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개발된 2200에이커 전망좋고 공기 좋은 명당
▶ 주민 평균 연령은 76.9세, 7천여 가구 1만여명이 살아
백인이 아직도 89%, 한인들도 120여명에 한인교회도 있어
20만달러 콘도부터 150만달러 주택까지, 55세 이상 입주가능
골프 테니스 탁구 당구 피트니스 클럽등 체육시설 다양하고
5개 클럽하우스 수영장 골프장 극장등 다양한 시설 즐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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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실버타운인 로즈무어(Rossmoor)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약20분 운전 거리에 있는 월넛크릭(Walnut Creek)시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 단지는 2200에이커 면적으로 원래는 과수원이었는데1960년 Ross Cartese 라는 부동산개발업자가 사서 실버타운으로 건립한 것이다. 1964년 첫 입주자가 들어온 이래 여기 인구는 2013년 말 현재 6천7백 가구에 약 만명 정도가 된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로즈무어를 내려다 보면 동네가 아담한 산세로 둘러싸여 있고 그 숲사이에 크고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이 풍수지리에서 명당으로 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지형이다. 주위 크고 작은 산들이 바람을 감추어서 동네의 기온을 아늑하게 하고, 땅은 기름지고 물은 맑고 풍족한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시사주간지 US NEWS AND WORLD REPORT는 2013년 특집에서 여기 로즈무어를 은퇴해서 살기 좋은 10대 지역의 하나로 꼽았다.
나는 사실 이곳으로 올때 아내를 설득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왜, 우리가 노인네들만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느냐?”는 것이다. (누구도 자기가 늙었다고 생각을 안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 사는 것을 나보다 아내가 더 즐긴다.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어울려 다니기도 분주하고 여기저기 위락 시설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바쁜데다가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멋진 샤핑몰이 있어서 아이샤핑(Eye Shopping)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여기는55세가 넘어야 입주할 수 있는데 부부 중 한사람이라도 55세가 넘으면 입주가 가능하다. 1990년도 통계로 여기 사는 사람의97.8%가 (남미계가 아닌) 북유럽계 백인이었는데 그후 소수계의 인구유입이 계속 늘어서 2010년 통계로 89%까지 내려갔다. 그래서 아시아 계가 6.4%, 라티노가 2%, 흑인이 0.5%, 그리고 기타가 1.2%로 분류된다.
한인들도 몇년 전까지는 40여명이었다는데 유입이 계속 늘어서 지금은 이곳 한인회에 가입한 숫자로만 약 120명 정도인데다 샌리앤드로 실로암 교회에서 개척한 한인교회인 ‘라스모 교회’도 하나 있다. 지난 주에는 한인회 연말 파티를 했는데 손님을 포함해서 110명이 모일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매일 보는 동네사람들의 파티이니 어색할 것도 없고 체면 생각해서 점잖을 뺄 처지도 아니다. 다들 신나고 재미있게 놀았다.
이곳 인구의 평균 연령이 몇년 전까지만 해도 79세였는데 젊은(?) 층의 유입이 불어나서 요즘은 76.9세이고 남녀 비율은 1대 1.7 로 여자가 더 많다. 아마 여자가 남자 보다 더 오래살기 때문인것 같다.
내가 지금 사는 콘도를 사면서 에스크로 서류에 사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부동산 브로커가 “부인이 먼저”사인을 하시란다. 대부분 남편이 먼저 사인을 하고 그 옆 칸에 부인이 사인을 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아니고 “부인이 먼저”하라는 것이다.
이유가 재미있다. 대부분 남편이 먼저 사망하기 때문에 부인 이름이 서명난 앞에 있어야 나중에 서류를 정리할 때 편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느낀 바가 있어서 우리집 문패는 아예 아내 이름으로만 해서 달았다. 주민 연령층으로는 70세에서 84세까지가 가장 많아서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85세 이상이 28%이다.
그리고 중간(median) 연령은 79세, 최고령자는 110세이다. 우리는 아침 7시가되면 육통권(六通拳)이라는 중국식 체조를 하러 가는데 매일 약 40~50명 정도가 모여서 모두 36개 동작으로 45분에 걸쳐 체조를 한다. 운동도 좋지만 운동하러 오가면서 마시는 아침의 맑은 공기가 더 없이 상쾌해서 좋다.
체조운동에 나오는 사람중에 90세 이상도 여러명인데 그중 가장 연장자는 94세로 모두가 허리 하나 굽지 않고 정정하시다. 그러니까 80세 정도 나이가 되어 봐야 여기서는 별로 노인취급 못 받는다.
아침에 체조가 끝나면 여나뭇 명되는 한국 사람들 끼리 따로 클럽하우스에 가서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또 한시간 정도 노닥거리는데, 화제야 시시콜콜한 신변 잡기로부터 수준 높은 역사 철학 정치 경제까지 종횡무진.
