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정치와 관련 있는 일을 하니 조만간 정계에 진출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말과 “먹고 살기도 바쁜데 쓸데없이 정치적인 일만 하지 말고, 한인타운에 사는 사람들 잘 살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다. 농담 섞인 말이지만 정치적인 일은 나와,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것이고,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발판으로 삼아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그 말에 깔려 있음을 나는 느낀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한다. “승산 없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2012년에 선거구재조정 과정에서 한인들이 결집된 모습을 보여준 것 만해도 큰 성과이다. 이제 과거 일은 과거 일이고, 주류 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훗날 한인타운을 대표할 시의원을 길러내는 일에 힘을 쏟을 때이다. 끝난 일을 소송이라는 방법으로 다시 들춰내서, 주류사회와 맞서면 시 예산 배정이나 시의원 선출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으니 이쯤에서 끝내고 힘을 기르자. 이제 정치적인 의도를 버려야 할 때이다.”
과연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를 요구하는 일이 나와 우리의 삶과 관계없고, 불순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만의 정치 놀음에 불과한 것일까? 한인타운을 한번 돌아보자. 인구수에 비해 공원과 녹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없다. 유태계 또는 흑인 거주지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어르신들이 만나서 교제할 수 있는 변변한 시설이 없다보니 패스트푸드점에 모여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타운 내 노인아파트와 저소득층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인들은 높은 렌트비를 감수해야 하고 이로 인해 실질적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버몬과 윌셔 블러버드에 세워진 호화주상복합 건물처럼 건축비 일부가 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지만 어느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아 개발업자의 눈 먼 돈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선거 때만 되면 한인타운의 발전과 한인들을 위한 공약들을 내어 놓고 선거자금을 요구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 버린다. 아마도 우리들을 자기들의 현금인출기(ATM) 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우리의 대표, 즉 한인타운 주민들의 요구와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하고 실행할 수 있는 대표가 없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는 바로 우리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출발점이고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한인타운 선거구를 바로 잡아 단일화하는 일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정치적’인 태도가 바로 나와 우리,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를 위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한인타운의 선거구 단일화를 원한다면, 또 우리의 실질적 삶의 향상과 한인타운의 지속적인 발전을 바란다면, 우리는 정치적이 되어야 한다. LA시 한인 시의원을 만들기 위해 정치적이 되자. 우리의 미래인 차세대 리더를 길러 내기 위해 정치적이 되자. 살기 좋은 한인타운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정치적이 되어야 한다. 한인타운을 하나로 만들어 우리의 대표와 우리의 목소리를 찾는 데 정치적이 되자.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 소송 운동을 위한 격려 한마디, 귀중한 후원을 하는 데 정치적이 되자. 먼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한인타운을 위해 정치적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오늘 정치적이 되어야 한다.
두 개로 나뉜 한인타운 선거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정치적인 법적 행동의 진정한 목적은 주류 사회와의 대립과 반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함이다. 어떤 상황에도 이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심과 조언, 그리고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우리가 정치적이 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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