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이민110주년을 맞은 미주한인 이민종가 하와이, 큰 변화의 물결을 느낄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하지만 뒤돌아보면 “어느새…”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알게 모르게 변해버린, 변해가고 있는 커뮤니티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주한인이민110주년이 깊어가는 가을, ‘한국일보 하와이’는 미주한인이민종가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는 성직자들과 그리고 평신도들과 함께하며 이민생활과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편집자주>
(1) 미주한인 이민역사와 그 궤를 함께하는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김낙인 담임목사
1. 김 목사가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하와이는 많은 사람이 일생에 한 번은 꼭 와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온화한 기후로 천당 밑에 있다고 해서 999당이라고 불립니다. 그런 하와이에 사는 한인에게는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아름답고 복된 자연환경 속에서 민족의 역사를 일구어 갔던 곳이기에 더욱 귀한 곳입니다.
1903년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102명의 이민자들은 혹독한 이민 노동자의 삶을 살았지만 꿈을 잃지 않았습니다. 민족 해방의 꿈을 꾸었고, 나라를 세우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기에 겨우 자기 연명할 일당 중 일부를 떼어 독립자금으로 드리고, 장학금을 내고 힘을 모아 희생 봉사하며 미래의 꿈을 향해 나갔습니다.
하와이의 지도자들은 곧 민족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낯선 땅에 와서 나 하나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살기 힘든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넘는 희생으로 조국 해방이라는 큰 꿈을 향해 하나 된 염원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우리의 이민 조상들이 남긴 발자취에 대하여 자랑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의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러한 이민 역사의 뿌리를 가진 오늘의 우리는 어떻습니까? 오늘도 많은 분이 하와이를 찾고 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와이 한인 역사를 잘 아시는 어느 분께 “하와이의 한인들이 몇 대까지 왔느냐?” 라고 물으니 “5대까지도 보았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참 많이 왔습니다. 이는 이민자의 뿌리입니다. 110년 동안 이렇게 많이 왔지만, 그 양상은 옛날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교민들의 상황이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져서 마음대로 조국을 오가고, 조국이 세계의 경제 부국으로 부상함으로 한인사회도 점차 더 영향력도 갖고 주류 사회의 인정도 받아 가는데 옛날같이 모두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분명한 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세대와 서로의 다름을 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소통이 어렵고 단체끼리 소통이 더 어렵다고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작은 골이 깊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지금 세계는 큰 배가 그 방향을 틀듯이 큰 물결을 일으키며 몸을 틀어 그 축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축이 환태평양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정신은 세계화(Globalization)입니다. 그리고 새 시대를 맞는 변화의 축 한가운데 우리 조국이 있고 이 변화를 일구어내는 중심에 미국이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그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하와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하와이의 교민 사회를 볼 때 그 의식과 삶의 모습이 다분히 폐쇄적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하와이가 섬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자기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소극적이고, 외부 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더구나 주변 문화에 대하여도 무심합니다. 우리의 지정학적인 입지와 시대의 변화를 볼 때 우리의 의식과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의식과 자세는 우리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시대를 위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앞에는 통일이라는 전 민족적이고 미래적인 큰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 속에 세계가 하나의 촌락이 되는 이때에 저는 통일의 날은 반드시 오게 될 필연이라고 믿습니다. 그에 대하여 오늘의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이민사회를 위한 기독교의 역할은?
종교의 역할은 무엇보다 안심입명(安心立命)입니다. 곧 믿음을 통하여 상하고 방황하는 심령들이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눈에 보이는 세상을 넘어 하늘의 뜻을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각자의 삶이 하늘의 뜻을 향할 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이민 사회를 위한 기독교의 역할입니다.
기독교의 제일 가르침은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옆으로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위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믿음을 갖는 것이고 옆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믿음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동안 “믿습니다!” 를 너무나 남발했습니다. 그러나 믿는 바가 무엇인지를 삶으로 증명해내는 일에는 빈약했습니다. 이제 교회의 사명은 믿는 바를 행함으로 입증하는 일에 열심을 내어 참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이민교회와 커뮤니티는 지난 110년 동안 많이 자랐습니다. 이제는 나, 우리만 위하여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끼리만 모여서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게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의 이웃을 한국 사람만으로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동네의 모든 종족을 향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애써야 합니다. 다른 민족 교회들과도 관계를 맺고 다른 민족들을 위해서도 손을 펼치는 일들을 함으로 우리 한국 이민자들이 더 넓은 세계 속으로 삶의 지경을 넓혀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로 인해 교회가 이민자의 울타리를 넘어 이웃에게서도 지도력을 발휘하는 민족으로 자라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3. 그런 이상적인 종교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목회자로서의 애로점은?
