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1년 초라한 성적
운전자 20만명 보유에도
소매업체 제휴 6곳 불과
■ 힘겨운 생존싸움 왜?
아마존 등 택배경쟁 치열
앱으로 재고 파악 한계
우버 만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별로 없다. 우버는 지구촌 300개 도시에서 수백만명의 승객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수송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함으로써 세계에서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와 동일한 공식을 응용한 우버의 배달 비즈니스는 예상했던 대박을 내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 - - - -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우버가 배달 서비스라는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든 것은 1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우버의 최고경영자(CEO)는 도시의 핵심 물류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다부진 포부와 함께 우버 배달 서비스의 출범을 선포했다.
사실 우버에 배달 서비스는 성공이 보장된 사업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우버의 뒤에는 20만명에 달하는 현역 운전자들이 버티고 있다. 세계적 택배사인 UPS에 비해 2배에 가까운 배달 인력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출범과 동시에 수십 개의 대형 소매업체와 제휴하겠다던 당초의 목표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출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버와 배달계약을 체결한 소매업체는 꼴랑 6개에 불과하다.
최근 우버는 일부 도시에서 애플과 스타벅스의 배달 서비스를 대행하려 시도했지만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우버가 공들였던 계약은 신생 배달 전문업체인 서비스 포스트메이츠(servicePostmates)로 넘어갔다.
옐프(Yelp)가 소유한 음식주문 앱스 Eat24와 그루브허브(GrubHub)도 우버와 비즈니스 상담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합의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우버는 여전히 택배업에 강한 미련을 보이고 있다.
우버는 지난 가을 뉴욕과 시카고, LA, 토론토,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유명 식당과 맛집으로부터 점심과 저녁식사를 공급받아 공유차량 이용 승객에게 제공하는 우버이츠(UberEats)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의 대변인은 “UberEats에 대한 초기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이 서비스를 향후 수개월 내에 15개 도시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버의 초창기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연쇄창업가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현재 우버만큼 광대한 실시간 물류 네트웍을 보유한 업체는 없다”며 “이런 어마어마한 기반시설을 이용해 다른 비즈니스 종목에 뛰어든다면 해당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캐피털 기업인 벤치마크의 파트너이자 우버 이사로 활동하는 빌 걸리는 “우버가 택배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의 다른 업체들에 비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건 주력분야인 차량공유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일 배송 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신생업체인 인스타카트와 디리브 등이 식품점과 샤핑몰 소매 점포들로부터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닷컴, e베이, 구글 등의 물품을 소비자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게다가 우버의 미국 내 최대 경쟁사인 리프트(Lyft)도 자체적인 신속배달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택배업계의 대표주자인 페덱스는 국내 20여개 시장에서 당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양은 전체 물량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페덱스의 회장 겸 사장이자 최고경영자인 프레데릭 스미스는 “대부분의 고객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이 도착할 때까지 하루나 이틀을 기다리는데 익숙하다”며 웃돈을 주어야 하는 우버의 당일 배달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버의 방대한 네트웍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엄청난 잠재적 이점을 지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2만2,000명을 비롯, 미 전역에서 수만명의 우버 운전자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주거지역과 상가를 지나간다. 언제 어디서건 전화 한 통으로 즉각적인 픽업과 배달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전체 우버 라이드 건수의 절반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고객들을 짝지어 태우는 우버풀(UberPool)에서 나온다. 우버 초기 투자자인 걸리는 이와 동일한 테크놀러지를 이용해 목적지가 같은 방향인 패키지와 승객을 쉽사리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버가 보유한 기술적 강점이다.
하지만 맹점도 적지 않다.
우버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앱이지만 배달 업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우버의 소프트웨어를 특정기업 제품의 재고를 담당하는 기업 소프트웨어와 링크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지닌 옷의 재고품이 있는지 자체적인 검색을 통해 알아낼 수 없다.
우버의 보험도 항상 문제다. 우버의 배달물품 보험 한도액은 최고 1,000달러에 불과하다. 고가품 배달 주문을 따내지 못하는 이유다.
우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스시를, 맨해턴에서 디자이너 슈트를 시험적으로 실시했다가 쓴 맛을 본 후 지금은 UberEats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화장실 용품을 비롯한 가정용품, 콘돔 등을 워싱턴 DC 지역에 배달하는 시범사업 역시 6개월 만에 쫑이 났다. 배달 가능한 최저 물품가격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1달러짜리 껌 한통을 주문해도 군소리 없이 응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초반부터 ‘허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사이드카의 운전자 짐 페카렉은 7달러짜리 부리토 한 개를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디스트릭트에서 픽업해 4마일 떨어진 곳의 고객에게 전달하는데 무려 30분을 소모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사 사이드카 테크놀러지에 속한 페카렉은 타케리아 판초빌라에서 부리토를 픽업한 후 부랴부랴 도로변에 불법 주차해 둔 차로 달려갔다. 부지런히 4마일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수령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지도를 들여다보고 같은 블락을 몇 차례 돌면서 타케리아 판초빌라의 고객서비스 담당자 2명과 연거푸 통화를 한 끝에 주소가 29th Street이 아니라 29th Avenue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지근해진 부리토는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고객에게 전달됐다. 화가 치민 고객이 이미 업소 측에 “취소” 통보 문자를 날린 후였다.
고객 픽업과 패키지 배달을 병행하는 페카렉은 “이런 식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의아하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UberEats 운전자들의 보수는 그리 나쁘지 않다.
시카고의 우버 고객은 물품배달 수수료로 3달러를 지불한다. 운전자는 시간당 12달러의 기본급에 주문 한 건당 2달러의 추가 수입을 챙긴다. UberEats 서비스를 새로 시작하는 운전자에게는 하루 20달러의 임시 보너스가 주어진다. 하지만 보수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미국 주요 도시의 우버 기사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경비를 제하고 평균 19달러의 시급을 받는다.
시카고에서 피자 딜리버리 드라이버로 일하다 우버 기사로 돌아선 소셜미디어 전략가 레이몬 디 레온(47)은 “우리는 하루 세 시간을 우버 기사로 활동하면서 커미션과 함께 기본급을 보장받는다”며 “시간을 투자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