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 어느 여름
곳 : 산 속
<나오는 짐승들>
토돌이: 외로운 토끼
토순이: 토돌이를 오빠라고 부르는 이웃 마을 토끼
비둘기: 토돌이가 누나라고 부르는 산새
다람쥐: 토돌이의 친구
사 슴: 산마을의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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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서 계속>
다람쥐 : (토돌이 옆으로 다시 가서 앉으며) 토돌아! 우리 아빠와 엄마가 토돌이 널 우리 집으로 데려오랬어.
토돌이 : 왜?다람쥐 : 너네 엄마가 돌아 오실 때까지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고....
토돌이 : (분명한 말투로) 그것만은 싫어!난 여기에 있어야 해. 엄마가 돌아 오실 때까지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않을거야!
다람쥐 : 알았어! 그럴줄 알았어.(일어선다)*토순이 아까부터 나타나토돌이와 다람쥐가 주고 받는 말을 듣고 서 있다.
다람쥐, 토순이를 본다.
다람쥐 : 토순이 너 와 있었구나.
토순이 : 응다람쥐 : 우리들이 주고 받은 말 다 들었구나.
토순이 : 그래! 다 들었어.
토돌이 : 토순이가 들으면 어때, 우리가 토순이 욕 한것도 아닌데.
다람쥐 : 그래 , 토순이 얘긴 한 마디도 안했으니까.
토순이 : 그건 그렇고, 토돌이 오빠, 엄마가 돌아오시면 다람쥐와 도토리 주으러 간댔지?다람쥐 : 그래, 옛날 처럼....
토순이 : 그땐 나도 꼭 데려가 줘, 응?
다람쥐 : 그래, 토순이도 끼워주지. 토돌이와 둘이 가는것보다셋이 가면 더 신날테니까.
토순이 : (다람쥐에게 손꾸락을 내밀며) 꼭이야!
다람쥐 : (토순이에게)우리 둘만 손가락 다짐하는 것 보다셋이 하는게 더욱 믿음이 가는 약속이 되니까, 토돌이 너도 (손가락을 토돌이에게 내밀며)자! 손가락 다짐!
*셋이서 한목소리로 “다짐!”이라고 소리치며, 손가락을 서로 걸고하늘로 추켜올릴때,즐거운 음악이 한동안 흐르다가 사라진다.
다람쥐 : 토순이가 토돌이 너에게 무슨 할말이 있어서 온것 같은데... 난 이만 간다.(가지고 온 보자기 속의 도토리를 토돌이 곁에 부어 놓고는) 도토리 두고 간다. 배고플때 먹어!(사라진다)
토돌이 : 고맙다, 다람쥐야, 또 와!
토순이 : 다람쥐 오빠, 잘 가!
토돌이 :토순아 왜 또 왔니? 사슴할아버지가 그러시던데, 너네집 돌담이 무너졌다면서...?
토순이 : 사슴할아버지가 오셔서 고치고 계셔... 그건 그렇고, 우리 엄마가 오늘은 토돌이 오빠를 꼭 데리고 오래.
토돌이 : (제 몸을 살피며) 내 잿빛 털옷을 빨아 주시려고 그러시는 걸 난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안 가!
토순이 : 그렇게 고집 부리지 말라고 그러셨어, 우리 엄마가.
토돌이 : 고집이 아니야, 우리 엄마가 돌아오시면, 이 잿빛 털옷을 엄마 손으로 빨아 달라고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토순이 : 오빠생각이 그렇다면, 하는수 없지.(한숨을 내쉬며) 흥, 오늘도 어머니 심부름 허탕이네.(하늘을 쳐다 보고) 응, 또 구름이 몰려 오네.
토돌이 : 또 장대비가 쏟아지려나, 토순아, 비맞기 전에 어서 가거라!
토순이 : 오빠곁에 더 있고 싶은데....
토돌이 : 비 갠 날에 오래오래 같이 있자.
토순이 : 맨날맨날 비가 오는데 언제?토돌이 : 설마 비개고 햇님이 빵긋빵긋 웃는 날이 오겠지. 그 땐 우리 엄마도 돌아오실 거고.(손등으로 눈물을 닦는다)
토순이 : 하지만, 오빠는 울고 있으면서....
토돌이 : (눈물섞인 소리로) 어서 가래도, 비맞기 전에.
토순이 : 그래, 알았어!(사라지며) 오빠 내일 또 봐, 응.
토돌이 :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래, 내일 또.
토순이 : (다시 되돌아 와) 오빠, 왜 자꾸만 울어?
토돌이 : 아냐, 어서 비 쏟아지기 전에 가래도.....
*토순이 울면서 사라지고 난 뒤, 낮은 뇌성소리가 멀리서 들려 온다. 토돌이하늘을 쳐다보고는 겁에 질린듯 서성거린다. 이어 번갯불이 번쩍번쩍비치고,뇌성소리도 높아지면서, 무대가 어두어진다.그리고 비가 쏟아지는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토돌이 망개잎 비가리게 우산으로 빗줄기를피하다가, 이내 우산을 내팽개치고는급하게 살아진다. 토돌이가 사라지고난뒤. 무대가 잠깐 비었다가, 사슴 급하게 달려 들어 온다.
사 슴 : (토돌이가 없어진 걸 보고) 토돌아! 토돌아! 내가 그렇게도 타일렀는데도 끝내 개천으로 달려 갔구나.
*사슴 토돌이를 목청껏 부르며 사라지고 난 뒤, 비둘기 급하게 날아와,토돌이가 앉았던 자리를 본다.