이상과 현실에는 많은 괴리가 있습니다. 어려움 중에 우선은 도움을 주고 유익을 주고자 하는 지도자들의 목적과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오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실수할 때가 있겠지만 나쁜 동기를 가지고 실수하지는 않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협조는 아주 큰 힘이 됩니다.
또 다른 과제는 앞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면서 좀처럼 현실에서 발을 떼지 못합니다. 자녀 교육이 귀하고 중요해서 미국에 왔다고 하면서도 자기 일에 바빠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회의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교회에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여도 현실에 묶여 참여도가 낮습니다. 좋은 기회라면 조금 더 자기를 희생하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4. 종교단체의 불협화음 해소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어디나 갈등이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는 누구나 갈등을 경험합니다. 자기 입장과 이익을 주장하는 곳에는 어디든 갈등이 생깁니다. 우리의 문제는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가느냐, 어떻게 분란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반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터득함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틀린 것과 다른 것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합니다. 틀렸기에 나쁘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상황은 갈등에서 분란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분란이 일면 기분이 나쁘고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깨어집니다. 분규가 생깁니다. 결국, 몸담고 있던 공동체는 깨어지고 자신도 깨어진 둥우리에서 떨어진 새처럼 추락하여 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것이 꼭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인 관찰의 결과입니다. 틀린다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의 결과입니다. 물론 다른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틀린 것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하는 자원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분별하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왜 이렇게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가? 그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흑백논리에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되어있는 삭막한 흑백 세상이 아닙니다. 온갖 수많은 칼라가 함께 하는 총천연색 세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흑백논리에 너무나 익숙해 있습니다. 의견은 다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흑백논리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공동체를 어렵게 하고 자신도 그 속에서 아파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교회나 성당이나 사찰의 신앙인들 각자가 본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서로를 귀중히 여기며 마음을 넓혀가는 신앙인들이 된다면 이민 사회의 사찰이나 교회나 성당들이 모두에게 유익이 되고 소망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5. 김낙인 목사가 제일로 꼽는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이 것’은?
자신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목사가 되었다고 저절로 좋은 신앙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는 역할입니다. 그 역할을 통하여 저 자신도 도(道)를 닦아야 합니다. 예배를 인도하고 회의를 주관하고 이곳저곳 행사장을 다니며 말을 하고 얼굴을 비친다고 제 믿음이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저 자신 앞에서 제 영성은 제가 관리해야 합니다. 저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가다듬는 일이 저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야말로 저는 아직도 공사 중인 사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평생을 다 가도록 가다듬고 벗겨내고 잘라내어 새로운 모습으로 자라나야 할 사람입니다. 여전히 공사 중이기 때문에 주위에 불편을 끼치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사람과 자신 앞에서 공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서는 날 비로써 “공사 끝. 그동안 불편을 참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공적생활 외에 개인적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요?
월요일을 휴일로 지킵니다. 자신의 웰빙을 위하여 노력합니다. 교회 뒷산에도 가고 그마저도 시간이 되지 않으면 빠른 걸음으로 동네 주위를 산책합니다.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건강도 챙깁니다. 또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갖습니다. 특별히 손녀와 지내는 시간을 아주 즐기고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잘 못하지만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근자에 색소폰을 새로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아직 형편없지만 언젠가 멋진 연주를 할 꿈을 꾸고 있습니다. 동호회가 있으면 가입해서 잘 배워보고 싶습니다. T.V는 주로 뉴스를 보고 좋아하는 프로는 사극을 좋아합니다. 역사과목이 있다 없다 하던 시대에 교육을 받은 지라 역사 지식이 많이 부족하여 사극을 보면서 재미와 함께 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습니다. 옛날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탁월한 작품들이 많지 않습니까? 조금 과장이 있고 왜곡된 면이 있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배움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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