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 의무화 법안이 지난 5일 의회 절차상 최종관문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버지니아주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동해병기 법안(SB 2)을 찬성 82, 반대 16으로 가결 처리했다.
버지니아 주는 주지사가 회기 종료(8일) 일주일 이내에 통과된 법안을 30일 이내에 서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는 4월초까지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 측의 로비로 법안 처리가 무산되느냐, 주지사가 마음을 바꾸느냐 등 많은 우려가 있었다. 주지사 서명을 확인하기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으나 서명이 끝나면 법안은 7월부터 발효되며 이 법안에 따라 버지니아주 교육위원회가 승인하는 모든 교과서에 ‘일본해’가 언급될 때는 ‘동해’도 함께 표기되어야 한다.
미주 한인들은 이번 법안 통과에 힘쓴 버지니아주 한인들에게 큰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자. 한국의 정치인들이 각자의 이해를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동안 미주 한인들은 조용히 역사에 남는 일을 해내었다.
1965년 획기적인 새 이민법이 제정되고 1968년 새 이민법이 발효되며 미전역에 한인들이 대거 몰려왔고 지역 한인회가 생기고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며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에 올 때 탄 비행기 티켓은 친지가 돈 모아 사주고, 본인이 수년간 힘들게 모으거나 빚을 내어 왔으며 공항에 내릴 때 주머니에는 달랑 50달러, 많아야 수백 달러였다. 잠 못자며 힘들고 거친 일을 하고 목숨 걸고 장사하여 번 돈으로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보냈고 집을 샀고 차를 샀다.
1960년대에 이민 온 이들 중에는 라면 두 개 끓여서 열 식구가 나눠먹는 배고픔이 싫어서 이민의 기회가 생기자 미련 없이 조국을 떠난 이도 있을 것이다. 1970년대에 온 이들은 공장에서 재봉틀 돌리며 ‘별이 빛나는 밤에’의 송창식, 윤형주 노래를 위안삼아 날밤을 새웠지만 누런 봉투 안에 든 월급은 지폐와 동전까지 다 털어도 방값, 차비에 쌀 한말 들여놓으면 흔적도 없어지는 지독한 가난이 싫어서도 왔을 것이다.
물론 김지하의 시 ‘오적’의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 하는, 간땡이 부어 남산하고 목 질기기가 동탁 배꼽 같은 천하흉도 오적의 소굴이렸다”는 대목에 ‘아, 희망 없는 이 땅을 떠나자’ 한 이도 있을 것이다.
가난이 싫어서 잘 살기 위해 그리고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에 왔으나 미주한인들은 한시도 두고 온 나라를 잊지 않았다. 모국에 홍수나 가뭄이 들면 수재의연금, 가뭄기금을 모았고 1997년 한국의 IMF시대에는 달러 보내기 운동을 펼쳤고 지금도 명절이 되면 엄청난 액수의 달러가 송금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저만 잘 살려고 모국을 버렸다’며 배신자 취급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한국이 잘 살게 되면서 TV 드라마에 나오는 미주교포는 사기꾼으로 묘사되는 등 푸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주한인들은 영주권을 받고 시민권을 받아도 마음만은 영원한 한국인이다. 우리는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 따기를 학수고대했고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밤새워 응원한다. 상대가 알아주든 말든 모국을 향한 ‘짝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에 이런 한인들이 미주한인 이민사에 남을 일을 해낸 것이다. 버지니아 의회에 동해 병기 법안이 제출되고 통과되기까지 이들은 힘을 길렀다. 유권자 등록을 하여 표 한 장의 무서움을 미국 정치인들에게 보여주어 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 버지니아 쾌거에 이어 뉴욕주와 뉴저지주의 동해병기 추진도 좋은 결과를 이루기 고대한다. 한인 유권자의 수가 많을수록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 쉬워진다. 미국 정치에 250만 미주한인들의 힘이 영향을 미치면, 동해 병기 운동이 확산되면 한반도 통일이 앞당겨 질 수도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