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 대학 D 스쿨
▶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학업 장소
한국 기관이나 기업인들도 즐겨 찾는 곳
세계 산업계를 살찌우는 디자인 싱킹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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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부쩍 찾는 곳이 있다.
지난 8월에도 한국 정보통신산업진흥윈(NIPA)의 후원 아래 벤처기업인 10여명이 이곳에서 1주일 동안 수업을 듣고 간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매년 기업인들을 선정해 이곳에서 학업을 지속한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조 원천지인 스탠퍼드 대학에서도 가장 뜨거운 열기가 뿜어 나오는 곳. 이곳의 이름은‘ D 스쿨(School)’ 이다.
’생각’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하는 스탠퍼드 D 스쿨은 공대 연구동에 자리 잡고 있지만 공대 소속이 아니다.
D 스쿨은 디자인스쿨(Design school)의 약자로 전통적 의미의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창조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을 가르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탠퍼드 D스쿨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 SAP를 공동 창업한 하쏘 프래트너(Hasso Plattner)가 지난 2005년 350만 달러를 기부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쏘는 디자인 컨설팅 업체 아이데오(IDEO)의 디자인 싱킹에 대해 감화를 받아 이 같은 방법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탠퍼드에 거액을 기부해 아이데오 스타일의 D스쿨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D스쿨은 비즈니스 스쿨이나 로스쿨처럼 따로 지원해서 들어가는 곳은 아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즉 D스쿨 전공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이 있고 D 스쿨은 수료하면 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D스쿨은 화학과, 정치학과, 미디어학과, 의학과, 법학과, 엔지니어링, MBA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다양함과 다름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D스쿨에서는 ‘극단적 협력(Radical Collaboration)’이라 부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과 다른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D 스쿨은 ‘혁신과 창조 발전소’라고 명칭에 걸맞게 스쿨 안에는 창의적인 기운이 넘쳐난다.
D 스쿨은 실리콘밸리 사무실의 미래라는 평가도 내려졌다.
그 배경은 실리콘밸리 내 적지 않은 기업에서는 D 스쿨과 같이 사무실 파티션을 없애고 직원들끼리 서로 보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유는 책상을 없애거나 소파나 의자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서 직원 간에 극단적 협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미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엔비디아처럼 전통 제조업에 가까운 반도체 업체들도 극단적 협업을 위해 사무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을 정도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다니엘 클레인 교수도 D 스쿨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D 스쿨은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가진 수강생들이 모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컴퓨터과학 전공자와 정치과학 전공자를 섞어놓는다든가 정책결정자와 CEO, 교육학과 학생과 산업 전공자를 섞어놓는 방식이다.
클레인 교수는 “D스쿨에서 만든 디자인 싱킹의 다섯 가지 단계로 감정이입(Empathize), 정의(Define), 아이디어화(Ideate), 원형(Prototype) 제작, 그리고 테스트(Test)”를 열거한다.
클레인 교수는 “ ‘감정이입’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인터뷰하면서 인사이트(insight)를 얻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감정이입을 위한 인터뷰 방법에 대해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를 물어보고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허락된 몰래카메라(user camera)를 설치하기도 하며 마니아(Extreme User)를 인터뷰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단계인 ‘정의’는 팀원들의 감정이입 결과를 종합하고 범위를 특정 하는 단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의 관점(Your Point of View)’이다. 이것을 D스쿨에서는 POV(Point of View)라고 줄여 부를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세 번째 단계인 ‘아이디어화’는 문제점으로 파악된 것에 대한 해결 방법을 만드는 과정이며, 네 번째 문제 해결을 위한 ‘원형’을 만들고, 다섯 번째 시장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강좌를 통해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는 초저가 신생아용 침낭 ‘임브레이스’(2007년), 전기 없는 농촌에서 촛불 대신 쓸 수 있는 고효율 LED 전등 ‘D라이트’(2006년), 뉴스 애그리게이션 앱인 ‘펄스’(2010년)가 탄생했다. D 라이트는 아프리카나 남미등 미개척지로 선교를 떠나는 한인들도 즐겨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D 스쿨 동문에 대해 특별 채용해서라도 데려가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과목당 경쟁률은 3대1이 넘는다. "D스쿨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스탠퍼드 내부에서도 "요새 학교에서 가장 핫 한 곳이 어디인가?"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D 스쿨이 꼽힐 정도이며 D스쿨 방식의 수업은 스탠퍼드 전 학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
D스쿨의 수업은 ‘혁신은 사회과학(인간적 가치)과 비즈니스, 기술의 교집합에서 나온다’는 디자인 싱킹의 원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D스쿨의 또 다른 원칙은 ‘실행하면서 배운다(Learn by Doing)’는 것이다. D스쿨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문제를 내지도 않고 풀라고 하지도 않는다. 학생들에게 "문제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디자인 싱킹을 ‘문제해결 방식’이라고도 부른다.
세계 산업계를 실리콘밸리가 살찌운다면, 그 실리콘밸리의 꽃인 창의력을 키우는 곳이 스탠퍼드 D스쿨이다. 스쿨 벽에 붙은 구호는 ‘스탠퍼드를 괴상하게 만들어라(Make Stanford Weird)’그 정신을 이 푯말 하나가 드러내주는 셈이다.‘갈망하는 바보’들이 모이는 스탠퍼드 D 스쿨의 학업장은 그야말로 창의로움의 향연이었다.
<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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