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버트 젠킨스 미 육군 상사는 1965년 한국에 주둔하던 중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향했다. 그러면 북이 소련으로 보내줄 것이고 소련에서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이 그의 나중 술회였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북 당국은 그를 잡아 족치는 바람에 북한 찬양선전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가 39년만인 2004년에야 협상 끝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 육군은 60대 고령인 그의 몸에 군복을 입히고 25일 동안 영창에 집어넣었다가 불명예 제대를 시켰다.
그와는 대조가 되는 사람으로 에디 슬로빅이란 미 육군 2등병이 있었다. 2차대전 중 그는 자신의 부대가 아니라 캐나다 군부대와 합류하면 격전지인 유럽 전선이 아니라 영창으로 보내져 전투를 피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독일 서쪽에서 유혈이 낭자한 전투를 벌여야 하는 미군 수뇌부는 슬로빅을 본보기로 삼기로 작정했다. 그는 남북전쟁 이후탈영으로 처형된 유일한 미국인으로 역사에 남는다.
어렴풋이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던 이야기를 최근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찰스 레인의 글을 읽고 상세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보 버그달 미군 상사와 탈레반 테러 혐의자 5명과의 교환 석방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불꽃 튀듯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레인은 비교적 중도적인 논조의 칼럼을 쓴다.
레인의 주장인즉 한주 전 오바마가 버그달의 부모를 대동하고 백악관의 장미 가든에서 의기양양하게 버그달의 석방을 발표한 것이 어리석었다는 것이다. 버그달이 결코 영웅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알았어야 마땅했을 것이라는 이유이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전 보좌관이 버그달의 군복무를 “명예스럽고 뛰어난 것”이었다고 묘사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언동이었다는 것이다. 버그달을 영웅화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은 보수 진영이 그를 악마화하려는 노력으로 피장파장이라는 게 레인의 주장이다.
버그달이 약 5년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부대에서 무기도 안 가지고 새벽녘에 스스로 나가버렸다는 동료 군인들의 회고를 근거로 보수 진영은 그를 탈영한 범법자로 모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가 제 발로 걸어 탈레반에게 갔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군법상 탈영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가 탈레반에 억류되어 있는 동안 미군 쪽으로 돌아오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따라서 고작해야 그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충분히 회복한 후 진상 조사 끝에 무단이탈(AWOL:Absence Without Leave) 정도로 불명예 제대에 처해지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 5년 가까이 탈레반에 억류되어 모국어인 영어마저 많이 잃어버렸던 그에게 형기를 부과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정부가 미군 포로 한 명이라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의 본보기로 버그달 구조를 오바마가 부모 앞에서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탈레반의 중진급 5명을 버그달과 교환하는 결정을 내리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는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주장은 앞으로 한동안 미국 조야를 시끄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관타나모에 수감되어 있는 알 카에다나 탈레반 테러범들, 그리고 혐의는 충분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해서 재판에 회부시킬 수도 그렇다고 석방시키기도 어려워 무기한 잡아두고 있는 혐의자들을 석방시킬 때는 상하 양원 정보위원회 등에 30일전에 보고를 해야 된다는 규정을 오바마가 어겼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버그달의 석방 협상을 카타르 회교국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발설되면 버그달을 죽이겠다는 탈레반의 위협 때문에 버그달을 살리기 위해서는 석방과 동시에 의회에 통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한편 독일 소재 미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버그달은 아직까지도 부모들과 통화조차 못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5년 동안 못 본 가족들과의 상봉이 억류자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의 생각이지만 전문가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서서히 진행시켜야 될 과정이란다. 참으로 복잡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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