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스페인이라 불릴 정도로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많이 통용되고 있는 도시 엘파소의 쇼핑센터 모습.
300~500만년의 세월 속에서 빗물과 지하수에 의해 용해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종유동굴 내부.
엘파소는 미국 내 스페인이라 불리는 도시
추길라 동굴, 35만 마리 박쥐 떼 장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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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샌드의 하얀 왕국을 뒤로하고 달리는 창 밖의 풍경을 보며 문화란 인간이 처한 자연과 환경을 극복하고 자기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모든 물질적, 정신적 소산이란 말이 떠오른다.
문명의 발달 정도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이 있을 수 있지마는 문화에 있어서는 각 지역과 민족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열의 차이는 없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우리와 다른 점과 공통점을 발견해 가면서 세상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것이 여행이 주는 큰 즐거움이기에 내 생각이나 판단의 수평적 외연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외국의 기행문, 역사, 문화에 대한 책과 TV를 즐겨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남의 눈을 통하여 보고 느끼는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 주마간산이라도 직접 내가 가서 보고 느끼고 먹어보는 것이 더욱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이해할 수가 있다.
라스 크루스(Las Cruces)를 지나 두 시간쯤 남쪽으로 달려가면 썬 시티(Sun City)라는 별명을 가진 엘 파소(El Paso)에 도착하게 된다. 지리학적으로 볼 때 엘 파소가 왜 뉴 멕시코 주가 아니라 텍사스 주에 속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지만 여하튼 엘 파소는 텍사스 주의 서남쪽 끝에 위치, 멕시코와 접한 국경 도시인데 길을 잘 못 들어 본의 아니게 메시코 국경을 넘어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arez)로 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급히 차를 돌려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려 미국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지를 피부로 느꼈다. 특히 요즘 마약과의 전쟁 선포 이후 더욱 입국이 까다로워진 듯 하다. 미국 국경으로 들어오기 직전 미국을 상징하는 큰 독수리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니 독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큰 뱀의 목을 움켜 쥐고 멕시코 국경을 응시하는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과연 저 독수리와 뱀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엘 파소는 미국 내 스페인이라 불릴 정도로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많이 통용되고 있는 도시이며 도시 분위기가 최고의 문명사회와 비 문명사회의 극한 상황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양식의 성당이나 어도비 벽돌로 지은 옛 건물들은 멕시코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며 스페인 문화 외에도 텍사스 문화가 어우러져 미국 남부와 서부, 멕시코, 인디언 문화까지 즐길 수 있다.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매력이 있는 도시이지만 국경도시인 만큼 일반 범죄가 많이 발생, 주의를 요한다.
이국적인 도시 엘파소에서 마그리다와 데킬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날려 보내고 다음날 아침 180번 후리웨이를 타고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동굴을 향해 가는 도중 2시간 정도의 거리에 과달루프 산맥 국립공원(Guadalupe Mountains National Park)을 지나게 된다. 텍사스 황야위로 거대하게 치솟아 있는 El Capitan 산봉우리에는 지금도 아파치 인디언들이 절벽에서 말을 타고 나타날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황무지 같은 거친 땅에도 불구하고 과달루프에는 칠면조, 라쿤 그리고 가끔 보이는 쿠거, 고라니 및 무수한 소나무, 잣나무 등 활엽수들이 우거져 있다. 공원 안내소에 가면 하이킹, 캠핑, 투어 안내 등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과달루프 국립공원을 출발해 180번을 타고 30분쯤 동쪽으로 달리면 칼즈배드 동굴 국립공원이 나타난다. 이 동굴은 뉴 멕시코 치와와 사막 외곽에 위치한 과달루프(Guadalupe) 산맥 지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지하 동굴들이 있는 곳에 있다. 이곳의 동굴들은 원래는 석회암 지대였으나 약300만 ~ 500만년 전부터 빗물과 지하수에 의해 용해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 종유동굴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곳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땅 밑에는 약10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동굴들이 모여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는 미국에서 가장 깊은 종유굴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긴 레추길라 동굴(Lechuguilla Cave)이 있다.
동굴 관광은 가이드 없이 거대한 동굴 입구로 걸어 내려가 구경하는 약2시간 정도의 관광 코스와 가이드와 함께 하는 4시간짜리 투어가 있다. 특히 830피트 깊이의 지하로 내려가 빅룸(Big Room)과 킹스 팰리스(Kings Palace)는 빼놓지 않고 구경하길 추천하고 싶다.
또 한가지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가 동굴 천장을 가득 메우며 장관을 연출하는 35만여 마리의 박쥐 떼이다.
낮에는 주로 동굴의 천장이나 벽 등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박쥐들이 저녁마다 먹이를 위해 나타나 천장을 가득 메우며 날개 짓 하는 박쥐들의 비행 쇼(Bat Flight)는 매년 봄에서 초가을까지 땅거미가 질 무렵 칼스배드를 찾는 관광객에게만 제공되는 특권 중의 특권이다. 이 박쥐 쇼를 놓치지 않으려면 오후에 동굴에 도착해 동굴 관광을 마친 다음 해질 무렵 박쥐 비행을 구경하고 공원 가까운 곳에서 숙박하는 것이 좋다.
칼스배드 동굴을 구경한 다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로즈웰(Rosewell)이라는 작은 도시를 소개하고 싶다. 동굴에서 북쪽으로 약70마일 떨어진 285번 상의 로즈웰은 미국의 포크 송(Folk Song) 가수이자 작곡가였던 죤 덴버(John Denver)의 고향이기에 그의 기념관이 있다. 1997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300여 곡을 음반으로 내어 놓았으며 “Take me home, country road”, “Annie’s song”, “Sunshine on my shoulders등 우리 귀에 친숙한 곡들이 많이 있다.
눈이 모자라 다 볼 수 없는 텍사스 벌판!! 길은 하늘과 일직선 상으로 서있는데 아무리 볼륨을 높여도 귀가 모자라 들리지 않는 것 같은 죤 덴버의 목소리에, 내 목청까지 터지도록 불러본다.
붉은 여우
-장금자
하늘과 땅이 맞 닿아
푸르름이 더 깊어지는 곳
길 잃은 구름 서성인다
이글거리는 태양 한 점 선상에서
아직도 뜨거운 피로
죽어가는 여우
너는 알았을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지금은 알고 있을까
어디가 끝인가를
누구도 모르는 이 길 따라
감미로운 음악은 흐르는데
왜 이리 시리나
가슴은
<글 사진 성기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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