비둘기 : (팽개쳐진 망개잎 비가리게를 주워 들고는) 망개잎 우산까지 팽개치고, 돌징검다리가 떠내려갈까봐 달려간게 틀림없어. 이 일을 어쩌지?사슴할아버지가 탈없이 데려오셔야할텐데.(발을 동동 구른다)
*토순이와 다람쥐가 서로 다른 쪽에서 큰 잎사귀로 빗줄기를 막으며 나타난다.
토순이 : 비둘기 언니!
비둘기 : 토순아 너 빨리도 달려 왔구나.
다람쥐 : 누나!
비둘기 : 너도... 역시, 내가 걱정한 대로 토돌이는 개천으로 달려간게 틀림 없어!
토순이 : 이렇게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다람쥐 : 그리고 뇌성벽력이 이렇게 무섭게 치는데....
비둘기 : (망개잎 우산을 내밀며) 너희들 비 맞지말고, 이 삿갓 속으로 들어오너라!그리고 사슴할아버지께서 토돌이를 데리고 오실때 까지 기다려 보자꾸나.
*토순이와 다람쥐, 비둘기가 받쳐주는 삿갓 속으로 들어간다. 뇌성 소리가 조금 낮아지고 번쩍이던 번갯불도 비치지 않는다. 그리고 비 소리도 약해진다.
비둘기 : (하늘을 쳐다 보고는) 변득스런 날씨가 수그러지나 보구나.
다람쥐 : (우산 속에서 물러나며) 날이 활짝 갰으면 좋겠는데....
토순이 : (역시 우산 속에서 물러나 손바닥으로 빗줄기를 받으며) 응, 빗줄기가 많이 약해졌네.
*이때 사슴이 토돌이를 들쳐업고 급하게 나타난다. 비둘기,다람쥐 그리고 토순이들이 사슴쪽으로 몰려 간다.
비둘기 : (겁먹은 말투로) 사슴할아버지 어떻게 됐어요?
사 슴 : (꼼짝도 않는 토돌이를 언덕받이에 살며시 내려 놓고는)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는 걸 내가 간신히 건져 올렸지만,(힘 없는 소리로) 가망이 없는 것 같구나.
*모두 토돌이 쪽으로 다가 가서, 울먹이는 소리로 “토돌아!” 라고 소리친다.
슬픈 음악 깔린다.
사 슴 : (힘 없이 바위에 털썩 주져 앉으며) 외롭던 토돌이가 끝내 먼길을, 또 외롭게 걸어갔구나.
비둘기 : 이 누나에게 엄마를 찾아 달라고 그렇게 소원 했었는데....
다람쥐 : (머리에 받치고 왔던 비받이 잎사귀를 토돌이 몸에 덮어 주며) 지네 엄마가 돌아오면 옛날처럼 산과들로 도토리 주으러 달려가자고 했는데....
토순이 : (다람쥐 처럼 잎사귀를 토돌이 몸위에 덮으며) 지네 엄마가 돌아오면, 잿빛털을 깨끗이 씻어 줄 거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둘기 : (망개잎 삿갓을 들고 와 토돌이위에 받쳐 놓으며) 토돌아, 너네 엄마 오시면, 비맞지않게 받쳐 주려던 이 망개잎 너에게 받쳐 줄게. 사슴할아버지! 날이 활짝 개면 토돌이를 지네집 황토언덕에 묻어 줍시다.
사 슴 : 그래, 그러자꾸나.
*이때 밝은 음악이 흐르면서 구름 사이로 한줄기 햇빛이 내리 비친다. 모두점점 밝아오는 하늘을 쳐다본다.
사 슴 : 변득스럽던 날이 또 개는 구먼.
다람쥐 : 사슴할아버지, 저 쪽 하늘을 쳐다보세요.
*모두 다람쥐가 가르키는 쪽 하늘을 쳐다볼때, 우렁찬 음악과 함께 무지개가 뻗어 있다.
토순이 : 아! 무지개가 떴다.
*토순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울림 목소리로 “토돌아, 빨리 이 무지개구름다리를 타고 이리로 올라 오너라!”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비둘기 : 이 목소리는 틀림없는 토돌이 엄마의 목소리야.
토순이 : 그래요!다람쥐 : 맞았어! 토돌이 엄마의 목소리야.
토순이 :(사슴에게) 하늘로 날아 올라가고 있어요.
*토돌이가 무지개 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 가는 동안, 연극이 시작될 때의‘타박네’의 허밍이 깔리는 가운데, 사슴의 대사가 겹쳐 흐른다. 이 때 다른짐승들은 무지개 쪽으로 바라보는 반면에, 사슴은 관중석을 바라보며, 대사를 읊는다.
사 슴 : (시를 읊듯)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 어디로 울고 가니, 북망산천 우리 엄마, 젖 달라고 울고 간다. 산 높아서 못 간단다. 산 높으면 기어가지. 물이 깊어 못 간단다. 물 깊으면 헤어가지. 그래 토돌이의 몸둥아리는 제에미와 살던 이 산자락에 묻히지만, 그 애의 혼은하늘나라로 먼저 간 엄마 품으로 이렇게 달려 가고 있는 거야. 그래서 은하수 하늘에서 엄마와 함께, 헤어짐없는 나날을 보낼거야! 그래서 이제부터는 토돌이는 외롭지 않은 토끼가 된거란 말이야.
짐승들 : (무지게 쪽을 바라 보며,큰 소리로) 토돌아 잘 가거라!
*짐승들의 소리가 산산에 메아리되어 되돌아올 때, 우렁찬 허밍 음악과 함께 천천히 막이 내린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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