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았다. 음력 달력으로는 한 달여 뒤부터 을미년(乙未年) 양띠 해가 시작된다. 우리 민족은 새해가 되거나 결혼이나 수연(壽宴) 등 경사로운 일에는 으레 덕담(德談; well-wishing remarks)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새해에는 어떤 덕담을 해야 할까? 혹은 어떤 덕담을 들으면 좋을까? 기왕에 덕담을 해 준다면 광대덕담이나 틀에 박힌 덕담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마음에 새길 덕담을 해주어야 하고, 또 덕담을 듣는다면 1년 내내 기분 좋고 힘이 나는 그런 덕담을 듣고 싶다.
그러므로 새해를 맞이하여 가족 친지 이웃과 나눌 덕담에 대하여 생각 해 보는 시간이 있어야 할 지 싶다. 덕담 본래의 예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빌어(祝, bless) 주는 것을 덕담이라고 할 때 아마도 그런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서로 간에 서열이나 위계가 분명한 가족이나 친지 혹은 직장에서는 이런 예법을 지키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이제는 반드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해주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위아래를 떠나 굳이 순서나 격식에 매이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잘 되기를 빌어 주는 밝고 따뜻한 축복의 인사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덕담의 형식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문화를 깊이 연구한 최남선에 의하면 조선시대 덕담은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바라는 바가 성취된 것으로 미리 단정하여 축하하는 확정형 덕담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금년에는 승진 하셨다지요” “금년에는 부자가 되셨다지요”라고 덕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자칫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는 이런 확정형 형식의 덕담보다는, 미래형 혹은 명령형 형식의 덕담을 주로 사용한다.
어떤 덕담을 해야 할까? 덕담은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교훈하는 권면이 아니다. 덕담은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되기를 비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때로는 덕담이 세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한 때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개인의 소박한 소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거대한 물질적 욕망이 투사된 경우의 덕담이다.
대개 덕담은 건강, 치부, 자녀 출산, 합격. 승진, 성공 등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즘 덕담을 보면 대개 ‘건강하시고 성공하세요.’처럼 잘 되기를 비는 기원 혹은 축원형 덕담이나 ‘올해도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좋은 열매를 거두어라, 나는 너를 믿는다.’같은 격려형 덕담 그리고 ‘넌 참 자랑스럽고 훌륭하다, 올해도 너답게 살아라.’ 같은 칭찬형 덕담 등을 볼 수 있다.
좋은 덕담을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듣고 오히려 불편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말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혼기를 놓쳐 마음고생이 심한 젊은이에게 “올해는 꼭 결혼해야지”한다거나, 대학입학이나 취업 준비로 민감한 젊은이에게 ‘올해 꼭 일류대학을 가라’거나, 혹은 ‘너도 아무개처럼 올해 꼭 일류회사에 취직해라’는 말을 한다면 이는 덕담이 아니라 자칫 상처와 낙담을 줄 수 있다.
덕담은 단순한 새해 인사가 아니다. 그 속에 진심으로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고, 격려와 칭찬을 담고, 복을 빌어 주는 거룩한 축복의 성례(聖禮)이다. 기독교의 성경은 말에 놀라운 힘이 있다고 말한다. 말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변화력과 사람을 이끄는 견인력, 그리고 일을 만들어 가는 조성력이 있다.
새해 모든 분들에게 축원의 마음 가득 담아 공손히 덕담을 드리고 싶다. “새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건강 형통 다복하시며, 날마다 마음부자 웃음부자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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