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다. 대개 누구나 새해가 되면 의레히 특별한 마음을 갖는다. 계획도 세우고, 꿈도 품고, 남다른 결심도 하고, 쇠뿔도 단김에 빼리라는 각오로 새해 원단부터 옹글게 실천에 들어가기도 한다. 특별히 새해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공유(共有; sharing)의 덕목을 갖추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누구와 무엇을 함께 공감하고, 소유하고, 더불고, 나눔을 의미하는 공유의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나만을 위한 삶 곧 독존(獨存)이나 독처(獨處) 혹은 독거(獨居)에 익숙하다.
그러나 독존 혹은 독거의 삶은 다분히 파편적이며 이기적으로 흐르기 쉽다. 인간중심적인 인류의 독존의 삶은 생태계 위기를 가져왔고, 자기중심 혹은 자기 계급 중심의 ‘나 홀로’의 분리적 삶은 사회에 수많은 갈등과 폭력을 가져 왔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 역시 ‘혼자 있는 삶’ 곧 독처하는 삶은 좋지 않다고(창세기 2:18) 말씀한다. 성경의 모든 가르침은 인간의 올바른 삶은 공유적 삶이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 뿐 아니라 공유는 우주의 원리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시간과 공간과 만물이 함께 하는 우주 자체가 하나의 공유다. 인간 본래의 삶도 공유를 향한 원초적 갈망에 기초하고 있다. 언어, 노래, 문학, 예술, 학문 등등 모두가 인간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공유를 향한 갈망의 표출이다. 그러던 우리가 어느 순간 순수하지 못한 마음, 타락한 마음의 발로에서 소유에 집착하게 되었고 공유보다는 사유에 익숙하게 되었지 싶다.
미국 원주민(인디언)의 공유 의식을 반영하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디언 보호구역의 한 초등학교에 백인 교사가 새로 부임하여 시험을 보게 되었고, 그는 시험 볼 때 주의 사항을 들려주었다. “너희는 문명인답게, 정정당당하게 자기 실력으로 답을 쓰도록. 절대로 남의 것을 보거나 보여 주면 안 된다. 알겠지?” 그러나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안 돼 두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수근 거리더니 금세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이 문제의 답이 이것이다. 아니다’하며 시끌벅적하게 토론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백인 교사는 아이들에게 ‘시험 시간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야단을 쳤다고 한다. 그러자 한 원주민 학생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희 할아버지는 저희에게 늘 말씀하셨어요. 살다보면 어려운 일을 많이 겪게 될 터인데 그럴 때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여럿이 지혜를 모아 해결하라고요. 오늘 시험 문제를 풀다보니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할아버지 말씀대로 한 것뿐인데요.”세상의 모든 문제를 나 혼자 해결하려는 자세는 불가능하기도 하려니와 세상을 혼자 살려는 태도만큼 무모하고 어리석다. 공유는 세상을 사는 지혜다. 동서양의 고전과 격언과 속담도 공유의 한 방식이다. 오늘날 21세기의 정보통신 사회는 나이와 국적과 문화와 종교를 초월하여 공유적 삶을 요청한다. 국제 경제도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확산되고 있다. 춤과 노래로 한류열풍을 일으킨 가수 싸이에서 보듯이 지금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구촌의 수억 명이 유명 가수의 노래나 시사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이다.
공유가 세상을 사는 키워드가 되었다. ‘공유’의 삶이 요청되는 세상이다. 공유는 ‘나 홀로’가 아니라 세상을 함께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삶의 방식이다. 공유는 어렵지 않다. 지역, 나이, 인종, 종교를 초월하여 모르는 것을 묻고 아는 것을 나누며, 좋고 아름다운 것은 함께 나누고 아픔과 슬픔에는 공감하는 것이다. 이제 공유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기 이전에 현대 사회의 덕목이 되었다.
새해에는 공유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서로의 생각과 마음, 삶의 방식을 공유하며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미래의 희망을 공유하는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제 공유는 이 시대의 인격적 사회적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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