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리틀도쿄에 자주 가는 편이다. 가는 길에 책방에도 들르고, 선물용품을 사기도 한다. 한인타운에서는 살 수 없는 물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없는지 눈 여겨 살펴보기도 한다.
리틀도쿄에 갈 때마다 우리 코리아타운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생각이 복잡해지곤 한다. 한때 유명했지만 지금은 발전을 멈춘 웅덩이 같은 곳, 왕년의 화려했던 추억을 질겅질겅 되씹고 있는 곳... 그런 마을을 보는 마음은 쓸쓸하다.
현재 리틀도쿄의 대형 마켓부터 많은 가게들을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현상을 두고 “한인이 일본타운을 점령했다”고 호들갑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점령이라? 리틀도쿄가 발전을 멈춘 까닭은 벌써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 더 이상 이민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2세나 3세들은 미국화 되어서 일본타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대부분이 일본말을 잘 못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를 아메리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족적 정체성으로 뭉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애써서 일본타운을 지킬 필요도 없다. 그러니 더 발전할 수도 없다.
그런 리틀도쿄를 보면 우리 한인사회의미래도 꼭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우리 미주 한인사회도 이민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영어권 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아가는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재미 일본인 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젊은 세대들도 한인임을 내세우며 모여 살아야 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 자기들이 한인사회의 주인이라는 의식도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코리아타운의 존재에 큰 관심도 없고 의무감도 없다. 그저 있으면 가끔 한국음식 먹으러 갈 수 있어서 좋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식이다.
그러니 언젠가는 코리아타운이 리틀도쿄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것도 그렇게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 한인사회의 단체나 지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허구한 날 작은 돈 문제를 가지고 티격태격 싸울 시간이 없다.
학자들께서는 이런 식으로 가면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대책을 제시해 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코리아타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주들도 물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한인사회의 경제력이 크게 성장해서 제법 막강해졌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인들의 돈이 한인사회 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에서 계속적으로 이민을 오고, 돈이 흘러들어오지 않는 한, 분수 안의 물처럼 그 안에서 뱅뱅 돌 수밖에 없다. 여행 오는 사람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돈만으로는 제대로 순환이 이루어질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도 물처럼 흘러야 썩지 않는다.
그런데, 더 이상 이민이 늘지 않는다면?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타 인종 고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가게 청소 깨끗이 하고, 영어 간판 달고, 영어 메뉴 친절하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고객으로 유치해야 할 타 인종을 이해하는 노력이 아닐까? 또 한 가지 시급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통계의 중요성이다. 지금 우리 한인사회는 기본적인 통계 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통계마다 달라서 혼란스럽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센서스 자료와 한국정부가 발표하는 인구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 혼혈이나 불법체류자, 센서스 참여하지 않은 인구수 때문에 생기는 차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편차가 크다.
우리 한인사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작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정확한 통계자료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한인사회에 알려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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