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있었던 어느 고등학교 졸업반 한인 여학생의 두 대학교 동시 입학 관련 허위 기사 사건은 여러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다. 그것은 비단 학생 자신과 그 학생의 부모, 그리고 기본적 사실 확인도 소홀히 한 채 그대로 보도한 언론뿐만 아니다.
그러한 보도에 감탄하고 부러워하며 더 나아가 자기 자녀들에게 비슷한 것을 기대하고 주문하는 어른들과 그러한 최고지향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은 우리 한인사회의 어둡고 아픈 부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되겠지만 우리의 사고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내가 두 대학교 동시 입학 허용 얘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두주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인으로부터였다. 그러나 그러한 형태의 입학 허용과 졸업 선택권은 그야말로 들어본 적이 없기에 무엇인가 잘못된 보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그런데 그 며칠 후 대학 후배가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관련 포스팅을 읽고 나서야 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언론보도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고 후배가 올려놓은 한 영어 블로그 링크에 들어가 밤늦게까지 포스팅 글들을 살피면서 사건 파장의 폭을 가늠해 보았다.
그 블로그의 글들은 대부분 무명으로 올려졌기에 모두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한인사회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들을 거론했다. 단지 관련 학생과 그 부모에 관한 것 뿐 아니라, 기러기 가족, 그런 가족들의 미국에서의 신분유지 방법과 주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미국 공립학교 무상교육 혜택의 적정성, 그리고 심지어 그런 학생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특정지역이 거론되기까지 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해당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인종적 그룹별로 나뉘어 서로 다른 그룹들을 폄하하고 있다는 등 인종갈등이 조성될 수 있는 얘기들도 나오는 것 같았다.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이전에 대학에서 공부할 때가 생각났다. 튜토리얼이라고 불리는 역사 세미나 클래스를 택하면서 학자들의 논문을 제법 많이 읽었어야 했다. 그리고 논문들의 상당수가 일반 서민들이 살던 모습을 담고 있었고 그런 게 무척 재미있었다. 그러한 논문들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의 생활과 비교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내가 과거에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역사와는 아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왕’의 치적 중심으로 역사를 공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조선시대 역사를 공부하려면 “태정태세문단세..” 하면서 아예 왕의 이름들을 차례대로 그리고 어느 왕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내용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역사 공부로 단정했던 것 같다. 역사 공부가 통치권자 중심이었던 것이다.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중시하는 관점은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단체의 연혁을 찾아보면 역대 회장 이름들을 나열하는 것이 그 중심내용이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목사나 장로의 이름들을 나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어 보인다. 절대 다수를 이루는 평회원, 평교인, 평범한 사람들 생각, 활동, 삶의 얘기 보다는 극소수의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심의 기록이다.
이러한 극소수 최고위자 중심의 사고가 이번 허위 대학입학 보도의 바닥에 깔려있는 최고지향주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 자녀들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없음은 극히 당연한 진리이다. 최고의 위치는 극소수에게만 돌아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극소수만 얻을 수 있는 것에 매달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대신 우리가 자녀들에게 바라야 할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언론에 성공사례로 보도되는 학생들 얘기가 일류대학교 입학이나 최고상을 받는 것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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