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병원 건립 꿈꿔요”
▶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35세 병원대표로 발탁돼
수시로 의료진*직원*환자들과 소통하며 시스템개선
한인환자들이 편히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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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팬라시귀(Bonnie Panlasigui, 한국명 김진경, 35) 알라메다 병원(Alameda Hospital) CEO의 유창한 한국말을 들으면 모두들 놀란다. 언뜻 보면 한인처럼 보이지 않는데다가 미국에서 자란 그가 쏟아내는 한국말은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병원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병원 CEO로서 자신의 일과 비전 등을 담담히 밝혔다.
▲병원CEO로서 하는 일은
- 병원CEO는 ‘환자의 안전’을 목표로 의료진,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병원시스템이 완벽하게 흘러가도록 진행하는 역할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의료진, 직원, 환자들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병원시스템을 개선 발전시키는 것이 주 업무다. 281개 병상을 운영하는 알라메다병원은 13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 75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100명의 의료진이 이 병원을 이용하며 그중 한인의사는 10명이다.
▲병원 CEO로 필요한 리더십은
- 무엇보다도 의료진, 직원,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listening) 능력이 요구된다. 모든 일은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작은 고민거리라도 털어놓고 싶도록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approachable)를 갖춰야 한다. 때로는 해고 등 힘든 결정을 내릴 때도 리더는 강인한 퍼스낼러티(strong personality)를 드러내야 하며 직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책임(ACCOUNTABILITY)이 있다.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친절함(kindness)’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더는 그 조직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조직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한국말은 언제 배웠나
-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2살까지 한국에서 자랐다. 그때 배운 한국어가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들 내가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그 점이 좋다. 나를 다르게 바라봐주는 것 같다. 한인부모 밑에서 자랐는데도 한국어를 못하는 이들을 보면 조금 슬프다.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같다. 언어를 이해하면 문화수용폭이 몇배로 넓어진다. 나는 오래된 한국드라마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육개장, 부침개, 각종 찌개 등 한국음식도 잘 만든다.
▲그간의 경력은
- 수많은 멘토들이 나를 이 자리로 올려주었다. 19살에 인턴십한 글렌데일 메모리얼 병원에서 동네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패트릭 피터 병원 CEO를 보고 꿈을 바꿨다. USC에서 보건예방학(HEALTH Promotion and Disease Prevention)을 전공한 뒤 병원경영 부분의 탑대학인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100대1의 경쟁을 뚫고 병원 CEO트레이닝 과정에 선발돼 리버사이드 커뮤니티 병원에서 어시스트 병원행정을 담당했다가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 듀폰트(Dupont)병원 COO로 전격발탁됐다. 듀폰트병원을 토마스 루터스 선정 100대 병원으로 올려놓는가하면 2년 연속 병원안전도 A등급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직원 참여수를 늘리는 한편 소화기, 통증, 정형외과, 방사선과 라인을 확대했고 임상 및 비임상부서의 효율성을 꾀해 병원의 수익성을 높였다. 이같은 성과에 힙입어 2014년 10월 알라메다병원 CEO직을 맡게 됐다.
▲하루 일과를 소개해준다면
- 아침 8시경 출근해서 하루종일 회의를 많이 한다. 시스템 개선, 환자 불만 해결 등을 위해 매일 아침 병원 리더들과 미팅을 갖는다. 하나님(God), 가족(Family), 일(WORK)이 우리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회의 때마다 모든 사람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함께하고 직원들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병원일에 특별한 소명을 갖기를 간구한다. 그러면 그 기운은 그대로 환자들의 마음을 터치하고 환자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어머니의 교육은 어떠했나 - 엄마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는 프리몬트에 살면서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산호세 아카데미 고등학교에 다녔다. 엄마의 일념 때문이었다. 엄마는 늘 ‘너는 할 수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강해져라’고 하며 나를 이끌어주었다. 그런 엄마에게 감사를 드린다.
남편은 고등학교 때 만난 클라스메이트로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다.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알라메다 소방관이자 응급대원인 남편이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연봉이 더 높은 사람이 직장을 다녀야 하니까(웃음).
▲아시안헬스케어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을 창립했다는데
- 아시안헬스케어 리더스 어소시에이션(Asian HEALTH CARE Leaders Association, AHCLA)은 의료계에서 일하는 아시안 리더들의 모임이다. 의료계에서 아시안의 벽은, 여성의 벽은 높지만 뚫고 가야 할 과제이다. 나는 아시안들과의 연합을 꾀하고 의료산업에서 아시안의 위치를 높이려 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 LA 한인타운 근처에 있는 굿사마리탄병원의 1층 전체가 한국병원으로 운영된다. 한국말을 하는 의료진이 진료하고 한국음식이 환자에게 제공된다. 나도 그런 병원을 만들고 싶다. 높은 병원비 때문에 검진을 미루고 미뤄 병을 키우는 한인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리고 병에 걸리는 원인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서 한인들을 위한 건강교육을 펼치고 싶다. 심장마비율이 높은 한인들은 소금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영어사용제한으로 병원 이용이 쉽지 않는 한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알라메다에 사는 한인들이 1,500여명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 병원을 이용하는 한인은 적은 편이다. 앞으로 한인들과 더 많이 만나게 되길 바란다.
<신영주 기자>
바니 팬라시귀 알라메다병원 CEO(왼쪽)와 같은 병원의 존 리 한인 전문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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