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고민하는 기업”
사회의 어두운 면을 첨단 기술로 승화
창업*보육*투자까지 SV 기업 문화 접목
한미 양국에서 후배들에게 경험 전수까지
실리콘밸리 거주 10여년, 창업과 보육에서부터 투자까지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의 정통성을 이렇게 빨리 접목시키고 있는 기업인이 있을까.
팔로알토에 거주하고 있는 송영길(45) 대표.
엔젤 투자회사인 부가벤처스와 이용자에게 편리하게 적용된 클라우딩서비스 업체 제로 PC에선 CEO를, 디스플레이 업체 엔컴퓨팅에선 CEO를 거쳐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그의 기업 세계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게 비치겠다는 커뮤니티 기업인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그가 3년 전에 창업한 제로 PC는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고 심플한 컴퓨터로도 가능해 제3세계 어린이들의 위한 단순한 단말기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일본인 친구가 4년에 걸쳐 많은 투자를 받고 개발하다 실패한 회사를 인수했는데 저개발국에서의 호응이 매우 좋단다.
네그로폰테 교수의 프로젝트인 ‘one Laptop per child’의 개념과도 일치해 사회참여라는 그의 뚜렷한 기업관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 개발한 ‘미PC’(MiiPC)라는 PC는 자녀의 인터넷과 게임 중독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인터넷 이용 사이트와 시간 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부모의 스마트 폰으로 알려주는 컴퓨터이다.
‘미PC’는 미국의 유명 펀딩사이트 ‘킥스타터’에서 클라우딩 방식으로 5만 달러의 펀딩을 받는 등 다양한 그의 창업 세계는 실리콘밸리의 내면적 모습을 잘 표현해준다.
“소명의식을 갖고 의미 있는 인생의 로드맵을 짜는 것이 중요하죠. 단계별 계획과 준비를 잘하고 이를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것이 저희 창업 로드맵입니다.”
그는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다”며 “성공한다는 건 웬만큼 해선 안 된다는 걸 전제에 깔아둬야 된다”면서 “실패한 주변 이들의 요인을 분석해보고 긴장감을 항상 잃지 말고, 끊임없이 실패할 수 있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주변을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자칫 오버된 겸손이 비쳐질까해서다.
송 대표는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에서 입사해 연구개발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97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컴퓨터 유통회사인 이머신즈를 삼보 컴퓨터와 공동 창업해 저가 데스크톱 PC 돌풍을 일으키면서 9개월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다.
미국 소매시장 3위에 오르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2000년 3월 나스닥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미국 대형업체들의 공세로 끝까지 호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송 대표는 이머신즈를 통해 미국 비즈니스 세계의 생리를 터득하는 경험을 쌓았다.
2003년에는 역시 하드웨어 업체인 엔컴퓨팅을 미국에서 창업해 매출 5천만불대의 회사로 키우면서 창업 성공사례를 일궜다.
엔컴퓨팅은 고성능 컴퓨터 한 대를 여려 명이 나눠 쓰는 개념으로 가격이 대당 100달러 이하인데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독일인 친구를 설득해 CTO이자 공동 창업자로 영입했다.
엔컴퓨팅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데스크톱 가상화용 전용 단말기에 관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까지 자체 제작하면서 이 분야 선두주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회사 운영을 뒤로하고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2009년에 부가벤처스라는 엔젤투자회사를 세웠다.
또한 한국에서는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과 공동으로 출자해 벤처 인큐베이팅업체 프라이머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실리콘밸리 최대 한인 커뮤니티인 ‘Bay Area K-Group’의 회장을 역임했고 엔젤투자자와 기업인으로 활동하는등 투자와 창업을 병행하는 한미 양국을 왕복하며 만능 기업인으로 맹활약중이다.
그에게 창업과 투자 중 어떤 것이 더 힘든가라고 물었더니 “투자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믿고 같이 갈 수 있는 회사를 발굴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템을 정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창업하고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투자자나 파트너 회사를 찾아가 설득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창업이 돈을 주는 투자자보다 속이 편하다”고 밝힌 그의 마음은 수험생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보다 수험생의 입장이 낮다는 것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라는 거대한 창업 보육 센터 안에서 다양한 인맥들을 만난다.
특히 다른 사람이 실패했거나 안 된다고 내버려둔 아이템을 다시 살려내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뜨는 제품을 밸류애드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세상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내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성공한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선 좋은 사람을 어떻게 모으고 지켜내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판가름 납니다. 창업자가 어떤 비전과 기업문화를 끌고 가는지, 투자금은 어떻게 모으는지, 직원들에게 어떤 보상을 주는지가 중요하죠.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려고 지사나 총판을 구하러 오는 것 같은 한국의 과거 무역상사 방식으론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 대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좀처럼 성공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대만 등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한 인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IT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민 1세와 그들의 자녀들이 대부분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종을 선호하는 데다 그나마 있는 엔지니어들도 삼성, LG에 채용돼 한국으로 건너가 버리기 때문이죠.”
송 대표는 이에 따라 지금이라도 보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마트•모바일 시대는 아이디어와 실행능력만 좋으면 작은 자본으로도 얼마든지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며 “특히 소프트웨어나 IT 서비스 분야의 경우 관련 노하우와 인재가 풍부한 미국시장이 매력적”이라고 실리콘밸리 진출을 독려했다.
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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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보육에서부터 투자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눈길을 끄는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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