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왕의 미 대륙횡단 여행기(5)
▶ 예술의 도시 산타페 <1>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도비 양식 건물 수두룩
조지아 오키프의 채취 남아있는 낭만과 사랑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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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shirts on my back / not a penny to my name /Lord I can’ t go a home this away ~/Five hundred miles
~~고향 떠나 타향에서 모든걸 잃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길은 /500마일 멀기만 한데…….
자동차여행을 하며 낯선 풍경에 대한 흥분과 함께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바로 옛 팝송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서울의 친구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USB에서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 Mary)의 노래가 흘러 대학 캠퍼스에서 기타 치며 즐기던 친구들 생각이 난다. 나의 사랑하는 Burgundy Color 애마는 출렁출렁 음악에 흠뻑 젖어 햇살이 춤추는 산타 페로 향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가 예술의 도시 산타 페(Santa Fe)였다. 이름부터 낭만과 사랑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로 벌써 자연 경관이 달라진다. 7천 피트 고지에 위치한 산타 페에는 무지개 떡 같은 오색 지층의 성벽과 멀리 바라보이는 산(Thompson Peak 10,554 ft, Baldy Mt 12,600 ft)들 가운데로 리오 그란데 강(Rio Grande River)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산타 페(Santa Fe)란 이름은 원래 스페인어로서 영어로 번역하면 Holy Faith, 즉 “거룩한 믿음” 또는 “성스러운 신앙”이란 뜻이다. 아마도 이 도시가 일찍이 인디언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건설한 도시이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천 년을 이 일대에서 살아온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이곳을 “햇살이 춤추는 땅”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전설처럼 강렬한 햇살이 땅과 사람을 따사로이 비춰주는 곳이다. 수많은 예술가를 사로잡은 산타페의 명물이자, 만나는 사람마다 빛의 질이 다르다고 하는 그 유명한 햇살이 눈부시게 우리를 반기고 있다.
산타 페는 리오 그란데 강(Rio Grande River)을 따라 푸에블로(Pueblo) 인디언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오래된 도시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가장 오래된 집, 가장 오래된 교회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도시 전체가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건축 양식인 어도비(Adobe) - 붉은색 흙 벽돌 - 스타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관공서는 물론 주변의 건물들 맥도날드를 위시해 유명 상가 아울렛 건물들까지도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것은 몇 십 년 전 뉴 멕시코 주의 주 의원들이 법을 정해서 이곳에 건축을 하는 모든 건물은 건축 디자인을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야만 허가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서는 높은 빌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산타 페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예술가,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했던 화가이자 사진작가 죠지아 오키프(Georgia O’ Keeffe)!! 그녀의 체취가 베어있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운 정원에 먼저 매료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녀의 정열을 나타낸 현란한 색깔들이 정신을 몽롱하게 흔들어 놓는다. 뭔가 비밀을 가득 담은 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오키프의 작품들은 사랑의 환희와 아픔들이 진하게 베어있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소개로 뉴욕의 대 화랑 “갤러리 291”의 소유주였던 유명한 사진 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를 만나 일생일대 운명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유부남이었던 스티글리츠(당시 52세)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그녀는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로 인해 후세 사람들의 입에서 늘 화제거리의 대상이 되었던 그녀는 불행한 여자의 일생을 살기 시작한다.
오키프는 1924년 30세에 스티글리츠와 결혼하고 순탄하게 살 것으로 기대했지만 바람기 있는 남편의 배신으로 끝없는 갈등과 번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막막한 인생의 탈출구를 찾던 그녀는 자연스레 도피 여행을 하게 되는데 뉴 멕시코 여행길에 우연히 발견한 사막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1946년 스티글리츠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산타 페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조지아 오키프를 `수식하는 단어는 참으로 많다. 미국 근대 미술의 어머니, 여류 작가 중 최고의 작품 값을 기록한 여자, 자신의 역할을 연기한 여배우보다 더 예쁘고 신비한 눈빛을 지닌 여자, 공허를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 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간결함 속에 사연이 많이 담긴 작품을 남긴 작가 등등…1973년 당시 83세였던 그녀는 28세의 젊음이 넘치는 후안 해밀턴(Joan Hamlton)에게 한눈에 반한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지만 그녀가 그에게서 육체적 정신적 또는 다른 것보다 예술인에게 끝없이 이어지는 정열적인 사랑이 예술의 필수적인 근본 바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떻든 해밀턴은 그녀 곁에서 헌신적으로 그녀를 돌보았고 작품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쇠약해지고 눈이 점점 어두워져 나중에는 거의 앞을 못 보게 되자 예민한 예술가로서는 신경질적이 되고 짜증과 잔소리만 늘어갈 수 밖에 없자 해밀턴은 마침내 그녀의 곁을 떠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겠냐마는 사랑같이 허무한 것이 더 없으리라.
정열의 여인 오키프는 98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평생 그려 모았던 모든 작품과 재산을 무명의 청년 해밀턴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그녀는 죽어서도 그녀의 유산 법정다툼으로 또 한번 세상에 화제를 뿌리며 신문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화제의 여인이 되었다. 오키프가 자꾸 내 발길을 가로 잡는다. 그녀의 부여잡는 손을 놓고 박물관 밖을 나오니 어도비와 어우러진 황금빛 노을이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초월해 숭고함마저 배어있는 노을 빛이 오키프의 울음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 Keeffe-Santa Fe)
-장금자
퍼내어도 퍼내어도
끝없이 솟아나는 그리움
주어도 주어도 모자람에 설워했고
받아도 받아도 모자람에 아픈 여인
첫 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그녀에겐 갈증뿐이었지
아픔이 꽃이 되어 피었다 지고
또다시 피어나고
오늘도 산타 페 뮤지엄에서
사랑을 목말라
서성이고 있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산타페를 상징하는 어도비 양식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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