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를 통해 한인사회와 소통 기회 감사"
미주한인이민 112주년을 맞은 하와이 한인사회,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본보는 4050세대 한인 경제인들의 가업을 잇는 경제계 세대교체를 비롯 하와이 주류사회 곳곳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과시하며 커뮤니티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차세대 한인주자들의 모습을 지면을 통해 소개하며 이들과 더불어 바람직한 한인사회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을 마련해 본다. <편집자주>
크리스틴 유 나카마츠(한국명 윤경) 호놀룰루 시 검사보는 1984년 가족과 함께 LA로 이민 와 국가사회봉사단체인 Americorps에 소속된 변호사로 저소득층 하와이 주민들의 법률상담을 위해 2002년 마우이를 방문했다가 현지에 정착해 봉사정신을 실현한 주인공이다.
1997년 UC 버클리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200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헤이스팅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이수한 후 민간 로펌에서 근무하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호놀룰루 시 검찰청에서 검사보로 활약하고 있다. 전문분야는 살인 및 강도사건과 같은 강력범죄, 그리고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한 법률상식강좌 등의 커뮤니티 봉사에도 적극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유 검사의 부친은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그리고 모친은 한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전문직 종사자들이었지만 자식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미래를 포기하고 미국행을 결심한, 자식을 위해 희생한 다른 대다수 한인 이민가정들의 사연들과 그 궤를 같이한다.
유 검사의 부모는 미국이민 생활을 자영업으로 시작했다. 작은 가게를 구입해 자식들을 위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장시간 일을 해 왔고 최근 들어서야 힘들게 살아온 삶의 긴장을 풀고 부부가 함께 등산도 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전한다.
유 검사는 2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났으나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성별에 관계없이 스포츠와 다양한 특별활동들, 그리고 특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할 것을 적극 권장해 왔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항상 심어주었다고 회고하며 이 같은 부모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밝힌다.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삶의 철학은 궁금하거나 필요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거나 요구하는데 있어 절대로 수줍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원하는 것들을 항상 얻을 수는 없고 또한 실패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찰나의 어려움일 뿐이며 도전에 의한 성취는 일순간의 고통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유 검사는 사실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사진은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부모님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법학을 전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법대에 진학했다고 고백한다. 졸업 후 보험사에 들어가 자문변호사로, 그리고 비영리단체에서 활동도 해 보았지만 형사법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자신의 성향을 되돌아보고 연고자도 없는 호놀룰루 검찰에 응시하게 됐는데 결국 지금의 자리가 자신이 내린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됐다고 말한다.
시 검사보로 활동해 온지 12년째에 접어들고 있고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갖는 주요사안에 있어서는 간혹 소문이나 추측만을 믿고 사법부가 비난 받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역시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때는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따라서 차후 문제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업무에 있어 실수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검사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들은 바로 외조모와 부모님이다. 생업에 매달리느라 불가피하게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부모님을 대신해 외할머니가 유 검사 남매를 돌보아 주었고 한글을 가르쳐준 분도,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도 외조모였다며 외할머니의 가없는 사랑을 어릴 적엔 잘 몰랐지만 훗날 깨닫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또한 고분고분한 아이는 아니었던 자신을 항상 격려해주고 지지해준 부모님들은 근면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어엿한 전문직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자신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셨다고 전한다.
유 검사는 더불어 부모님들이 자신과 동생들에게 말씀은 안 하셨지만 수없이 많이 절도나 강도의 피해를 입으신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히고 검사로써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잔인한 살인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 낼 때보다는 어려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 폭력의 희생양이 된 가난한 이들을 공격한 죄인들을 법정에 세워 정당한 심판을 받게 할 때라고 전한다.
그 같은 힘의 근간은 자식들을 위해 그 같은 어려운 일들을 당한 부모님을 생각하며 더욱 마음을 다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와이 한인사회에 대해 유 검사는 “타 커뮤니티에 비해 똘똘 뭉친 결집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며 더불어 정치적 영향력도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라며 “한인사회가 화합하고 결속을 다진다면 주류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숨은 한인들과 한국계 인사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상공회의소와 같은 사회단체에 참여하는 것도 한인사회를 위한 일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내부의 다툼과 갈등을 해소하고 단체들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검사는 그럼에도 “한인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은 결국 커뮤니티 내의 이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데 있다”고 강조하며 “1세대 이민자들은 많은 시간을 생업에 할애하느라 사회활동을 벌일 여유가 없지만 자신과 같은 1.5세, 혹은 2세, 3세의 한인들은 지금까지 몸담아 온 커뮤니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이며 사회환원의 차원에서도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공부에 전념하는 소위 ‘백 없는 후배들’에게는 “부모가 변호사라서, 의사라서, 혹은 엔지니어라서 쉽게 일자리나 인턴십을 얻는 이들을 목격할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라. 연줄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인생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단지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만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고 그 같은 과정에서 혼자의 힘으로 목표를 성취한다면 더욱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검사는 특히 자원봉사의 가치를 강조하며 이는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일조함과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근래에 들어 가정을 꾸리게 됐다는 유 검사는 “한 가정의 주부로서 엄마로서 앞으로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내 자녀들에게도 물려주어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며 더불어 내가 선택한 최고의 직업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며 본보와 인터뷰를 마쳤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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