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어진 강철볼트 해명 납득되질 않아 오류보고서 작성
▶ 근거없는 주장이라 외면당하다 책임자들 수긍 이끌어내
“문제 키워온칼트렌스측 책임있다”
정 윤 전 엔지니어는 "베이브릿지는 아직도 보수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고 근심스러운 표정을지었다. 그는 14억달러 예산안으로시작했지만 64억달러가 소요된 베이브릿지 건설대금을 페이오프하려면 최소한 130억달러는 들어갈것이라고 예견했다.
그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베이브릿지는 케이블과 타워를 고정하는 앵커로드(anchor rods)가 세계에서 가장 큰 다리이다. 골든게이트브릿지처럼 육지에 기반을 둔 앵커가 아니라 다리 자체에 세운 셀프앵커로 연결된 자정식(自定式) 현수교이다. 새 베이브릿지는 인천 영종대교와 같은 양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넓은 자정식 현수교이다. 정 엔지니어는 "작은 것을 크게 만들 때비례로 건설하면 될 것 같지만 크게 만들면 또다른 문제가 생기는법"이라면서 "칼트렌스측이 이 점을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앵커로드는3층 길이, 30피트 정도 되는데 한개의 무게가 한 1,000 파운드나 된다. 전체 2,306개 강철봉 중 현수케이블 고정 강철봉은 274개이다.
지난해 3월 시어키(shear key, 지진시 차선을 고정시켜주는 기구)의96개 강철볼트 중 32개가 끊어져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공사스케줄에 밀려
빗물에 잠긴 강철볼트 방치그는 절" 대 가라앉지 않는다고 장담했던 타이타닉호도 공사스케줄에 쫓겨 질 떨어지는 리벳(Ribet, 금속물을 영구이음하는 머리가 달린핀이나 볼트)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면서 "학계는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측면 충돌한 부분이 나쁜 재료였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거론했다. 공사기간에 쫓긴 베이브릿지 건설도 타이타닉호의 최후를 되새겨봐야 한다는 뜻이다.
정 엔지니어는“ 다리 맨양쪽 끝의 지진제어장치인 베어링과 시어키에 베이스플레이트를 조금 낮은강도의 앵커로드를 사용해서 고정장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공사스케줄에 밀려 96개 볼트를 5년간 빗물에 방치한 것이 결정적인문제”라고 밝혔다. 이 강철볼트들이물과 접촉되면서 철을 취약하게 만드는 수소가 발생해 쉽게 균열이갔기 때문이다. 칼트렌스측은 지진학자의 조언에 따라 0.7(철봉이 끊어지는 숫자가 1이라 할 때)까지 강도를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3월 시어키의 96개 볼트 중 32개가 끊어지는 결함을 노출시키고야 말았다.
▲응력과 강도 차이 혼동
벡텔 근무시절 원자력발전소 건설시 이런 문제를 겪었던 정 엔지니어는 한눈에 이 결함의 본질을 알아차렸다. 그는 Toll BridgeProgram OversightCommittee(TBPOC)의스티브 헤밍져 총책임자가 KQED방송에 나와 결함에 대해 해명했지만 좀처럼 납득이 되질 않았다. 영문학자인 헤밍져가 엔지니어들이설명해준 개념을 전했으나 모순투성이었다.
정 엔지니어는 "베이브릿지 문제를 작성한 리포트(102페이지) 중200가지가 오류였다"며 "이중 금속학적으로 잘못된 것은 40여가지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칼트렌스 엔지니어들이 토목공학의 기본인 응력(stress, 외력에 저항하여 물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물체내에 생기는 내력, 인장도)과 강도(Strength, 재료가 파괴되기까지의변형저항)의 차이를 잘 모르고 혼동해서 사용했다”며 “어떻게 이런기본을 모를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오류를 정밀하게 꼼꼼하게 잡아낸 그가 지난해 10월 칼트렌스측으로 반박보고서를 보냈지만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
▲금속공학자들과 비평그룹형성
그때 10년전 헤이워드 애나메트(Anamet)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후배 리사 토마스 금속공학자 등과 의기투합해 ‘정&토마스 리포트’를 만들어 톨 브릿지 프로그램당국에 보냈다. 그는“ 정 리포트하면 표면적 거부감은 없지만 정서적으로 배척심이 든다”면서 “정&토마스 리포트를 더 쉽게 받아들였다”고 웃었다. 더욱이 새크라멘토비(Sacramento Bee) 찰스 필러(Charles Piller) 기자가 이 문제에파고들어 지난 12월 전면특집으로 내보내자 타 매체들과 여론이정 엔지니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칼트렌스측도 정 엔지니어가 지적한 문제들을 하찮은 것들(inconsequential),근거없는주장(unsupportedassertions)이라고 애써 무마하려다가 입장을 선회해 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미적가치에 치중한 디자인
정 엔지니어는 새 베이브릿지가 지나치게 예술적인 가치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도날드 맥도날드(Donald MacDonald) 브릿지 디자이너가 동쪽 교량을 디자인할 때 해가 떠서 지는 방향, 안개가 올라올때 다리의 형상 등 미적가치에 골몰했고 웨스트 스팬과 골든게이트,예바부에나 아일랜드와의 조화를꾀했다는 것이다. 그는 토목공학자(Civil Engineer)들은 이 디자이너의켄셉에 맞추느라 다리의 재료공학적 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실례로 525피트 높이의 타워가 4개 기둥으로 하나로 묶여져 있는데 그기둥 하나하나가 오각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왜 기둥모양이 오각형인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토목공사적 건설이 아니라 공간미적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해결책은 낮은 습도 유지
그는 베이브릿지 다리가 지진에약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볼트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 위험시기를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다리 꼭대기 25개 볼트가 현수 케이블에서 오는 응력을 붙잡고 있지만 어느 것이 쇠약해질지 모른다는 것이 위험스럽다고 말했다. 금방 노출될 문제는 아니지만 보이지도 않는 작은 균열이생겨 더 커지면 언제 끊어질지 예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엔지니어는 인장도를 낮추는 것이 한 방법이지만 케이블이 주는 응력 때문에 한도는 있다고 못박았다. 다리 꼭대기 룸 안의 공기를 건조하게 유지하고 케이블 앵커로드 룸도 대기와 공기를 차단, 아연도금된 강철의 부식을 막는 것이 최종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기의 습도를 40%이하로 유지해수소만 생기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면서 “건조함을 유지하는 것이150년 이상 베이브릿지를 지탱할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 온 비가 많이 새어들어 여러군데 녹이 쓸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떻게 40%이하로 습도를 유지할 수 있을른지가 큰 의문거리라고 말했다.
1955년 도미한 정 엔지니어는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UC버클리금속공학과를 졸업했으며 25년간벡텔에서 근무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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