무엇보다 비슷한 사람끼리 공통된 화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나의 경우 나머지 오전시간에는 책도 읽고 사색도 하고, 오후에는 당구장에 들렸다가 Fitness Center 에 가서 운동을 하고 수영을 한다. 이렇게 운동을 즐기며 취미생활을 하게되니까 사실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여기 클럽하우스에서 자원봉사하는 메리라는 할머니는 올해로 나이 90세. 항상 곱게 화장을 하고 나와서 (공짜) 손님들을 우아한 모습으로 맞는다. 몇년전 영감을 먼저보낸후 홀로된 외로움을 봉사활동으로 잊는단다. 메리 할머니 뿐만 아니다. 여기의 도서관, 또 크고 작은 행사를 돕는 도우미들도 거의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주민들의 교육 수준은 대학졸업 이상이51%로 미국 평균치 24% 보다 훨씬 높다. 주민들은 젊은 시절 전문직에 있던 사람이 대부분인데 은퇴하고 여기에 들어와서 사회보장 연금이나 직장은퇴 연금, 부동산에서 들어오는 월세, 그리고 투자에서 들어오는 배당금 등으로 산다.
노후 대책은 역시 젊은 시절에 땀을 흘려 준비하는 것이다. 작년 통계로 일년 가구당 소득의 중간치(median)는 5만7천여 달러. 그러나 평균 (average)치는7만 4천달러가 된다. 평균치가 높은 것은 고소득의 부자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은 여기에도 있어서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연 소득 2만4천달러 이하도 3%나 된다. 그러나 생활비야 쓰기 나름이라서 씀씀이를 규모있게 하고 산다면 보통사람 사회보장연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사실 여기서 살다보면 뭐 돈 들어갈 일도 별로 없다. 여기는 주택구조가 부부 두사람만 살게 설계되어 있어서 집들이 크지 않다. 주택은 대부분 콘도인데 가격은 싼 것이 20만 달러에서 시작해서 크기와 모델 위치에 에 따라 백만달러 짜리까지 있다. 그리고 경치 좋은 곳의 단독 주택은 백오십만 달러가 훨씬 넘는다.
매달 내는 관리비(Home owner’s association fee)는 집값에 상관없이 평등하게6백 달러 정도인데 주민은 주택값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모든 시설을 사용하고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안에는 근사한 클럽하우스가 다섯개나 있어서 만날 사람이 있으면 구태여 집에서 안만나고 클럽 하우스를 이용한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마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어서 왕년의 피아니스트들이 시간시간 앉아 멋진 음악을 연주해서 분위기를 아늑하게 한다. 주민 93%가 자기가 자기 집에 사는 Owner occupied 이고 나머지 7%가 세를 들어 사는데 세를 들어 사는 것은 1년까지만 가능하다.
골프를 한때 엄청 즐겼던 내가 여기에 이사를 오니 주위 친구들 묻는 첫 마디가 “이제 골프는 실컷 치겠네!”이다. 여기엔 아주 잘 생긴 27홀 짜리 골프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여기 이사를 온지 2년이나된 나는 그동안 꼭 한번 골프 라운딩을 했을 뿐이다.
“아니, 이제 시간도 많을 텐데 그렇게 좋은 골프장을 놔두고 골프를 안하다니?”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백수가 과로사(過勞死)한다는 말 못들었어?” 과로사까지 한다는 것은 엄살이고 사실 나는 은퇴 후인 요즘이 일 할 때 보다 더 바쁘다. 이곳 로즈무어에 살기 때문인것 같다.
부대 시설로 27홀의 골프장 외에도 8개의 테니스장, 3개의 lawn bowling 장, 새로 지은 건물에 있는 탁구장, 당구장, Gym, 극장 등이 있고 수영장이 3개나 있다. 그리고 앞산 뒷산에 여러 산책로가 있어서 부지런 하면 매일 가벼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골프만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우리가 내는 관리비에 다 포함되어 있다.
취미 클럽만 약 250개. 당구 탁구 정구 볼링 골프 수영 체조 등의 운동을 하는 클럽도 있고 사진 조각 수예 등의 취미 클럽, 시(詩)모임에 컴퓨터 클럽, 쉐익스피어 고전문학 모임, 국제정치 토론 모임까지 각양각색이다. 댄스 클럽도 몇개나 되어서 사교춤 민속춤이 탱고에 왈츠까지 취향에 맞도록 골라가면서 즐길 수 있다.
나는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육통권이라는 체조 클럽을 비롯하여 컴퓨터 클럽, 당구 클럽에 가입해 있고, 이와는 별도로 매일 Fitness Club 에서 체력단련을 한시간 그리고 수영을 한시간 정도한다. 그러니까 한때 그렇게도 즐기던 골프는 바빠서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은퇴를 준비하면서 “어디가서 살것인가”와 “무엇을 하며 살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여기에서 나머지 생을 보내기로 맘 먹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살기로 했다. 내 생애를 돌이켜 보니 살아온 매 순간마다 기적의 연속이었다. 이 어찌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겠는가?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때로는 지팡이 새워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懷良辰以孤往 )” 요즘 새삼스럽게 자주 꺼내 읽는 도연명의 산문시 귀거래사(歸去來辭)의 한 구절이다. 노년을 그렇게 사는 것이다.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 새워놓고 밭에 김도 매고..”
<김정수 본보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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