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괴테가 인간의 욕망의 문제를 다루는데있어 악마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인간다운 교활함이 감춰져 있었다. 이름하여 메피스토펠레(Mefistofele)…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를 가리킨다. 인간보다 뛰어나며 사악한, 사탄이란 존재는 인간의 약점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반신반인이다. 이 사탄이란 존재가 인류의 역사 속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아마 신약성서를 통해서 일 것이다.
물론 사탄(악마)은 인류 역사 속에서 늘 존재해 왔고 불교의‘ 야차’나‘ 나찰’… 구약성서에도 하와를 유혹하는 뱀(사탄)이 등장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징적일뿐, 신과 인간사이에 실존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예수를유혹했던 사탄이 최초일 것이다. 예수가 환상를보았는지 아니면 자신과의 싸움을 사탄에 비유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세속적인 힘을 가지고 인간의 희노애락을 농락하며, 시험에 빠트리고 궁극에 가서는 파멸에 이르게하는 사탄만큼 인류를 거북스럽게 만드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파우스트’는 성서와는 다르게 사탄의 유혹을 기피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 유혹당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즉 사탄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다는, 영혼의 어드벤처를 그리고있다. 인간이란 과연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으며…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이 과연 유혹 속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인간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까?‘ 파우스트’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인간이란 파우스트처럼 시험당하고 유혹당하며 때로는 좌절, 때로는 희열을 맛보며 또다른 생명의 의미를 재발견해 나가는 존재라는것이다. 이 의미심장한 작품이 인류 사회에서여지껏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란 과연 얼마나 약한… 혹은 악할 수 있는 존재인가를 꿰뚫어 보았던 시인의 감각 때문이겠지만 그중간매체인 메피스토펠레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즉 인간은 본래 선하고, 천상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유혹의 그림자 속에 갇힌 악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우스트’에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뒤에도 구원의 희망이 비칠 수 있다는… 그런메시지의 교활함도 한 몫하고 있지만 ‘파우스트’야말로 주인공이 실질적으로 인간이라기 보다는 악마… 즉 유혹의 힘이 미치는 파장과 파괴적인 가치… 즉 예술적인 애너지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낭만주의 최고의 작품 ‘파우스트’가 유럽문화에 미친 영향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것이다. 파워 IQ라는 인류… 지렛대와 지렛목만댈 수 있다면 지구라도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이인류지만, 사소한 욕망하나로 파멸될 수 있는것이 또한 인간이란 동물이다. 그러기에 욕망이란 인간에게 메피스토펠레다. 이 ‘메피스토펠레’의 존재는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 ,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등 음악 속에서도 다시한번 그려져 이름 값을 과시하게 되는데,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과는 달리 보이토의작품은 파우스트보다 메피스토펠레를 주제로한 점이 흥미롭다.
보이토(Arrigo Boito: 1842-1918)는 19세기 초,당시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이탈리아 북부 파두아에서 태어난 작곡가이자 시인이다.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의 대본을 썼으며 베르디의 마지막 작품인‘ 오텔로’ ‘, 팔스타프’ 등의 대본을 만들어 베르디에게 바치기도 했다.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의 대본도 썼으며 음악 평론가로서도 활약했지만 실제로 그의 재능은 오페라작곡분야에서 나타났다.‘ 메피스토펠레’는1869년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초연을 보았는데, 총4막의 긴 공연 시간과 당시 보이토의 음악에 익숙치 않았던 관객들의 외면으로 초연은 대실패로 끝났다. 실패에 자극받은 보이토는 1875년볼로냐에서 4막을 3막으로 줄이고 파우스트역을 바리톤에서 테너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개작을 시도, 대성공을 거두며 이태리 오페라의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청춘과 성욕… 그것은 영혼의 어떤 힘보다더 강렬하고 유혹적이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판뒤 펼쳐지는 선과 악… 그리고 좌절과 구도의과정이 인간의 눈이 아닌, 악마의 눈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메피스토펠레’의 주제다.
대본 작가였던 보이토는 자신이 직접 ‘파우스트’를 다시 해체하고 재조립, 명작 ‘메피스토’를완성시켰다. 그러나‘ 메피스토’가 이태리 오페라의 한 획으로서 영원히 남게 된 것은 대본의 힘이 아닌 음악적 역량때문이었다. 이처럼 장엄하고 폭발적인 합창… 드라마틱한 전개는 이태리오페라사에 없었는데 초연은 벨칸토와 베르디풍에 젖어있는 이태리 관객들에 의해 외면 당했지만 베르디도 놀랄만한 극적인 박력… 바그너에 버금가는 음악적 폭발력으로 재탄생된 이작품은 대본작가 보이토를 단숨에 일류 작곡가의 대열에 합류시켰다. ‘메피스토펠레’역 바리톤 아리아들도 중량감 넘치지만 마게리타 역의소프라노… 무려 2백여명의 합창단이 등장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신은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월 6일 개막작으로 선보인 ‘메피스토펠레’는 SF 오페라에서 1923년 이후 6번째로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널리 알려진오페라치고는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번거로운 무대 변화,합창단 동원 등 까다로운 연주조건에 비하면결코 적은 횟수도 아니었다. SF오페라는 ‘메피스토펠레’ 전문 성악가 사무엘 렘니(베이스 바리톤)와 89, 94년 시즌을 함께 한 적 있었지만이번 작품은 다소 성악면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메피스토 역- Ildar Adbrazakov) 그러나 소프라노(Patricia Racette)의 열창, 어린이 합창단포함 183명이 노래하는 프롤로그 장관은 가히독창의 열세를 극복하고도 남는다. 적절한 발레,‘ 메피스토’에서만이 엿볼 수있는 극적인 무대연출… 이런 것 등은 왜 사람들이‘ 메피스토펠레’에 열광하는가를 보여주고 남는 일면이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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