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씨 고운 나무꾼 할아버지가 목이 말라 옹달샘 물을 몇 모금 마셨는데 놀랍게도 청년이 됐다. 할머니도 뒤따라 마셔서 둘은 신혼부부처럼 젊어졌다. 그 말을 들은 욕심쟁이 영감이 산으로 옹달샘을 찾아갔는데, 그만 너무 많이 마시고 갓난아기가 돼버렸다. 착한 나무꾼 부부가 그 아기를 데려다가 아들로 키웠다. 누구나 한번쯤 들었음직한 옛날이야기다.
중국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사람이었다. 만리장성을 쌓고 아방궁을 지어 호의호식하며 장수하고 싶었던 그는 불로초를 찾기 위해 많은 심마니 팀을 각지에 파견했다. 전설에 따르면 이들 중 한 팀이 우리나라 제주도까지 다녀갔다. 수천 궁녀를 거느렸다는 그가 진짜로 바랐던 것은 불로장생보다 회춘이었을 것 같다.
진시황이 요즘 살아있다면 2,300여년 만에 회춘비법을 찾았다며 환호성을 지를 터이다. 중국도, 한국도 아니고 엉뚱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심마니 아닌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심심산속의 신비한 약초가 아니라 주위에 널려 있는 ‘젊은 피’가 그 비법이다. 젊은이의 피를 노인 몸에 주입하면 노화속도가 늦춰질 뿐 아니라 거꾸로 젊어질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이번 주 미국의 주요 학술지에 괄목할만한 연구논문 3편이 게재됐다. 한편은 캘리포니아 주립의대(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이 ‘네이처’ 저널에, 다른 두 편은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사이언스’ 저널에 각각 발표했다. 이들은 생후 3개월 된 쥐와 18개월 된 쥐의 옆구리를 째고 한 몸으로 봉합해 실험했다. 사람으로 치면 20대 청년과 70대 노인에 각각 해당한다.
머리가 함께 붙은 쌍둥이마냥 피가 자연스럽게 섞인 두 쥐를 얼마 후 조사한 샌프란시스코 의대 팀의 솔 빌리다 박사는 늙은 쥐의 경우 쇠퇴했던 근육이 활성화됐고 스태미나가 증진됐으며 기억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조직 세포도 크게 늘어난 반면 팔팔했던 젊은 쥐는 비실비실해지고 뇌의 신경세포도 두드러지게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
빌리다 박사는 두 쥐를 봉합 않고 젊은 쥐의 피에서 세포를 제거한 혈장만을 늙은 쥐에 주입해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났다며 “젊은 피에는 노화작용을 역전시키는 정체불명의 화학물질이 틀림없이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쥐는 쥐일 뿐”이라며 3~5년후 인체실험을 통해 똑같은 효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나는지 여부를 밝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한걸음 더 나아가 늙은 쥐에 젊은 쥐의 피를 주입 않고 ‘GDF11’로 불리는 혈액 단백질만을 주입해도 노화현상의 역전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실험을 주도한 에이미 웨이저 박사는 쥐와 인간이 똑같은 형태의 ‘GDF11’ 단백질을 피 속에 지니고 있다며 쥐 실험에서 발견된 효과가 인체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드라큐라나 뱀파이어 같은 엽기 흡혈귀를 연상시키는 이들 보고서에 지구촌이 들썩거린다. 젊은 피의 효능이 확실하다면 이젠 공포의 불치병인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암, 심장병, 당뇨 등 고질 노인병을 쉽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노인들이 매일 각종 약을 한 움큼씩 먹을 필요 없이 젊은 피를 한방 주입하는 것으로 만사 오케이란다.
젊어지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한국여성들이 10대부터 50~60대까지 너나없이 성형수술을 받는 건 예쁘게 보이고 싶고 젊게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성형수술로 외모는 젊어 보일 수 있지만 몸 안의 오장육부는 그대로다. 요즘 서울의 성형외과 앞에 여자들이 줄지어 서듯, 머지않아 ‘젊은 피 수혈센터’ 앞에 돈 많은 영감들이 줄지어 설 것 같아 씁쓸하다.
‘젊어지는 옹달샘’ 물을 과음한 욕심쟁이 노인은 아기가 됐고 불노장생을 희구했던 진시황은 수은을 회춘약인 줄 알고 장복했다가 흉물이 돼 50살에 ‘요절’했다. 자연을 거스르면 역작용이 따른다. 젊은 피를 무턱대고 주입받으면 잠자던 줄기세포가 깨어나 걷잡을 수 없이 증식될 수 있고 암 발병 가능성이 오히려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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