이 엄청 올랐다 등등 안그래도 어려운 살림살이에 들어오는 것 없이 나가는 것이 더 많아진다니 마음이 답답해질 것이다. 사회가 불안정하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가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기분이 자꾸 가라앉아간다면 스스로 힐링꺼리를 찾아야 한다. 근심, 걱정, 슬픔, 분노, 두려움 등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상처를 치유시켜야 한다.
자신이 못 느껴서 그렇지 자녀에게 뒷바라지 해주는 것이 가장 기쁘고 보람되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힐링법이다. 자녀를 위해 장을 봐다가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서 자녀가 먹는 것을 보는 순간, 따로 산다면 기숙사로, 아파트로 가져다 냉장고에 넣어주는 흐뭇한 그 순간이 바로 힐링이다.
평소 골프를 좋아한다면 한국에서는 어림없이 싼 가격으로 골프 생활을 누린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면 되고 그외 등산, 요가, 헬스, 바다낚시, 야구와 농구경기 관람 등 힐링 스포츠도 있다.
꼼짝 하는 것이 싫어 운동은 절대 사절이라면 차 한잔 앞에 놓고 호흡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힐링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기, 돈 벌기에 집착하지 말기, 오늘 하루 난 잘 살았나 등 많은 것을 떠올리고 반성할 수 있다.
노인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를 하거나 평소 공부하고 싶던 것을 시간을 내어 배우는 것도 힐링이다. 더구나 문화의 도시 뉴욕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문화 힐링법이 그야말로 널려있다.
남들이 오고 싶어도, 살고 싶어도 못사는 뉴욕에 내가 살고 있다는 점에서 힐링을 찾아보자. 세계 모든 사람이 꿈꾸는 곳, 영화나 드라마에 수시로 등장하는 뉴욕 거리, 맨하탄에 나가는 날에는 뉴요커처럼 옷도 패셔너블하게 입어보자. 모든 것은 기분이다.
핍스애비뉴의 명품가를 사람의 물결 속에 함께 흘러가며 아이샤핑을 해보라. 상가의 화려한 조명이 막 켜지기 직전, 하루의 마지막 희미한 햇살아래 빛나는 거리 장식과 쇼윈도우는 정말로 멋진 세계다. 소유하려 들면 엄청난 가격에 짜증이 와락 들지만 구경만 하는데는 돈도 안들고 탁월한 디자인과 감각에 그저 감탄하게 된다. 또 뉴욕에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많다.
지난 연말 링컨센터에서 열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보았는데 한국에서 온 친구는 “소녀의 꿈 속 모험이 펼쳐지는데 힐링이 되었다”고 말했다. 모마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인 뭉크의 ‘절규’를 보러갔다가 ‘메타 모뉴멘털 거라지 세일’에서 ‘물건’ 하나를 건진 적이 있다.
우연히 푸른색을 주조로 한 낡은 액자 하나가 앤틱 카페트 위에 팽개쳐져 있는 것을 집은 후 뒤를 보니 1900년대초 작가가 친구에게 선사했다는 서명이 있었다. 그날부터 거실에 걸어놓고 보는데 깊은 산골 나무에 쌓인 잔설이 빛나고 바위사이 옹달샘이 보이고, 졸졸 흐르는 옹달샘 물소리가 나는 것 같다.내게는 1억달러짜리 뭉크의 ‘절규’는 아무런 감동을 못주었지만 50달러 주고 산 이 그림은 볼 때마다 힐링이 된다.
뉴욕에 사는 우리들은 자신만의 힐링법을 찾아서 즐거움과 기쁨, 보람을 느끼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서 희망과 용기, 위로를 받아들이면 된다. 팍팍한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진정, 힐링이 필요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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