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30년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뉴욕에 들어온 중년의 목사가 교회를 찾고 있었다. 이리저리 연결돼 한 교회의 부름을 받고 설교도 하고 인터뷰도 했다. 학력도 좋았고 외모도 좋은 목사였다. 어제나 오늘이나 교회서 연락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연락이 왔다. 초빙이 취소됐다는 통보였다.
개인적으로 잘 알던 목사라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문제는 담배였다. 이 목사는 목사안수를 받고 난 뒤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사람들 몰래 숨어서 피곤했나 보다. 뉴욕에 들어와 초빙 교회서 설교를 한 후, 어느 날 한적한 길 가에서 담배를 피우다 그를 초빙하려 했던 교회의 교인이 그를 보고 말았다.
목사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그 교인이 교회 중진들에게 보고했고 목사를 초빙하려 했던 청빙위원회는 그 즉시 목사의 청빙을 중단해 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목사는 그 후 담배를 끊었고 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했으며 은퇴했다. 현재는 뉴욕에 살고 있지 않는다. 목사가 담배로 인해 가진 하나의 에피소드다.
“목사도 사람인데 담배를 피우는 게 무엇이 잘못 됐냐?”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 잘못을 떠나 교회에 덕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한국교회에서 자라난 교인들에겐 용납이 안 되는 모습이다. 그러기에 목사의 흡연은 아직도 한국교회의 교단에선 목사직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개신교의 한인성직자들에겐 담배와 술은 금물이다. 몰래 피우고 마시는 종교지도자들이 있긴 있지만 극소수다. 그러나 가톨릭성직자들은, 특히 서품 받아 교회의 직을 맡은 신부(사제)들이라 해도 술과 담배는 자유로 마시거나 피울 수 있다. 사제들이 평신도들과 함께 담배도 피고 술을 마셔도 흠이 아니다.
언젠가 한인성당에 취재 갈 일이 있었다. 강연회였다. 본당에서 강연이 끝난 후 친교실에 모이게 됐다. 들어가 보니 둥그렇게 놓여 진 탁자 위에 콜라 같은 소프트 음료수와 또 맥주 캔과 병들이 줄줄이 놓여있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곳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같이 맥주를 마시며 흥겹게 친교 하는 것을 보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일수록 술과 담배는 친하게 될 수 있다. 친구 의사들이 있다. 의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술을 좋아한다. 담배를 피우는 의사는 못 본 것 같은데 술을 즐기는 의사들은 많이 보았다. 담배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담배에 들어있는 독소들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의사들은 담배를 안 피우는 것 같다.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를 의사가 피우면 우선 건강을 유지하러 의사를 찾아간 환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의사들은 담배만큼은 안 피울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고 지켜주는 길라잡이 의사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담배를 피운다면 경우에도 닿지 않는 역설일 수 있다.
미국의 상위그룹 체인점에 속하는 CVS가 9월3일부터 전국매장(7,700개)에서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CVS는 각종 약품과 건강식품 그리고 일반용품 등을 파는 특수체인점이다. CVS는 흡연자에게 금연교육과 흡연욕구억제 약물을 지원하는 한편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회사명도 ‘CVS헬스’로 바꾸기로 했다.
이 회사는 담배를 팔지 않음으로 인해 1년 20억 달러의 매출손실이 온다고 한다. 한국 돈으론 2조원이다. CVS는 뉴욕 한 복판 맨하탄의 한 공원에 ‘금연(Cigarettes Out)’이란 조형물을 설치하고 홍보벽면엔 ‘♥CVSHealth’ “Health is everything(건강이 전부다)”란 글귀를 새겨 넣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홍보하고 있다.
담배는 정신건강엔 모르겠지만, 육신건강엔 적이다. 폐암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인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짧은 인생, 보람 있게 살려면 우선 건강해야만 한다. 건강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CVS의 금연 캠페인이 강력한 본보기가 되어 다른 체인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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