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왕의 미 대륙횡단 여행기 (2)
▶ 솔트레이크 시티<1>
거대한 소금 호수에 매료
과거 인디언 문화와 현재 몰몬교 문화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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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의 허한 돌무덤이 늙은 작부의 눈길처럼 서글픈 토나파(Tonopah)를 뒤로 하고 자동차는 6번 East 끝없는 황야와 자로 그어 놓은듯한 일직선을 마냥 달린다. 3시간을 달려 네바다주 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 National Park)에 도착했다.
그레이트 베이슨 국립공원은 이 근방 전체가 원래 바다 밑에 있었는데 지금부터 약6억년 전에 지각변동으로 평지가 치솟아 윌러 피크(Wheeler Peak) 같은 높은 산이 생기고 레먼 동굴(Lehman Caves)이라는 종유석 동굴도 생겼는데 동굴 속에 들어가 보면 바닷속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간혹 조개 껍질을 볼 수가 있다.
요즘 같이 100도가 넘나드는 한여름에도 동굴 속은 50도 정도로 서늘하니 피서 장소로 최고이다. 또한 윌러 피크 정상 아래로는 눈이 많이 내려 이곳의 물은 제일 맛있고 공해가 없는 물로 상까지 받기도 했다.
우리는 황혼이 질 무렵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Great Salt Lake) 에 도착했다. 수많은 물새와 요트, 여행객들이 어울려 낭만이 넘친다. 마치 바닷가에서 석양을 보는 듯한 거대한 소금 호수! 160여 년 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곳까지 온 개척자들도 저 아름다운 빛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금 호수로 기울어가는 저녁 노을을 베게 삼아 하룻밤을 맡긴다.
빙하기에 형성된 서반구에서 가장 큰 내륙 염수호, 최대 깊이 33ft, 평균 수심 14ft 이며 세계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내륙호로 알려져 있다. 조던 강(Jordan River)등 3개의 강에서 물이 들어오지만 배수구가 없고 자연 증발량이 강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의 공급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제 저녁 호숫가 낭만의 아쉬움을 남긴 채 이른 아침 솔트레이크 시티에 도착했다.
흔히들 대도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복잡하고 번거로움인데 솔트레이크 시티는 그런 번잡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계획된 도시답게 깨끗하고 정돈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솔트레이크 시티의 역사는 1846년 일단의 몰몬 교도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몰몬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의 뒤를 이은 지도자 브리검 영은 148명의 몰몬 교도들을 이끌고 유타 주 솔트레이크 주변에 터를 잡고 마을을 이루었다. 그들은 이 지역의 인디언들을 제외하고는 첫 거주자들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유타 주는 멕시코 땅이었으나 3년 후인 1850년에 미국에 양도되면서 ‘유타’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유타(Utah)란 ‘유트’(Ute)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유트족은 몰몬 교도들이 솔트레이크 시티를 건설하기 전까지 유타 전역에 흩어져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 유타에는 두 가지 문화, 바로 과거의 인디언 문화와 오늘날 이 지역을 주도하는 몰몬교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창시자 조셉 스미스(Joseph Smith) 는 오래 전부터 일부 다처제 -모든 남자들의 로망? -를 주장했는데 역사적 배경으로는 남자 신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한 남자가 여러 가정을 돌보아야 했기 때문이라 한다.
몰몬교는 이런 이유로 100년이 넘도록 기독교인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게 되었으며 결국엔 연방법 위반인 일부다처제 관습 때문에 사회로부터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었다. 창시자 조셉 스미스는 결국 연방법 위반형으로 1844년 일리노이 주 감옥소에 수감 중 피살되었다.
한동안 유타주는 연방내의 하나의 주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몰몬교가 일부일처제를 하기로 합의함으로써 1896년에야 비로소 연방주가 되었다. 오늘날 솔트 레이크 시티는 세계포교를 총괄하고 있다. 월스트릿 자매지이자 월가를 움직이는 투자 전문지 Barron’s 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하는 7대 도시에 미국에선 솔트레이크 시티와 플로리다주의 쥬피터(Jupiter)가 선정되었다.
이들 도시들의 공통된 특징은 교통이 편리하고 범죄율과 물가가 비교적 낮으며 쾌적한 날씨와 다양한 레저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등 삶의 질이 타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 생활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몰몬 교도가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종교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질서 정연함과 동시에 제한된 규율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몰몬교가 낸 십일조가 엄청나서 빈민가(Slum)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범죄율이 대단히 낮으며 생활 수준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종교관과 교회에 대한 논쟁을 떠나 몰몬교 신자들이 근면한 종교인이란 평을 듣게 되면서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회의 눈도 많이 달라졌다.
신전(Temple) 옆의 커다란 돔으로 이루어진 대 예배당 토우번아클(Tobernacle) 안은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이 돔형 예배당은 기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건축학적으로도 뛰어나다.
안에 들어가면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규모의 파이프 올갠이 정면으로 보이며 이 올갠의 파이프 수는 11,000개 가까이 된다. 오르간 연주는 매일 정오부터 30분간 시작되고 노래하는 합창단은 매주 일요일 10시에 무대에 올라간다. 한 시간이상을 기다려야 연주회를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바흐의 곡 토카타와 푸가(Toccata and Fugue in D minor) D 단조가 들어있어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다.
푸가란 각 테마의 음부 길이를 때론 두 배로 길게 하기도 하고 혹은 높은 음을 낮게도 하면서 변화된 선율을 만들어 내는 기법이고, 토카타는 전주곡 또는 환상곡과 같이 본래의 화려한 기교를 가진 기악곡을 말한다.
불 같은 성질을 참고 하느님께 기도 드리는 듯한 바흐의 절제된 감정이 잘 나타나 있는 곡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난 수년간 사업상 일 핑계(?)로 음악과 등지며 살아왔다. 올갠의 길고 짧은 때론 강하게 약하게 이어지는 선율은 내 가슴속을 구석구석 파고들며 마치 옛 애인을 꿈속에서 안은 듯 머릿속은 흰 구름 속에 떠있다. 천국이 어디 있는가, 바로 이 순간이다.
소금 꽃
- 장금자
천만년 기다려 왔습니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갔나요
그 세월 속
내 눈물은 얼마나 쌓여갔나요.
눈물에 절어 절어
겹겹이 흰 송이, 송이 되어 기다립니다.
이 세월
얼마만큼 흘러야 당신 만나나요.
억겁으로 흘러갈 내 눈물의 길목에서
오늘, 고개 떨군 한 송이
소금 꽃이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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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 템플 제단의 전면은 올갠으로 꽉 채워져 있다. 마침 올갠 연주자를 만날 수 있어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는 필자.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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