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 등록되어 있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 외에도 140개 정도나 된다. 이번 학년도의 킨더가튼 학생들을 본다면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 출신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인종적, 언어적 다양성 정도는 앞으로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는 토마스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TJ)의 학생들을 살펴보면 인도계 학생수가 상당히 많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교육청이 학생들이나 부모들의 출신 국가에 대한 정보를 특별히 따로 수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이름을 보면 대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TJ에서는 소수 민족계 학생들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그 가운데 중국계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마 인도계 학생들 수가 최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인도계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도와 부모들의 교육열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도계 커뮤니티의 교육관련 행사에 참석해 보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서부터 있었다. 그러던 차 최근 토요일 오후의 한 인도계 주말언어학교 개학식에 초청을 받았고 물론 지체 없이 그 초청을 받아 들였다.
이 주말학교에서는 타미르(Tamil)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타미르 어는 인도의 29개 주 중 하나이며 최남단에 위치한 타미르 나두 주에서 공식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12억이 넘는 인구의 인도에서는 힌두어와 영어의 두 국가공식어 외에 여러 다른 주에서 22개의 다른 언어들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날의 행사에서 느낀 것은 이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고자 하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뜨거운 열기였다. 한 중학교에서 17개의 교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학년도에 340명이 학생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교실 부족으로 그 외의 학생들은 현재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했다.
학교 강당에서 열린 개강식에는 등록 학생들과 학생들 수보다 더 많은 듯한 부모님들의 참석으로 인해 강당 밖 복도까지 인파가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한인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에 못지않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작년 가을에 다녀왔던 또 다른 주말언어학교 관련 행사가 생각났다. 그 행사에도 나는 축하연설자로 초청 받았는데 이 지역 중국인 커뮤니티의 대표적 주말중국어학교인 ‘希望中文學校’(희망중문학교)의 설립 20주년 기념 만찬이었다. 총 학생 수는 4,000명이 넘는다. 그런데 그 기념 만찬에서 내가 특별히 감동한 것은 어쩌면 그 학교와 경쟁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이제 막 설립된 또 다른 중국어 주말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소개되고 그에게 인사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 교장 선생님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많은 학생들을 잘 가르쳐 온 희망중문학교의 훌륭한 발전에 감사하며 축하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책임지고 시작한 학교도 맡은 바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지도자들, 부모님들 또한 희망중문학교 관계자들이 잘 도와주고 지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인사에 만찬 참석자들 모두가 큰 박수로 기쁘게 화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중국인 커뮤니티 안에서 같은 좋은 목적을 갖고 시작하는 이 새로운 학교의 전도가 밝기만을 바라는 진심이 담긴 박수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현재 잘하고 있는 기존의 학교 밑에 들어와 하지 않고 왜 따로 하느냐는 핀잔의 눈총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대신 새 학교의 출범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학생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한 새 학교 출범이 기존학교에게는 더욱 좋은 학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자극과 도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참석자들의 박수에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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