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에서 살다보니 통일이라는 말처럼 그렇게 절실하게 들리는 말도 없다. 38선이 그어진 해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은 분단 70주년이다. 그 동안 통일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몇 차례 끓어오르다 식다를 반복했다. 그러던 차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고국의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주장하여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다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3월 말 박대통령은 이를 구체화하여 독일 방문 시 ‘드레스덴 구상’이라는 통일 방안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흡수통일방안이라고 반발하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고 좋은 일이지만, 이른바 ‘통일 대박론’으로 알려진 통일 논의는 자칫 통일을 요행으로 여기게 하거나, ‘대박’이라는 말의 뉘앙스로 인하여 통일을 희화할 우려가 있어 염려가 앞선다.
박 대통령은 통일을 대박이라고 하였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나오자마자 그 주장의 진정성이나 현실적 가능성을 떠나 일단 ‘대박’이라는 언어적 표현에 대하여 문제를 삼는 견해들이 있었다. 경제학자라면 통일을 경제적 측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통일을 대박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자리에서 통일을 대박이라고 발언한 것은 무언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정말 통일은 대박인가? 대통령처럼 통일을 대박으로 이해해도, 대박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아도 별 무리가 없는가? 우선 대박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면 ‘운 좋게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대박하면 떠오르는 핵심 이미지는 운(運)이다. 대박은 운이 좋으면 터지는 것이요, 운이 안 좋으면 이른바 쪽박이 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요행을 필요로 하는 말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일제 강점기 나라의 독립운동은 결코 운이나 요행에 거는 일이 아니었다. 독립은 온갖 고초를 겪어가며 애국선열들께서 벌인 줄기찬 운동의 열매이지, 요행으로 얻은 대박이 아니다. 겨레의 통일 역시 우리 민족이 줄기차게 마음을 합하고, 지혜를 모으고, 주변국을 설득하며 이루어 가야 할 시대적 과제이지 대박처럼 운이나 요행으로 설명 할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대박이라는 말은 주로 기대하지 않던 커다란 경제적 이득이 일어났을 때 많이 쓴다. 주로 복권 당첨을 기원하거나 상대방의 일이 잘되기를 바랄 때 이른바 운을 빌어주는 말로 이런 말을 한다. 대박은 시중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돈벼락, 복권당첨, 벼락성공, 벼락출세, 인기 대폭발 등등 대개 은연중 경제적 이익을 내포하는 의미로 쓰인다.
이 점에서 통일 대박론은 자칫 통일은 곧 경제 논리만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다. 통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대박이 나니 통일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산출을 통하여 그러한 방향으로 통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다인가? 그러면 경제적 효과가 없으면 통일을 미루거나 안 해도 되는가? 통일의 당위성을 경제 효과에만 둘 수 없다. 남북한의 이산가족이 애타게 만나려는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끊을 수 없는 혈육의 정 때문이다.
통일은 경제적 동기 그 이상이다. 비록 아직은 서로 다른 이념과 전쟁의 상처로 갈라져 있지만 남북한 우리 겨레는 같은 핏줄, 같은 문화, 같은 언어로 이어진 형제이고, 함께 세계의 문화 발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 할 민족 공동체이다. 이 점이 통일이 서 있어야 할 당위성이다.
통일은 요행을 전제하거나 벼락 돈벌이를 연상케 하는 대박이 아니다. 통일은 목적적 가치이지 수단이 아니다. 통일은 남북한이 서로 평화적 교류를 통하여 대화하면서 진심과 인내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통일은 대박이라기보다는, 비록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우리 민족이 줄기차게 노력하며 기다려야 할 가장 큰 희망 곧 대망(大望)이며, 남북한 우리 겨레가 서로 시대적 공감을 도모하는 가운데 간절히 기다리고 바라는 대망(待望)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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