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논설위원)
오늘(8일)은 올 한 해 동안의 삶에 감사하는 추석이다.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떠올리며 모든 한인 가정에 ‘행운’이 깃들고 ‘행복’이 가득 넘치길 기원하며 오늘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최근 두 달 사이에 지인 2명이 홀인원을 했다. 그 중 J회장은 홀인원을 한 후부터 모든 라운딩에서 승승장구다. 그는 행운이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언제나 싱글벙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또 다른 K사장은 행운은 모두 함께 나눠야 한다며 동네방네 기쁨의 소식을 알리느라 바쁘다. ‘홀인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기분을 알 수 없다”며 행운의 감회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두 지인의 홀인원 날짜는 다르지만 같은 골프장 같은 홀에서 행운을 맛본 것이다. 사람도 그렇듯이 골프장에도 행운이 깃든 홀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행운은 신의 축복이라 할만하다. 원한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구한다고 쉽게 구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행운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며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 단순한 의미의 ‘좋은 운수’고 ‘재수’인 것이다.
행운에는 비법이나 공식도 없다. 마른하늘에 벼락 치듯,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다. 우리 삶엔 우연이란 없지만 어떻게 왔는지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다. 내가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나를 찾아오는 것이 행운이다. 그러기에 모든 이들이 더욱 행운을 갈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흔히 홀인원, 미국의 2달러 지폐, 숫자 7, 말발굽 편자, 네잎 클로버 등이 행운을 상징한다.
홀인원(Hole in One)은 운이 따라야 할 수 있다. 모든 골퍼의 꿈이지만 프로골퍼 중에도 평생 못한 이들이 다수다. 이런 연유로 홀인원을 하면 3년, 라운딩만 같이 했어도 1년간 재수가 좋다는 속설도 있다. 그래서 홀인원의 수식어는 행복이 아닌 행운인가 보다.
미국의 2달러 지폐는 팝송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에게 2달러 지폐를 선물 받은 당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이후 모나코 왕비가 되자 그 때부터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물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한인들 중에 행운이 깃들라며 2달러 지폐를 선물로 주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예로부터 말편자는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행운의 상징물로 여겼다. 아래(∩)로 걸면 액운을 쫓고 위(∪)로 걸면 복을 담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복을 불러들이고 사고를 막겠다는 의미로 편자를 집이나 현관, 차 등에 거는 풍습이 생겼다 한다. 이는 ‘말편자를 발견하면 행운이 온다’는 서양속담에서도 엿볼 수 있음이다.
숫자 7은 행운의 7(Lucky Seven)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에서 7회에만 득점이 많이 나와 유래된 말이라 한다. 그래서 유독 미국인들이 숫자 ‘7‘을 좋아한다.
네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된 유래는 나폴레옹으로부터 기원한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 잠시 쉬다가 네잎 클로버가 보여 그 것을 따기 위해 몸을 굽히는 순간 그의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간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후 네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됐다는 이야기다.
토끼풀(Clover)의 꽃말은 ‘행복’과 ‘행운’이다.
풀밭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세 잎 클로버의 의미는 ‘행복’이고, 그토록 찾기 힘든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천에 널려 있는 ‘행복’은 발견하지 못하고 ‘행운’만을 쫓아다닌다는 의미로 표현되곤 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행복’과 ‘행운’의 잘못된 모습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내 삶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행복’이고, 나를 찾아오는 것이 ‘행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행운’만을 바라고 쫓다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의 소중함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추석은 한 해 동안 받은 복을 감사절로 지내기에 더욱 행복한 명절이다. 감사의 명절을 맞아, 우리는 행복을 말하면서 혹시 행운만 찾고 있는 것은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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