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은근한 기다림과 희망이 있다. 삶이 팍팍하거나, 정치나 경제 등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서 거듭 실망을 경험 할 때 그 기다림은 더욱 커진다. 대개 자신의 자유와 권리가 제한 받거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 되었을 때 혹은 독재나 일제 강점기 같은 역사의 질곡에서는 새로운 세상이나 초인(超人)에 대한 기다림이 더더욱 사무치게 배어난다.
이러한 기다림은 문학에도 자주 나타난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이육사의 시 세계는 어느 시인보다도 초인에 대한 기다림이 강렬하다. 철학자 니체 역시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의 삶으로 동시대인을 부르고 있다.
새해에 미주 한인사회에 대한 희망을 말하라면 ‘더 따뜻하고 더 품격 있고 더 진취적인’ 한인 사회를 이끌 초인의 출현이라 말하고 싶다. 그만큼 신문이나 인터넷의 창문으로 바라본 지난 한 해 한인사회는 부끄럽고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특별히 고국의 정치적 이슈나 오늘의 시대적 현안에 대하여 서로 입장의 ‘다름’에 대하여 대화나 토론보다는 감정적 대응으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안 제시나 건설적 비판 보다는 옳고 그름을 떠나 편 가르기에 기초한 당동벌이(黨同伐異)식 비난이 적지 않았다.
고국의 세월호 참사나 이른바 종북 좌파나 수구 등 고국의 이념 갈등이 고스란히 한인 사회로 옮겨진 모습은 보기 민망했다. 우리 사회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양비론적 냉소나 허무주의 혹은 고국이나 미국의 현실에 대한 무관심이나 무력감 역시 볼썽 안 좋다.
이 시대는 어떤 초인을 기다리는가? 어떤 이는 범인(凡人)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종교적 성인이나 영웅으로서의 초인이나 혹은 영화에 나오는 초능력을 지닌 슈퍼맨(superman)으로서의 초인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려야 할 초인은 이러한 초인이 아니며, 더욱이 개인으로서의 초인이 아니라 그룹 혹은 계층으로서의 초인이다. 사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종교나 정치 혹은 특정 유명 인사에게서 이러한 초인의 면모를 기대했다가 얼마나 자주 실망을 했는가?
한인 사회에 요청되는 초인상(超人像)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의 면모에 가까울 것이다. 누군가 처음으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번역할 때 독일어 위버멘쉬(영어로는 overman)를 초인으로 번역하여 ‘위버멘쉬’가 이른바 영웅이나 슈퍼맨이나 초인간 같은 이상적 인간의 전형으로 우리에게 편향되게 이해된 면이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위버멘쉬‘는 범인과 구분되는 성인이나 초인간이 아니다. 쉽게 이해하면 낡음, 변화 없음, 서로에 대한 냉소와 절망 등 비루하고 부끄러운 해악을 자각하고 이를 넘어서는 자기 극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전적으로 니체의 인간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간상이 ‘더 따뜻하고 더 품격 있고 더 진취적인’ 한인사회를 위하여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새해에는 이러한 위버멘쉬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한인사회에 요청되는 ‘위버멘쉬’는 어려운 이민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철저한 자기극복의 사람이다. 고국의 분단 논리에 함께 휩쓸려 갈라져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분단 60여년이라는 고국의 현실을 극복하고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라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도록 합리적 통일 방안을 제공하고 통일 여건을 조성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미국 문화의 소비자이며 수혜자에서 한 발 나아가 더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미국 문화의 생산자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쫒던 사람에서, 계속하여 미국에 꿈이 있도록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dream maker) 사람이다.
새해 한 사람의 초인이 아니라, 여러 ‘위버멘쉬’들이 나타나 새로운 시민계층을 이루고, 여기서 나오는 집단지성의 에너지가 한인 사회와 고국과 전 미국으로 흘러 넘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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