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왕 통신원의 미 대륙횡단 여행기 (1)
▶ 요세미티와 토노파
자연보호 운동가 존 뮤어 덕분에 요세미티 지켜져
미국, 아직 살만한 나라 각인시켰던 토노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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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떠나시는 거예요? 떠나기 전날 근심 어린 아들의 표정을 이해한다. 일 이주도 아니고 두 달에 걸친 대륙횡단을 미리 예약도 하지 않은 채 동가식 서가숙으로 하겠다니 반신반의 걱정하는 것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역마살(?)을 타고난 탓인지 국민학교 시절에 어머니가 공부 좀 하라고 눈치를 주시면 슬그머니 내방으로 건너가 세계 지도를 펴놓고 앉아있다가 혼이 난적이 많이 있다. 뉴욕은 무슨 색깔일까 파리는 어떤 도시일까 등등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시절 무전여행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여행편력이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참 세계 곳곳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지금이야 찾아가기 쉬워졌다지만 15년 전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심지어 북한까지 방문하는 등 남들이 좀처럼 가기 힘든 지역까지 찾아 다녔다30년 전 대륙횡단과는 달리 이번에는 각도시의 문화와 삶을 보고 이해하며 함께 동화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여행이라 하지 않던가? 어느 도시에서는 하루, 또 어느 도시에서는 며칠이고 맘 내키는 대로 머무를 예정이다.
가다가 푸른 숲을 만나면 푸르름에 젖어보고 황량한 사막에선 한 마리 독수리가 되어보련다산호세에서 680-580-120번으로 이어지는 요세미티(Yosemite) 를 향한 길은 지금까지 족히 30번 이상 다녔지만 오늘은 감회가 사뭇 다르다. 코스를 동쪽으로 정한 이유는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 일뿐더러 가장 여행할 곳이 많기에 이번 횡단이 끝난 다음 별도로 취급 하려 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들어서서 요세미티 밸리(Valley)로 가지 않고 타이오가(Tioga Pass) 120번 도로로 접어들었다.
Pass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발 9945ft를 넘어야 하는 험준한 구간으로 1883년에 착공해 27년 만에 개통한 캘리포니아 토목공사의 Landmark라고 한다. 우리한국에선 가마 타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동서횡단을 포함하여 웬만한 예쁘다는 길을 거의 달려보았지만 120번 Tioga Pass만큼 다양한 변화를 주는 길은 정말 흔치 않다. 마치 우리 인생의 여정 같은 느낌을 주는 길이다숲만 보고 한참을 달리다 보면 Half Dome 뒤쪽을 돌아 화강암 지대를 지나게 된다. 그 거대한 바위, 흙 한줌 없는 바위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나무 몇 그루가 생명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화강암 고지대를 뒤로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테네야 호수( Teneya Lake)! 아직 남아있는 흰 눈은 가슴을 서늘히 식혀준다.
이 아름다운 요세미티를 지날 때 마다 늘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죤 뮤어(John Muir)이다. 그는 미 전역에 산업화물결로 자연파괴가 대대적으로 거행됐던 19세기 후반, 역사적으로 매우 긴급한 시기에 절묘하게 등장하여 정치가 및 일반시민들에게 더 이상 늦기 전에 산업화의 쉴새 없는 수레바퀴에 채이기 전 하나님이 선사한 우리의 자연유산을 보존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현대인류의 장래와 지구환경의 운명을 걱정했던 자연보호 운동가의 선구자였다.
정상을 넘자 이어지는 천길 만길 낭떠러지 드라이브는 나 같은 강심장도 뒷목이 뻣뻣해진다. Tioga Pass 를 넘어 120번 동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다시 한번 급변하는 풍경에 놀라게 된다.
외계인들이 만들어 놓은듯한 바위가 자라나는 호수, Mono Lake 가 바로 그것이다. 바닷물보다 2.5배 이상 강한 염도에 강 알카리성 물이어서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호수, 유일한 생명체는 강한 염도와 알카리를 이겨내는 바로 이 호수의 이름의 기원이 된 알카리파리 (Alkali Fly- 인디언이름으로 모노)들만 살고 있다 . 짠물에 손을 담궈 보는데 옆 사람은 맛도 보며 얼굴을 찌푸린다. 짜도 너무 짜단다. 여기서부터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네바다(Nevada)주가 시작된다. 미국 전체에서 가장 황량한 지역이기도 하고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을 지닌 곳! 사계절 내내 온갖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레이크 타호로부터 중앙 네바다여행의 값진 체험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인간이 살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일 뿐이다네바다주는 Comstock Lode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골드 러쉬로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는 것처럼 급격한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1880년대에 금 생산이 점점 줄어들면서 인구도 감소했다. 금광 이외에도 은, 동들이 발견되면서 다시 인구가 늘어났고 이 붐은 192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그 중 한곳이 토노파(Tonopah,NV)이다. 한때는 은광으로 흥청거리던 도시였지만 지금은 폐광이 되어 과거의 흔적만 남아있는 도시다. 이곳 이름없는 지역에서 하루 저녁을 지내려 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약 5년 전 한국에서 방문한 조카아이들을 데리고 유타주 아치스 캐년(Arches Canyon)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아치스 캐년을 구경하고 네바다를 가로질러 돌아오는 길(6번)에 그만 휘발유( gas) 가 떨어져 중간에 자동차가 서버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00도가 넘는 한여름에 사막 한가운데서 자동차가 서버린 것.
그때 가던 길을 멈추고 오던 길을 되돌아 왕복 50mile을 운전해 gas를 넣어주고 본인은 우리 때문에 교회를 가지 못하였던 분이 살고 있는 곳이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니 교회에 가는 것 보다 이 봉사가 더 낫지 않냐고 하면서 웃어넘기는 모습에, 한국에서 방문한 조카들에게 미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가 아니냐고 하면서 으쓱했던 추억이 있는 도시 토노파(Tonopa)이다.
과연 내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오늘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가진 토노파 (Tonopah)!! 바로 그 곳에서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잠을 청한다
길
장금자
옅은 안개를 헤치고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네
6월의 푸른 신록은
눈 부시게 반짝이고
이름 모를 새들은 군무를 시작하네
삶이 우리를 속인다 하지만
나는 삶을 속이며 살았네
산 넘어 물, 물 건너 들,
가시덤불 꽃 길도 비바람도 있거늘
나는 향기로운 풀숲만 찾아 헤멨네
삶! 별것도 아닌 것
가자
저 넓은 광야 낯선 도시의 흥분
사랑과 꿈이 넘치는
미지의 세계로
오늘
오늘 또 태양은 힘차게
떠올라 나를 손짓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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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의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 Ellery Lake. 타이오가 패스를 넘다 보면 해발 9.538피트에 있는 Ellery Lake와 만난다. 고요하고 운치가 있어 달력 등에도 많이 나온다.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만년설이 신기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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